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등 4개 업체 "중국 코로나 영향…3월 중순 공급재개"
"사태 장기화 땐 본격 수급난" vs "대규모 수급차질 없을 것"
▲3월 2일 오전 9시 기준 국내외 코로나19 발생현황(자료 질병관리본부)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중국산 원료의약품 수급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가 본격화하는 게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중국산 시메티딘 원료의약품의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해당 업체가 밝힌 이유는 '중국 내 코로나 사태'다.
문제가 된 원료의약품 공급업체는 중국 충칭(重庆)시에 위치한 'CHONGQING QINGYANG PHARMACEUTICAL'이다. 충칭시는 중국 4개 직할시 중에 하나로, 이번 코로나 사태의 발원지인 후베이성(省)과 경계가 닿아 있다.
이 업체로부터 시메티딘 원료의약품을 공급받는 한국 제약사는 총 4곳으로 확인된다. 휴온스와 JW중외제약, 베이스팜, 대신무약이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시메티딘 원료의약품의 공급재개 시점은 이달(3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3월 중순 이후 2개월에 한 번씩 10로트(Lot) 분량의 원료의약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보고 있다.
예상대로 원료의약품이 공급될 경우 이르면 4월말 늦어도 5월부터는 문제없이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국내사들은 중국 외에 한국·스페인산 원료의약품을 등록하면서 공급처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시메티딘 원료의약품이 품절된 것은 사실이다. 다른 의약품은 문제없다"면서 "중국정부가 춘제(春节, 중국의 설) 연휴를 2월 초까지 늘리며 전국 기업·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는데, 그 영향을 받았다. 현재는 중국공장이 정상가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의존도 큰 업체 "사태 장기화 땐 수급난 우려"
이 같은 소식에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그간 우려했던 중국산 원료의약품의 수급불안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원료의약품 등록(DMF) 현황. 등록된 원료 5개 중 1개(5363개 중 1215개, 21.6%)는 중국산이다. 이 가운데 후베이성 원료의약품은 98개 품목으로, 이 지역의 원료의약품 생산업체는 10여개로 파악된다(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현재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DMF) 5636개 중에 중국에서 들여오는 품목은 1215개에 달한다. 등록된 원료의약품 5개 중 1개는 중국산이라는 얘기다. 이 가운데 발원지인 후베이성에서 들여오는 품목의 수는 총 98개다.
상당수 중국공장은 춘제 연휴가 종료되고 정상 가동됐지만, 일부는 여전히 가동을 멈춘 상태로 전해진다.
중국 지방정부가 전염병 감염가능성이 없는 공장에 한해서만 재가동을 승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해당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왔거나 의심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면 공장가동을 중단하는 식이다.
특히 업계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중국의 상황이 5~6월까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수급난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원료의약품의 중국 의존도가 큰 회사일수록 우려가 크다. 그중에서도 한방제제의 경우 사실상 중국에서 거의 모든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방제제를 주력상품으로 판매하는 국내A사 관계자는 "기존에 확보해뒀던 재고가 있고, 다행히 우리 회사의 DMF 업체는 생산에 차질이 없다"면서도 "중국에서 사태가 5~6월까지 장기화할 경우 업계 전반에 원료의약품 수급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한방제제 판매업체 B사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한방제제의) 중국산 원료의약품은 수급이 들쭉날쭉해서 문제였다. 당장은 재고가 있어 괜찮지만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수급난 없을 것…시메티딘은 특수 케이스" 반론도
반면 '대규모 수급난'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낙관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당장은 그간 비축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국내사들은 통상1~2개월치의 원료의약품을 비축해준다.
장기적으론 원료의약품 업체를 바꾸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같은 원료의약품이라도 생산업체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스페인 등 다양하다. 원료의약품 등록변경에 걸리는 기간은 행정절차 등을 포함해 한 달 정도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메티딘의 경우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수요가 폭증하고 공급은 줄어든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가 더해져 품절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시메티딘 수급난도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시메티딘은 지난해 라니티딘 사태의 풍선효과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바 있다. 게다가 국내사들의 주요 수입업체 중 한 곳(중국소재)이 코로나 사태 발생 전 갑작스레 문을 닫으면서, 나머지 몇몇 업체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상태였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관계자는 "식약처와 공동으로 중국산 원료의약품 수급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중국에서 춘제 연휴가 끝난 뒤로는 대부분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로, 현재 문제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가 충분한 원료의약품을 비축해둔 것으로 안다. 원료의약품 수급현황을 수시로 확인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며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원료의약품 업체로 바꾸면 된다. 이 과정이 조금 번거로울 수는 있으나, 생산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