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 [DP스페셜] 수당 인상요구에도 번번히 무산...약무직 사기 저하
"약사회가 나서 공직약사 불합리한 처우 바로 잡아야"
국립정신건강센터 약제부, 인사혁신처·복지부 건의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공직약사의 기본 봉급 외 지급되는 '약사 특수업무수당'의 불합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공직약사 면허수당은 1986년 최초 책정된 월 7만원에서 34년째 제자리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수의사, 간호사 등 타 보건의료 직능이 꾸준히 수당을 올려온 것과 비교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결국 연봉과 직결되는 낮은 약사 수당은 공직약사 인력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타 면허 대비 현저히 박한 대우에도 자존심을 꺽어가며 공직에 헌신할 약사가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 공무원의 경우 규정에 따라 약사 수당 지급액이 예외없이 일괄 월 7만원으로 묶여있는 반면, 의사 수당은 급수에 따라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도록 풀어놓은 점도 직능 간 수당 격차를 가파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직능별 수당 인상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만 해도 일반의(전공의를 제외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와 전문의 수당은 세 차례에 걸쳐 상향됐다.
1991년 6월 기준 서울시 3급 전문의·일반의 수당은 41만원, 4급 55만4000원, 5급 47만1000원이었다. 1993년 7월에는 3급 전문의·일반의 수당 71만원, 4급 전문의 60만9000원·일반의 55만4000원, 5급 전문의 60만9000원·일반의 51만8000원으로 올랐다.
2003년 9월에도 3급 전문·일반의 101만원, 4급 전문의 90만9000원·일반의 85만4000원, 5급 전문의 90만9000원·일반의 81만8000원으로 재차 상향조정됐다.
국가 공무원 역시 약사 수당이 7만원인 대비 의사 수당은 최저 60만원에서 최대 95만원까지 지급되도록 책정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2년 미만의 일반임기제 나급 의사 국가 공무원이 의료취약지인 군 단위 지역에서 근무할 때 받는 수당은 월 95만원(특별·광역시 근무 시 월 60만원)이다. 연차가 쌓이면 수당도 비례해 오른다.
공직약사 수당 7만원과 비교할 때 약 13.5배 많은 액수다. 약사 수당은 연차가 쌓여도 오르지 않는다.
수의사 역시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수당이 올랐다. 1994년 7만원이던 수의사 수당은 2012년 15만원, 2017년 25만원으로 조정됐다. 광역시·도 관할구역 내 시·군 공직수의사는 월 25만원 초과, 50만원 이하 범위에서 시·군 조례로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 마저 붙었다.
34년 동안 면허 수당 변동이 없는 직렬은 약사(7만원)와 함께 간호사(5만원)가 유일한데, 간호사 일부 직렬은 몇년 전 '간호진료 가산금 5만원'을 인정받는데 성공해 사실상 간호직렬 역시 약무직렬 수당을 뛰어 넘은 상태다.
약사들은 왜 공직약사 수당이 타 직능 대비 현저히 낮아야 하는지, 줄기찬 수당 인상 요구에도 변동없는 고정 수당 7만원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 의아해한다.
과거 대비 환자 중심 약료 서비스와 마약류·향정약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의약품 안전사용·관리 전문 약제업무가 급증한 현실이 약사 수당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약학대학 학제가 과거 4년제에서 6년제로 개편되고 임상약학 전문 업무도 고도화됐지만 공직약사 처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일선 약국가나 병원, 제약업계와 비교해 낮은 보수로 공직약사 인력난은 심화되는 실정이다.
실제 2016년 기준 국립병원 7급 1호봉 약사 초임 연봉은 2900만원 수준이다. 반면 공직이 아닌 다른 분야 약사 초임을 살피면 병원약사는 약 3500만원에서 6500만원, 약국 근무약사 6000여만원(월급 500만원 계산 시), 제약사 취업 약사는 4000만원 이상으로 공직약사 대비 크게 높다.
서울 모 보건소 공직약사는 "약사가 수당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다. 수당은 결국 봉급이자 공직에서의 자존심 문제"라며 "똑같이 일하고 수긍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당 격차를 겪으면 속된 말로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이 약사는 "간혹 선·후배 동문을 만나면 할 일은 많고 수당이나 봉급은 적은 공직약사를 권하기는 커녕 체면이 서지 않을 때도 많다"며 "이제 공직약사 처우개선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공론화 할 때"라고 했다.
부당한 약사 수당 문제를 개선하는 데 양 팔을 걷어부친 기관도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약제부가 대표적인데, 인사혁신처와 보건복지부에 약무직 공무원 수당 인상을 적극 요청하고 나섰다.
정신건강센터는 정부를 향해 약무직 수당을 기존 7만원에서 329% 인상한 30만원으로 올리고 약무직가산금 10만원과 마약류 관리자 가산금 5만원을 신설해달라고 요구했다. 34년동안 한 푼도 오르지 않은 약사 수당을 현실에 맞춰 소급해 상향해야 한다는 논리다.
정신건강센터는 약사 수당 조정 근거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무작정 지난 미인상분을 소급 적용해달라는 주장이 아니라 약사 업무에 대한 정당한 댓가를 지급받겠다는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인사혁신처와 보건복지부에 요구한 약무직렬 수당 개선안
구체적으로 센터는 ▲2013년 약사법 개정으로 약물 유해반응·부작용 보고 의무화 ▲2014년 모든 환자에 대한 대면 접촉 후 구두·서면 복약지도 의무화 ▲2017년 DUR(약물사용평가) 의무화로 약사 처방중재·책임 증가 ▲2018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시행 의무화 등을 약사 수당 상향조정 근거로 내놨다. 34년동안 늘어난 약사 업무량 만큼 수당도 올려야 한다고 했다.
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혁처와 복지부에 약사 수당 현실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복약지도 의무화, DUR, 마약류통합관리 등 약사 업무를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데 수당은 7만원"이라며 "의사와 비교하면 의사는 거듭 상향조정돼 지금 95만원까지 받는다. 간호사 역시 몇 해 전부터 가산금으로 5만원을 더 받아 사실상 1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약무직 수당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결국 소수직렬의 비애다. 왜 공직에 헌신하는데도 그에 부합한 처우를 제공하지 않는지 답답할 따름"이라며 "수당 문제는 결국 낮은 보수로 인한 약사인력 수급 불안으로 이어진다. 국민이 약사 전문성이 결여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한약사회도 공직약사 수당 현실화 문제에 공감하고 대내외적 활동으로 처우 개선에 힘을 더할 계획이다.
먼저 약사회는 김대업 회장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기존 공직약사위원회를 없애고 직능균형발전위원회를 신설했다. 개국약사에만 치우친 회무가 아닌 병원약사, 공직약사, 산업약사 등 다양한 직능군의 약사 회무를 고루 발전시키겠다는 포부가 담긴 조직 개편이다.
나아가 약사회는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과 간담회를 추진하고 공직약사 임금, 근로조건, 채용인력 등 통계를 산출해 객관적 근거로 제도 개선에 앞장선다는 비전이다.
약사회 직능균형발전위원회 임은주 이사는 "공직약사 처우 개선 문제는 이제 더 두고 볼 수만 없는 상황이다. 약사회가 약사 면허수당 현실화와 공직약사 명예회복을 위해 전천후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안으로는 객관적인 통계지표를 마련하고, 밖으로는 국회와 정부기관 협의를 이끌어 내 34년째 제자리 걸음인 공직약사 근무환경을 선진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