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제네릭 협의체, 허가규제 강화 검토..."제네릭 난립 대책 효과" vs "불합리한 제도 부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네릭 난립 대책으로 다양한 허가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공동생동 규제 강화도 검토 안건으로 포함되면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무분별한 제네릭 난립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반응과 함께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폐지된 정책이라는 이유로 절차적으로 규제 부활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위탁제조품목 GMP 평가자료 면제 폐지 여부도 제약업계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정책으로 지목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제네릭 의약품 제도개선 협의체는 제네릭 난립 대책을 위해 허가제도 개선을 논의 중이다.
협의체가 논의 중인 허가제도 개선방안으로는 위탁(공동)생동 폐지, 위탁제조품목 GMP 평가자료 면제 폐지, 제네릭 제품명 일반명 사용, 제네릭 허가기준 국제조화, 원료의약품 불순물 관리 강화, 원료의약품 등록대상 의약품 확대 등으로 확인됐다.
◆공동생동 규제부활 시 제네릭 진입 억제...위탁업체 반발 등 불가피
제약업계에서는 공동생동 폐지 여부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체감적으로 가장 강력한 규제인데다 파급력이 클 것이란 반응이 팽배하다.
'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
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예를 들어 A업체가 5개 업체로부터 위탁을 의뢰받고 총 6개의 제네릭을 허가받을 때 3번의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인데도 똑같은 절차를 여러 번 거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B업체가 다른 업체에 포장만 바꿔 새롭게 허가를 받는 ‘쌍둥이 제품’을 내놓을 때에는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 2개를 두고 생동성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불합리한 현상도 나타났다. 결국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공동생동 규제 폐지가 계단형 약가제도 폐지와 함께 제네릭 난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다.
공교롭게도 공동생동의 무제한 허용 이후 제네릭 개수가 급증했다.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의 경우 2012년 9월 기준 총 62개(10mg 34개, 20mg 16개, 40mg 9개, 80mg 3개)의 제네릭이 등재됐다. 2009년(44개), 2010년(50개), 2011년(51개)과 비교해도 큰 상승폭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013년 9월에는 급여등재된 제네릭 제품이 111개로 껑충 뛰었다. 1년 만에 리피토10mg은 34개에서 69개로 2배 이상 늘었고 리피토20mg도 16개에서 30개로 급증했다. 2014년 9월에는 140개(10mg 85개, 20mg 42개, 40mg 42개, 80mg 3개)로 늘었고 지난 9월 기준 234개의 제네릭이 급여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연도별 리피토 제네릭 등재 개수(단위: 개,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09년 특허가 만료된 항혈전제 ‘플라빅스’도 2013년부터 제네릭이 급증했다. 플라빅스의 제네릭은 2009년 9월 31개, 2010년 9월 30개, 2011년 33개로 변동이 없었다. 2012년 9월 41개로 증가한데 이어 2013년 9월에는 66개로 치솟았다. 2016년 9월에는 총 100개의 제네릭이 등장했다.
공동생동 규제 부활이 제네릭 난립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라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 진입한 제네릭 제품 중 90% 가랑은 직접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고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위탁생동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984개로 직접실시 128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2016년 기준 생동성인정품목 1112개 중 위탁생동 비율이 88.5%에 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속적으로 공동생동 규제 강화를 요구한 배경이다. 제약바이오협회는 2016년과 지난해 공동(위탁)생동 허용 품목을 원 제조업소를 포함해 4곳(1+3)으로 줄이는 방안을 식약처에 건의했다.
공동생동 규제는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제약업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공동생동 규제가 강화되면 위수탁 생산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중소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반면 자체생산 비중이 높은 상위제약사들은 공동생동 규제 강화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상위 제약사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은 위탁만으로 100개 이상의 제네릭을 허가받기도 한다”면서 “과연 자체생산 제품이 거의 없는 업체들이 제약사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성토했다.
중견기업의 한 관계자는 “직접 생산하지 않더라도 정부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품질을 검증받으면 똑같은 제네릭 아닌가”라면서도 “직접 생산 제네릭은 리베이트와 같은 부작용에서 자유로울까. 마치 위탁생산 제네릭이 문제를 야기한다고 인식하는 풍토가 안타깝다”라고 지적했다.
절차적으로 공동생동 규제 강화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폐지된 제도라는 점에서 식약처가 다시 규제 강화를 요구할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공동생동 규제 폐지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전격적으로 규제 부활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2011년 공동생동 규제를 폐지할 때는 계단형 약가제도라는 제네릭 진입 장벽이 있었다.
계단형 약가제도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한달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는 내용이 핵심이다. 최초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에는 한달 단위로 10%씩 깎이는 구조다. 다만 첫 번째 제네릭이 동시에 여러 개 등재되면 퍼스트제네릭의 보험약가도 떨어지는데, 13개 이상이 동시에 등재되면 제네릭 최고가는 54.4%로 책정된다.
