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응급의료법에 도입…특정범죄가중법과 동일 수준으로
'폴리스 콜' 구축 위해 수가 개선 추진도
하루 1건꼴로 발생하는 응급실 폭행을 막기 위해 처벌 수위를 최소 '징역 3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경찰청과 함께 11일 응급실 폭행범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응급실 폭행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특정범죄가중법과 수위 대등하게…상해 '3년 이상' 사망 '5년 이상'
현재 응급의료법상 폭행에 의한 진료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상 폭행에 의한 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강화되긴 했지만, 실제 처벌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응급의료 방해로 신고·고소된 사건은 총 893건이고, 이 가운데 폭행이 365건(40.9%), 폭언·욕설·위협 149건(16.7%), 위계·위력 85건(9.5%) 등이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대한의사협회에 보고된 응급실 난동 사건 10건의 법원 판결은 벌금 4명(평균 300만원), 집행유예 2명, 실형 2명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특정범죄가중법에 의한 처벌 규정 수위를 응급실 폭행범에게 적용키로 했다. 특정범죄가중법 제5의10은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협박해 상해에 이르면 3년 이상의 징역, 사망에 이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응급실 폭행범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보안인력 확충·폴리스콜 구축 위해 응급의료수가 개선
이와 함께 응급실 보안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보안인력 최소 배치 기준을 명시하고, 보안인력 확보를 위해 응급의료수가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규모가 작은 응급실은 보안인력이 없어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는 자체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올해 9월 기준 응급실 전담 보안인력을 배치한 응급의료기관은 전체의 46%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권역응급의료센터(97.2%)나 지역응급의료센터(79.3%)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으나,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3.2%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권역응급센터에선 159건, 지역응급센터에선 193건, 지역응급기관은 205건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기준 폭행 등 진료방해 행위의 67.6%가 주취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경찰청-지자체-의료기관 협력 하에 운영 중인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확대를 검토한다.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에는 경찰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으며, 현재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전국 11개소가 운영 중이다.
응급실 보안장비 확충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매년 응급의료기관에 지원하는 보조금(응급의료기금)을 활용, 응급실과 경찰 간 핫라인(폴리스콜) 구축을 독려한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응급실 근무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즉시 관할 경찰서 상황실로 연결돼 근거리에 있는 순찰차가 현장으로 즉시 출동하게 된다. 이와 함께 CCTV·휴대용 녹음기 등 보안장비 확충도 지원한다.
경찰·응급의료종사자 대응지침 마련
'응급의료 현장 폭력행위 대응지침'을 마련해 경찰과 응급의료종사자가 폭행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경우 흉기를 사용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일으킨 피의자를 공무집행방해에 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하고, 필요하다면 전자충격기를 사용해 검거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 폭언·막말과 업무방해에 이르지 않는 진료방해 행위, 경미한 피해라도 전과·여죄 등을 추적해 상습성·재범 위험성을 철저히 수사키로 했다.
응급의료 종사자는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 대응 매뉴얼에 맞게 폭행 사건 발생 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경찰신고·증거확보·경찰수사 협조 등 후속조치를 돕도록 한다. 또, 응급의료종사자와 소속 의료기관은 폭행 가해자를 반드시 고소·고발하게 한다.
아울러 이용자 친화적인 응급실 환경을 조성하고 응급실 이용 정보 제공을 위한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응급실 안내·상담을 전담하는 책임자를 지정하고, 환자‧보호자에게 응급실 이용·진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다. 응급실 안내 리플렛, 구역‧동선 표시, 실시간 진료 현황판 등으로 진료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환자들에게는 '응급실 이용자 매뉴얼'이 제공된다. 응급실 이용절차, 중증응급환자 우선 진료, 보호자 출입 제한, 응급실 비용, 진료방해 행위 처벌 등 응급실 이용 시 알아야 할 사항이 담긴다.
복지부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은 "응급실 내 폭행은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공공의 문제"라며 "경찰청과 함께 본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응급의료종사자가 안심하고 응급실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