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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공포에 실적압박까지"...영업사원의 비애
기사입력 : 20.02.27 06: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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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경기지역 약국담당 국내사 영업사원 A씨

“회사서 같은 목표 제시…방문자제·재택근무 방침도 별 수 없다”

지역 첫 확진자 발생에도 “월말 수금시기, 방문할 수밖에” 토로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당연히 불안하죠.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회사에선 방문을 자제하라지만, 이달 목표를 맞추려면 별 수 없습니다."

한 국내 제약사의 OTC사업부에서 영업사원으로 5년째 근무 중인 조성근(35·가명) 대리가 말했다. 경기도 모 지역의 약국 90여 곳이 그의 담당이다. 그의 동의를 얻어 25일 하루 동행취재를 했다.

◆지역 첫 확진자 발생…약국도 영업사원도 대혼란

동행취재 하루 전인 24일 오전, 마침 이 도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나왔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이 지역에서 발생한 첫 확진 사례다.,

조씨와 신시가지로 나섰다. 거리엔 사람이 없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적막감을 더했다.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평소보다 사람이 눈에 띄게 적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전국 코로나19 확진자는 1000명을 돌파헸다. 조씨와 함께 방문한 경기 모 지역의 경우 신규로 2명의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자료 질병관리본부, 2월 25일 오후 4시 기준)


그와 함께 방문한 약국에선 묘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약국을 홀로 지키던 약사는 문이 열리자마자 마스크를 착용했다. 조씨가 인사를 건넸다. 둘은 구면이었다. 안부인사는 첫 확진자 소식으로 대체됐다. 약사는 "확진자가 방문한 의원과 약국이 문을 닫았다더라"고 전했다.

두 번째 약국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약사는 우려 섞인 목소리로 "확진자가 우리 약국을 방문했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며 "지금은 괜찮지만 우리 지역에 감염이 확산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마침 환자가 들어왔다. 마스크가 있냐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약사는 익숙한 듯 없다고 답했다. 환자가 떠난 뒤 약사는 같은 질문을 조씨에게 했다. 조씨 역시 없다고 했다. 대화는 길지 않았다. 약사도 조씨도 불필요한 대화는 최대한 줄이려는 것처럼 보였다.

조씨는 "영업사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언제 내가 감염이 되고, 또 언제 다른 누군가에게 감염을 시킬지 몰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휴업안내' 붙은 확진자 방문 약국

확진자가 방문했다던 약국을 찾았다. 조씨의 담당 약국이기도 했다. 24일 확진자 발생 후 방역은 마무리된 상태로 보였다. 근처를 지나는 사람은 없었다. 약국 문에는 '휴업안내'가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월요일 오전 의심환자(이후 확진자로 판명)가 다녀갔다. 안전을 위해 수요일(26일) 검사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적혀 있었다.

 ▲확진자가 다녀간 약국의 문에 이틀간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각 지자체 발표를 종합하면 25일 오후 3시 기준 전국에 코로나 확진자가 방문한 약국은 103곳 내외다.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약국은 기본적으로 방역을 진행한다. 여기에 밀접접촉 여부에 따라 자가격리·휴무 등의 조치가 뒤따른다. 방역 후 다음날까지는 운영이 불가능하다. 권고사항이지만, 지자체가 강력히 유도한다.

◆평소보다 최대 10곳 더 많이 방문…"월말 대금결제 때문"

이날 오전 조씨가 방문한 약국은 24곳이었다. 오전·오후 각 12곳을 방문했다. 평소보다 오히려 많았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그는 "평소 오전·오후 각각 7~10곳 정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그럼에도 조씨가 약국 방문을 늘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조씨가 방문한 약국은 총 24곳이었다. 거의 모든 약국에서 마스크가 품절됐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이런 안내에도 약국에서 마스크를 찾았다.


