"제약사·약사회 무관심에 약국만 피해"...듀파락시럽 장기품절
잊을만 하면 문제로 제기되는 듀파락 시럽의 품절 사태가 또 다시 장기화되면서 약국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약국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JW중외제약 듀파락, 듀파락 이지 시럽이 장기 품절 중인데도 불구하고 병의원 처방이 지속되면서 환자와의 갈등까지 연출되고 있다.
듀파락 시럽의 경우 몇 년째 품절과 공급이 반복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지난해 2월 한차례 품절 후 10월부터 현재까지 또 다시 제품 공급이 제대로 안돼 약국 재고가 바닥난 상태다.
서울의 한 약사는 "몇달째 계속 품절인데 처방은 계속 나오고 대체 약은 없고 약국만 죽을 지경"이라며 "약은 씨가 말랐는데 처방은 계속 나오다 보니 여기 저기 약국끼리 빌려쓰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약사도 "작년 가을부터 약을 구하기 힘들었다"며 "최대한 약을 구해 조제를 하려고 하는데 환자들은 이런 상황도 모르고 왜 약이 늦게 나오냐, 미리 왜 약을 준비해 놓지 않았냐고 불만을 제기한다. 6개월이 지나도록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피해는 결국 약국의 몫이냐"고 되물었다.
이 제품의 경우 동시분류 품목으로 전문약은 재고가 있지만 정작 처방은 약을 구할 수 없는 일반약에 집중되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약인 듀파락 시럽은 간성혼수 치료와 예방에 주로 쓰이고, 일반약인 듀파락 이지시럽은 변비 등이 주된 적응증이다. 병의원에서 변비 환자에 듀파락 이지시럽을 처방하면서 적응증에 변비약이 포함된 일반약 듀파락 이지시럽으로 처방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락툴로오스 농축액을 이용해 변비약을 생산하는 국내 3개 제약사 중 두곳이 약가인하 등의 여파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이 제품으로의 처방 집중이 더 심화됐다. 현재 국내에는 락툴로오스 농축액 원료를 제조하는 회사가 없어 원료를 전량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사들은 원료 수급이나 타 제약사 제품 생산 중단에 따른 여파는 이해하지만 장기적인 품절에도 불구하고 업체나 약사회가 나서서 처방 개선 등의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약사는 "품절이 반복되고 기간도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 업체가 병의원에 처방자제를 요청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약사회 역시 제약사에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의사협회 등에도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조치도 취하지 않고 회원 약국들의 어려움을 나몰라라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체는 기존대로 정상 수급을 하고 있는데도 수요가 워낙 몰리면서 품절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늘어난 수요를 반영해 수급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료사에 추가 원료 공급을 요청해 놓은 상태며 4월 초부터는 단계적으로 정상 수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제약사 두 곳이 생산을 중단한 이후 수요가 듀파락으로 더 몰리면서 수급 불안이 장기화 된 것으로 보고있다"며 "약가인하로 손해가 따르지만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할 수는 없단 판단에 최대한 공급을 늘릴 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중 추가 원료를 공급받고 4월 초부터는 정상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업체 차원에서 의료기관의 처방 중단 요구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bob83@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