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수입품목 미검출…나머지 392개 검사결과가 변수
제약 "작년 사태 반복될까 우려…인체 무해 결론에도 매출 회복 안돼"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업계가 또 다시 의약품의 불순물 파동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 위장약 '잔탁(성분명 라니티딘)'에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국내에도 불똥이 튈지 우려가 크다.
문제가 된 NDMA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를 촉발한 발암가능물질이다. 당장 문제의 잔탁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보건당국의 긴급점검에선 NDMA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추가 점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잔탁 제품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라니티딘 함유 완제의약품은 총 395개다. 국내제조 품목이 392개, 수입 품목이 3개다. 업체수로는 241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식약처가 긴급으로 수거·검사한 품목은 수입된 3개 품목에 그친다.
문제는 나머지 392개 품목이다. 식약처는 향후 이들 품목에 대해서도 수거·검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품목취소 등을 제외한 사실상 전수조사다.
이 392개 품목에 대한 검사결과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사르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료의약품 제조 공정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합성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해당 품목의 '판매중단'과 '회수·폐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란 예상이다.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는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만들어졌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라는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테트라졸 형성 이후 아질산을 사용해 급랭시키는 과정에서 NDMA가 생성됐다.
만약 외부요인이 아닌 라니티딘 제조과정에서 NDMA가 생성된 것으로 확인되면 국내 유통 중인 라니티딘 제제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발사르탄 사태 땐 175개 품목이 판매정지와 회수 조치를 받았는데 대부분 중국 제지앙화하이의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다. 국내에서 유통 중인 라니티딘 원료의약품은 제조소가 11곳에 불과하다. 특정 원료의약품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동일 원료를 사용 중인 완제의약품 전반에 걸쳐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르탄계열 원료의약품 중 NDMA 및 NDEA 생성 원인(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약업계에선 발사르탄 사태 때 식약처의 가혹한 조치가 손실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식약처는 2015년 1월 이후 NDMA가 포함된 발사르탄 원료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이라면 어김없이 판매중단을 지시했다.
미국 사례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원성을 샀다. 미국의 경우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문제의 원료를 사용한 제품만 회수한 바 있다.
이후 식약처와 미국 FDA가 연달아 불순물의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해 '무시할 만한 정도'라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매출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이미 제네릭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탓이다.
제약업계의 우려도 여기서 기인한다. 당장 392개 라니티딘 제제 중 하나라도 NDMA가 검출될 경우, 판매중지에 따른 일시적인 손실에 더해 사실상 반영구적인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입을 모아 지난 발사르탄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고 있다.
라니티딘 제제를 판매 중인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가 있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발사르탄 사태가 재현될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제약사는 앞서 발사르탄 사태 때 관련 품목의 판매중단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자체 조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아직 제대로 정립된 실험법이 없어서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제약업계에서는 벌써부터 NDMA 검출 의약품에 대한 강경한 처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제약사들은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는데도 판매금지와 회수 처분이 가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NDMA가 검출된 화하이 발사르탄 사용 완제의약품을 실제로 복용한 환자의 개인별 복용량과 복용기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정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이 전 생애동안 평균 암발생률에 더해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계산됐지만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 기준(10만명 중 1명 이하) 보다 위해 우려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FDA는 지난달 "니트로사민계 불순물 함유 ARB를 복용한 환자들이 암에 걸릴 가능성은 지난해 발표된 예상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발표했다. 당초 FDA는 지난해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불거졌을 당시 "NDMA가 함유된 발사르탄 최고용량(320mg)을 4년간 복용할 경우 8000명 중 1명꼴로 암에 걸릴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FDA는 ARB 계열 모든 약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예상한 유해성보다 낮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얼마 전 NDMA 함유 발사르탄제제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여론에 휩쓸려 지난 발사르탄 사태 때처럼 판매중단과 전량회수 조치가 내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