그러나 2012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계단형 약가제도가 폐지되면서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제네릭도 최고가격(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된 지 한참 지난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제네릭을 발매하는 패턴이 고착화했다.
규개위가 공동생동 규제 폐지를 권고할 당시 “계단형 약가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공동생동 규제를 풀어도 제네릭이 무분별하게 진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계단형 약가제도마저 폐지되면서 제네릭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업계에서 공동생동 규제보다 약가제도 개선이 제네릭 진입 억제에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위탁 GMP 자료 면제 폐지 가능성...4년만에 제도 번복시 반발 예상
위탁제조품목 GMP 평가자료 면제의 폐지 여부도 제약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제도다. 위탁제조 의약품의 허가용 생산 면제 역시 제네릭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요인으로 지목된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도입’ 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위탁 의약품의 허가를 받으려면 3개 제조단위(3배치)를 미리 생산해야 했다. 생산시설이 균일한 품질관리 능력이 있는지를 사전에 검증받아야 한다는 명분에서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정부로부터 검증을 받은 제품인데도 또 다시 허가용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적합판정을 통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 중인 제네릭은 3배치를 생산하지 않고도 제품명과 포장만 바꿔 허가받을 수 있게 됐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별도의 생동성시험과 허가용 의약품 생산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위탁제조를 통해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영세제약사의 경우 3배치 의무생산 폐지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제약사의 경우 1년에 1배치 분량에 해당하는 30만정을 팔기도 벅차다. 3배치를 허가용으로 만들어도 사용기한내 모두 소진할 수 없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위탁 제품에 한해 허가용 생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적극적으로 제네릭 허가에 나설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간 생산실적이 100억원 미만인 업체는 2016년 192곳으로 전체 생산실적이 있는 업체 353곳 중 절반이 넘었다. 생산실적 100억원 미만 업체는 2010년 134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202곳으로 크게 늘었다.
▲연도별 생산실적 규모별 제조업체 수(왼쪽)와 생산실적 있는 제조업체 수(오른쪽)(단위: 개,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탁제조품목 GMP 평가자료 면제가 다시 폐지되면 영세제약사들이 위탁생산을 통한 제네릭 허가를 꺼리는 현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제네릭 진입 억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제약사 이해에 따라 찬반이 엇갈린다. 수탁사업을 활발히 하는 업체 입장에선 허가용 3배치 의무생산이 재시행되면 수입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공동생동 규제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완화한 규제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점에서 식약처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밖에 위탁 제약사의 제조시설 요건 또는 품질관리 기준 강화도 식약처가 내놓을 수 있는 제도 개선안으로 지목되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불순물 관리 기준 강화로 진입 장벽 높아졌는데”
식약처는 최근 시행을 예고한 원료의약품 불순물 관리 강화가 제네릭 허가 기준 강화로 진입 장벽을 일정 부분 높인 것으로 판단한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지난 9월 의약품 안전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내년 9월부터 제약사가 의약품의 허가를 신청할 때 유전 독성 또는 발암불순물, 금속불순물 등에 대한 안전성 입증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의약품 허가시 기준규격에 제시된 유해물질의 안전성 여부를 검증하는 자료를 제출했지만, 앞으로는 기준규격에 없어도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생성 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관리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성 검증이 완료된 의약품만 허가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식약처는 의약품 순도시험은 안전성을 고려해 유연물질의 기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의약품의 핵심 물질 이외의 불순물을 최소화하도록 자체적으로 순도 검정을 면밀히 하라는 의미다.
▲ ICH M7 가이드라인 국가별 적용현황(자료: 식약처)
최근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중 발암성이 알려진 유연물질이 제조과정 중 제거되지 않고 잔류돼 시판 의약품이 회수되면서 후속대책으로 허가 요건을 크게 강화했다. 의약품 허가 요건 중 매우 파격적으로 안전관리 기준을 엄격히 했다.
기존에는 의약품 허가를 받는 성분별로 발생 가능한 유해물질에 대한 기준규격이 제시되고 해당 유해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시험법과 적합 기준이 제시된다.
내년 9월부터 제약사 자체적으로 발생 가능한 유해물질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안전성을 입증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은 이후 적법하게 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순물이 발견되면 해당 제약사가 문제의 책임을 지고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예기치 못한 유해물질 발생으로 인한 책임을 모두 제약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부담을 호소한다.
이번 발사르탄 파동의 경우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애초에 식약처와 제약사 모두 NDMA의 검출 위험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NDMA 검출 의약품을 유통한 제약사들에게 책임을 물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규정이 시행되면 제약사들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불순물 검출 의약품을 제조·판매했다면 책임을 지고 처분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 규정이 도입되면 제약사들은 제네릭 제품이라도 신약에 준하는 유해물질 관리를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불순물 안전관리 기준 강화로 제네릭 허가 요건이 매우 엄격해졌다”면서 “추가로 규제가 강화되면 제약사들의 기업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복지부와 함께 제네릭 제도 개선안을 검토 중이다”면서 “제네릭 허가 기준 강화 등을 포함한 대책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