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본사, 경영효율화 취지로 사업분할 결정...조직개편 예고
항암제·백신 등 존속...피임약·바이오시밀러 등은 분리
한국법인 직원들 거취 불확실성에 불안심리 확산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머크(미국 MSD)가 사업부 분리를 선언하면서 한국법인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여성건강 관련 제품과 특허만료의약품, 바이오시밀러 등을 담당할 독립 법인을 연내 출범한다고 예고하면서 향후 거취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MSD 사업분할 결정...신설법인에 여성건강·바이오시밀러 제품 등 양도
MSD는 5일(현지시각) 콘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사업분할(spin-off) 계획을 공식화했다.
기존 제약사업부를 2개로 쪼개고, 별도의 독립법인(가칭 NewCo)을 세워 여성건강 관련 제품과 심혈관질환, 호흡기, 통증 분야 제품, 바이오시밀러 제품 등을 전담시키겠다는 방침이다. MSD는 항암제와 백신, 스페셜티 제품, 동물건강 분야 등 나머지 의약품과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렌플렉시스'와 '브렌시스', '온트루잔트' 등 MSD 본사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계약을 통해 유통 중인 바이오시밀러 제품 ▲에토노게스트렐 임플란트인 '넥스플라논' 프랜차이즈, 피임약, 출산용 제품 등 여성건강사업부 제품 ▲고지혈증 치료제 '제티아', '바이토린', 호흡기질환 치료제 '싱귤레어'를 비롯해 피부과, 통증 치료제 등 특허만료 의약품 90여 종이 신설법인으로 넘어간다.
▲MSD가 공개한 사업분할 계획(자료: 머크 콘퍼런스콜)
'키트루다'와 같은 항암제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 해독제 '브리디온',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등 나머지 제품은 MSD에 남는다.
켄 프레지어(Ken Frazier)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기업분할을 결정했다. 2개의 회사 모두에 집중적인 투자와 성장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1년 상반기를 목표로 향후 몇달간 신설법인 설립 절차를 진행해 나겠다"고 예고했다.
현재 MSD가 보유 중인 피임, 불임 관련 제품을 바탕으로 신설법인을 여성건강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목표다. 심혈관질환과 피부질환, 호흡기질환, 통증,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제약바이오기업들과 적극적인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한국MSD, 올해 4분기 이내 분사완료 계획...조직개편 임박
본사 방침에 따라 7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인 한국법인도 조직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MSD는 6일 오후 화상으로 전 직원 대상의 타운홀 미팅을 열어 기업분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한국MSD 경영진은 법인에서 임직원들의 소속은 그간 전담해온 제품 포트폴리오가 속하는 사업부를 따르게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한국MSD 산하 4개 사업부 가운데 '프로페시아', '싱귤레어' 등 호흡기, 피부질환 등을 취급하는 DB(Diverse Brand) 사업부 소속 직원 100여 명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치료제를 취급하는 PC(Primary Care) 사업부 소속 일부 직원들이 영향권이다. 신설 법인이 완전히 독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분사 이후 사무실도 별도 운영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가다실' 등 백신 제품군을 전담하던 영업마케팅 직원은 MSD에 남고, '싱귤레어' 등 DB 사업부 제품을 전담하던 영업마케팅 직원은 신설법인으로 이동해야 한다. 두 회사 제품을 모두 담당하던 직원들이나 영업마케팅 부서 이외 내근부서에 대한 분배 기준은 아직까지 구체화하지 않았다. 본사가 정하는 사업부 운영모델에 따라 소속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3분기경 거취 여부를 개별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한국MSD 경영진은 "한국은 본사 일정과 별개로 올해 4분기 이내에 분사를 완료 할 것으로 예상한다. 임상관련 부서를 제외한 내근직 일부도 신설법인으로 이동할 예정이어서 분사인원을 예측하기 어렵다"라며 "다음주 부서세션을 통해 자세한 사항을 안내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법인 직원들 혼란가중...사측, "ERP 시행계획 없어"
갑작스런 결정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타운홀에 참석한 직원들은 신설법인으로 이동할 경우 근속년수 승계 여부와 급여, 복리후생 조건을 비롯해 신설법인 설립 이후 매각, 인수합병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근속년수가 승계되지 않거나 사업분할 시점에 퇴직금을 중간 정산할 경우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MSD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간퇴직금을 정산하거나 ERP를 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근속년수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라며 "신설법인 설립 이후 매각, 인수합병 계획에 대해서도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절감이 아니라 장기 성장을 위한 결정이기 때문에 사업분할 이후에도 직원들의 성장과 커리어 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