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2년 연속 인상률 1위 기록...2017년 이후 또 다시 3.5%대 갱신
병협 막판 겨루기에서 1.7%까지 끌어올려...의협은 2.9% 수준에서 불발
▲요양기관 유형을 대표한 각 의약사단체 협상단들이 건보공단과의 수가협상 과정에서 추가재정소요액 증액이 가로막히자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협상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들의 협상은 하루를 넘어 1일 오전 8시 이후까지 계속됐다.
어려운 수가협상이었다. 새롭게 바뀐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이유로 보수적으로 설정했던 벤딩(bending, 추가재정소요액)의 규모를 1조원까지 끌어올리면서 어렵사리 5개 공급자단체 중 4개 단체 수가협상 타결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건강보험공단은 31일 오후 3시 30분부터 1일 오전 8시 20분까지 17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밤샘협상을 진행한 결과,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수가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는 오전 8시 20분까지 버텼지만, 건보공단이 최종 제시한 수가인상률 2.9%를 거부하고 결렬을 선택했다.
내년도 요양기관 환산지수 수가인상률은 약국 3.5%, 치과 3.1%, 한방 3%, 병원 1.7% 순으로 계약될 예정이다.
벤딩 규모 큰 병협과 첫 협상 타결 이후 줄줄이 타유형 협상완료
31일 오후 3시 30분부터 진행된 3차 수가협상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재정운영소위원회 3차 회의 직후인 오후 9시를 넘긴 시간부터 시작된 4차 협상에서도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김경호 한의협 수가협상단장은 "2차 재정소위때 들은 벤딩폭 보다 조금 올랐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고 했고, 마경화 치협 수가협상단장 또한 "조금 오른 것 같은데 모르겠다"며 벤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소득 없이 건보공단과 5개 공급자단체는 30초, 1분 가량씩 얼굴을 마주하면서 지리하게 수가인상률 수치를 주고 받았다.
▲치과협회
분위기 반전은 1일 새벽 3시를 넘어서면서 이뤄졌다.
건보공단은 의협, 병협, 약사회, 치협과 6차 협상을 진행한 이후 새벽 3시부터 병협과 7~10차 회의를 연속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단체는 건보공단과 협상이 중단된 상태였다.
건보공단은 벤딩 점유율이 가장 높은 병협과 수가협상을 완료한 이후, 다른 단체들과 '제로섬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병협이 8차 회의를 끝내고 나서면서부터 건보공단은 약 1시간 동안 3~4차례 재정소위를 찾았다. 이때 건보공단이 보수적이던 벤딩의 규모를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건보공단이 재정소위와 마지막 회의를 끝내고 나서야 병협은 수가인상률 1.7%에 도장을 찍고 협상장을 떠났다.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은 "유감스러운 점은 있지만 앞으로 향후 논의를 통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 SGR 모형이 불합리한거 인정하면서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게 안타깝다"며 "보장성강화 정책에 따라 병원계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이 반영되지 못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이 있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두번째로 도장을 찍은 유형은 치과였다. 마경화 단장은 "협상만 13년 했다. 오늘 처럼 장시간 했던 적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치협 수가협상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수진 보험이사는 "최선을 다했다"며 "워낙 벤딩이 작아 생각보다 미진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작년보다는 조금 나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사회
대한약사회는 세번째로 서명했다. 박인춘 약사회 수가협상단장 또한 "이번 처럼 어려운 협상은 없었다.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박 단장은 "협상단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서 약사회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회원들의 어려움을 채우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모든 단체의 협상 종료까지 지켜보겠다던 의협은 결국 최종 협상에 결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내년도 수가를 가지고 건정심을 가야 한다.
▲의사협회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처음에 1.3%라는 굉장히 낮은 수치로 시작해서 나름의 노력으로 올려왔다"며 "회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을 때, 2.9%라는 수치는 기대를 반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래서 결렬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 단장은 "그러나 이번 결렬이 의-정간 대화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관계로 의-정 관계가 좋아져서 서로 이해하고 상생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경 기자(hgrace7@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