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유한양행, 글로벌 3상임상시험 착수...한국부터 피험자 모집 시작
얀센, 이중항암항체와 병용임상에 주력...타그리소와 차별화 시동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항암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이 글로벌 임상시험대에 오른다. 유한양행 주도로 레이저티닙의 폐암 1차치료 가능성을 평가하는 3상임상시험이 국내 연구자 모임을 갖고 다국가 연구의 첫 발을 뗐다. 이번 3상임상을 계기로 레이저티닙 단독요법과 병용요법을 동시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유한 주도 '레이저티닙' 글로벌 3상임상, 환자 모집 시작
4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칼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달 30일 레이저티닙의 폐암치료제 단독요법 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3상임상시험계획을 신규 등록했다.
'LASER301'로 명명된 이번 연구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를 동반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대상으로 레이저티닙의 안전성과 종양억제 효과를 평가하는 데 목적을 둔다. 현재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일차치료제로 사용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항암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와 비교를 통해 레이저티닙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유한양행은 첫 번째 환자의 무작위배정 시점을 기준으로 27개월 시점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일차유효성평가변수로 설정했다. 이차유효성평가변수는 객관적반응률(ORR)과 전체생존기간(OS), 반응지속기간(DoR) 등이다. 일차 데이터 취합시기는 2022년 12월로 예정됐다.
유한양행 측은 "글로벌 3상임상의 첫 번째 국가로 한국에서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 세르비아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레이저티닙의 임상시험계획승인 신청을 완료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향후 전 세계 17개국을 목표로 레이저티닙 3상임상 참여국가수를 점차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작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IND 승인을 받은 이후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참여를 확정한 국내 27개 병원 대상으로 연구자 모임을 열어 3상임상 관련 세부사항을 공유했다.
레이저티닙 3상임상을 총괄하는 세브란스병원 조병철 교수를 비롯해 영남대병원 이경희 교수,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상위 교수,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 삼성서울병원 안명주 교수, 중앙대병원 장정순 교수, 충북대병원 이기형 교수, 서울대병원 김동완 교수 등 암연구 분야 저명한 의료진들과 관계자 100여 명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레이저티닙' 병용임상 주력...이중항암항체와 시너지 기대
업계에서는 올해가 레이저티닙의 상업화 가치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얀센 주도의 병용임상과 유한양행 주도의 단독임상 모두 글로벌 개발단계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임상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다.
레이저티닙은 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치료 또는 EGFR T790M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치료 목적으로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11월 얀센 바이오텍에 레이저티닙을 기술이전하면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달러(약 550억원)를 받았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최대 12억500만달러를 확보하는 조건이다.
▲레이저티닙과 JNJ-61186372 병용요법의 활용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전임상 결과(자료: J&J)
존슨앤드존슨(J&J)은 그룹 차원에서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 개발에 힘을 싣고 있다. 기술수출 7개월 여만인 지난해 6월 FDA로부터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의 글로벌 1상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데 이어 9월에는 자체 개발 중인 이중항암항체 'JNJ-61186372' 글로벌 1상임상 계획을 변경하면서 레이저티닙과 JNJ-61186372 병용투여군을 추가하고 피험자모집 규모를 대폭 늘렸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레이저티닙과 JNJ-61186372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1상임상에 새롭게 착수했다. 단독임상이 기술이전에 앞서 확인된 종양억제효과를 재확인하는 용도라면 병용임상은 레이저티닙의 새로운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편인 셈이다.
J&J은 작년 5월 IR 행사에서 JNJ-61186372와 레이저티닙을 제약사업부의 10대 유망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2023년까지 FDA 신약허가신청(NDA)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얀센이 계열내최초 신약(First-in-class)이 아닌 레이저티닙을 거액에 도입하고, 유망 파이프라인으로 지목한 배경으로 JNJ-61186372와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거론한다. 후발주자 격인 레이저티닙이 JNJ-61186372와 병용요법을 통해 활용 범위를 넓힐 경우 블록버스터 약물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조건부승인 가능성 제기...2상임상 분석 발표에 업계 관심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유한양행이 레이저티닙의 국내 조건부허가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지난해 종료된 레이저티닙 2상임상이 최종 분석에서 타그리소 대비 우월성을 입증할 경우 임상3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국내 식약처는 치료제가 이미 존재하는 질환군의 경우 ▲기존 치료제보다 개선된 효과를 나타내거나 ▲기존 치료제와 유효성이 유사하고 기존 치료제에서 발생하는 중대한 독성이 없는 경우 등 의미있는 장점을 갖춘 의약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조건부허가를 내주고 있다.
레이저티닙은 EGFR-TKI 투여 후 T790M 돌연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1/2상임상시험 중간 분석 결과 우수한 폐암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작년 10월 란셋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7년 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모집된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27명 중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ORR)은 57%로 집계됐다. 120mg 이상의 용량을 투여한 환자에서는 반응률이 60%까지 높아졌다.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완전관해에 도달한 환자도 3명으로 확인됐다.
레이저티닙 투여 후 암이 추가로 진행되지 않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기간을 의미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은 9.7개월이었고, 120mg 이상을 투여한 환자는 PFS가 12.3개월까지 길어졌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이상반응은 여드름을 포함한 발진과 가려움증으로, 각각 30%와 27%의 비율을 보였다.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 발생률은 16%였는데, 레이저티닙 투여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지는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3%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록 타그리소와 레이저티닙을 직접 비교한 임상결과는 존재하지 않지만, 레이저티닙이 2상임상 최종 분석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대비 탁월한 효과를 입증할 경우 조건부승인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5월 말~6월 초에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0)에서 레이저티닙의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2상임상 분석 결과가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 레이저티닙 2상임상시험을 완료하고 분석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 내 분석완료를 목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