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식약처 변경전환 거부 '불합리' 판결
'역가' 6·7등급 일반약이냐, 5·6등급 전문약이냐 쟁점
▲삼아제약 리도멕스 크림
삼아제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한 전문의약품 분류 전환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제약사가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면서 일반약을 전문약으로 변경 신청한 적은 있어도 개별적으로 식약처가 거부한 사항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경우는 처음이다.
향후 이와 비슷하게 전문약 전환 소송에 나서는 제약사가 생길 수도 있는 판결 사례가 나온 것이다.
지난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삼아제약이 식약처를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분류조정 처분 거부 소송에서 "지난해 3월 원고에 대한 각 의약품 분류 조정 신청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분류조정 신청 거부는 역가를 판단하는데 있어 기초가 되는 사실 규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식약처 거부가 불합리 또는 부당하다고 봤다.
쟁점의 한가운데 있는 건 일반약 스테로이드 외용제 리도멕스(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다. 삼아리도멕스는 로션(1989년 허가)과 크림(1986년), 크림0.15%(2018년) 등 3개 제형 모두 식약처 시판 허가를 받고 판매 중이다. 접촉피부염, 아토피피부염, 지루피부염, 건성 등 다양한 피부질환에 사용한다.
앞서 삼아제약은 식약처의 의약품 분류 기준 규정(제2조분류의기준)을 근거로 전문약 변경을 신청했다. 해당 규정은 "외용제중 스테로이드제제는 성분·함량 또는 제형 등을 고려한 역가(Potency)에 따라 분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로는 분류 전환할 근거가 없다"며 거절했다.
식약처는 역가에 따라 1~6등급은 전문약으로, 7등급은 일반약으로 허가하고 있다. 식약처가 발주해 지난 2014년 8월 15일부터 2015년 7월 14일까지 진행된 '스테로이드 외용제의 부작용 조사·연구 용역'에선 리도멕스 성분 프레드니솔론발레로아세테이트 크림과 로션, 연고 제형을 Low(6·7등급)에 포함했다. 당시 연구팀은 성분과 함량, 제형에 따라 역가를 4단계(Ultra high, High, Moderate, Low)로 분류했었다.
대한소아과학회도 스테로이드 등급을 1·2등급, 3·4등급, 5·6등급, 7등급 등 총 4개로 나눈다. 그러나 리도멕스를 '5·6등급(약한 강도)'의 전문약이라고 본다. 리도멕스 오리지널은 일본 코와(Kowa)사가 1980년대 초 Ante-drug으로 개발한 제품으로 일본에선 전문약으로 분류됐다.
식약처와 이같이 시각 차이가 나자 삼아제약이 학회 가이드라인과 국제 기준에 따라 "리도멕스를 5·6등급 전문약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판까지 가게 된 것이다.
소송 쟁점된 '역가'는 의약품 강도를 의미
역가는 쉽게 말하면 의약품 효능·효과의 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피부에 발랐을 때 혈관확장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앞서 식약처가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함량과 역가에 따라 전문약으로 구분한다"는 규정을 만든 것도 '강도'에 따라 분류하기 위한 것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소 스테로이드제는 혈관수축과 항염증, 면역억제, 증식억제 작용을 한다. 혈관수축은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같은 혈관확장 물질 분비를 억제해 모세혈관을 수축시키고 홍반 감소 등 항염증 작용을 나타낸다.
바로 이 혈관수축 능력에 따라 역가를 7등급으로 나눈 것이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제제는 오·남용 우려가 있다. 빠른 내성으로 혈관수축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모세혈관이 잘 수축되지 않아 더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리도멕스는 유·소아의 각종 피부 질환에 오랜 기간 처방돼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제품 역가에 맞는 전문약으로 재분류를 원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몇년 간 스테로이드 외용제 시장에서 일반약보단 전문약이 많이 공급된 것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의 스테로이드 외용제 부작용 조사·연구에 따르면 2015년 6월까지 생산·공급 기록이 있는 스테로이드 외용제 중 피부용제는 745품목이었다. 이중 일반약은 303품목(40.7%)인 반면 전문약은 442품목(59.3%)이었다.
전반적으로 전문약이 일반약 대비 공급이 많았고 그 차이는 2011년 기준으로 488억원이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김민건 기자(kmg@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