월말 수급시기와 겹쳤기 때문이다. 대부분 제약사는 월말이 되면 각 약국에 공급한 의약품 대금을 결제한다. 대금 결제(수금)는 꽤 민감하면서도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에 영업사원의 직접 방문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자신에게 온 문자메시지 2통을 보여줬다. '코로나 확산 우려로 이번 주 방문과 결제가 어렵겠다'는 내용이었다. 수신일은 24일이었다.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조씨와 이동 중에 비슷한 메시지가 한 통 더 도착했다. '꼭 이번 주에 결제를 해야겠느냐'는 뉘앙스였다. 결국 그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역 확진자 발생과는 별개로 방문 자제를 요청한 곳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그의 담당 90여곳 중 최소 4곳에서 수금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는 "하필 수금을 하는 주가 시작되자마자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와 혼란이 커졌다"며 "4곳은 결제금액이 크지 않지만, 만약 결제액이 큰 약국에서 (결제가) 어렵다고 하면 이달 목표를 채우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선 '방문자제' 권고…현장선 "실적 맞추려면 별 수 있나"

조씨의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영업직에 내린 조치는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조씨는 이날 평소보다 더 많은 약국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표면적으론 '수금시기와 겹쳤기 때문'이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영업사원에겐 판매실적만큼 수금실적이 중요하다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신규거래처를 확보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월말 수금을 얼마나 하느냐에 각 영업사원마다 주어진 목표치가 있다.

 ▲코로나 사태 전후 조씨의 일과. 오히려 전보다 약국방문 횟수가 늘었다. 수금시기가 맞물린 탓이 있지만, 진짜 이유는 실적압박 때문이라고 조씨는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전국규모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대부분 회사에선 예전과 같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번 사태를 기회로도 보는 일부 제약사도 있다. 다른 곳의 방문이 줄었을 테니, 이 틈에 적극 방문해 신규거래처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는 답답한지 잠시 마스크를 풀고 하소연했다.

그는 "걱정이 왜 안 되겠느냐"며 "그러나 수금실적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영업사원 입장에선 회사 권고가 별 의미가 없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영업사원은 이번 주 더욱 많은 약국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경우 이달 수금을 할 수 없는 약국이 이미 4곳에 이른다. 여기에 각 약국의 매출감소도 걱정이다. 약국가에선 이번 사태로 인해 환자가 20~40%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량도 이와 비례해 줄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수금할 수 있는 약국의 수가 줄고, 각 약국의 판매량도 줄었다. 그럼에도 실적에 대한 압박은 예전과 같다. 조씨를 비롯한 일선 영업사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래처 방문을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택근무 지침 내려온 회사 직원, 오늘도 출근했더라"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실적목표 하향조정' 같은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불필요한 방문 자제'나 '전 영업지점 재택근무'로는 영업사원을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모든 영업사원에 재택근무 지침을 내린 제약사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씨는 "한 제약사는 오늘부터 모든 영업사원에게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우리 지역 직원은 출근했다"며 "이와 별개로 실적을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가 실적목표를 조금만 줄였으면, 혹은 실적평가를 미뤄줬으면 한다"며 "그래야 영업사원은 물론 약국과 회사까지 모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모쪼록 소탐대실하는 상황이 없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몇몇 제약사에선 일선 영업사원의 실적목표를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실적평가를 미루기로 결정한 제약사도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는 극소수다. 나머지 대부분은 압박의 강도가 예전과 같다. 조씨 회사도 그중 하나다. 마지막 약국의 방문을 마친 뒤 조씨는 말했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내일도 24~25곳 정도를 방문하려고 합니다. 얼마나 더 많은 곳에서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할지 모르니, 그 전에 수금을 해야 실적을 채울 수 있으니까요. 당장은 코로나보다 실적압박이 무섭네요."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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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시국에도 윗 상사들의 마인드 옛날엔 ... 나때는...
    전쟁이 나도 실적 100프로는 하는거야... 100프로 아니면 의미 없어 ...
    이와중에 100프로 하는 사람도 있어.... 방문 처수가 적어...
    옛날이랑 지금이랑 같은지...부터 생각 하시길
    회사의 비전... 시대의 흐름을 맞춘 변화...혁신....
    저런 꼰대들 썩은물 들이 있으면 절대 변화 할수 없는 조직
    정신좀 차리자 꼰대들아...
    20.04.26 18:32:11
    0 수정 삭제 0 0
  • 잘못된 식민지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등..
    안되는건 안되는 거야.
    20.02.28 08:52:06
    0 수정 삭제 1 0
  • 보고계십니까??? 대표님
    20.02.27 19:52:28
    0 수정 삭제 2 0
  • 참 나쁘다. 겉과 속이 다른 놈들..
    20.02.27 08:55:22
    0 수정 삭제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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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 코로나 공포에 실적압박까지...영업사원의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