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지오영·백제 이어 진입...영업익, 8년 간 하락세
다국적제약 정책변화, 글로벌물류회사 경쟁심화 등 요인 다양
[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쥴릭파마코리아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성장세를 타고 있음에도 영업손실이 누적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쥴릭은 지난해 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 26억원, 2018년 83억원에 이어 3년째 마이너스 실적이다.
매출이 성장세라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쥴릭은 최근 5년 간 매출이 2015년 7069억원에서 2016년 8894억원, 2017년 9709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2018년 8846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1% 성장하며 매출 1조184억원을 기록했다. 도매업체 중에는 지오영, 백제약품에 이어 세번째 1조원 돌파한 셈이다.
▲쥴릭파마코리아의 연도 별 매출(단위: 백만 원, 자료: 금융감독원)
그러나 실속을 챙기지는 못했다. 특히 도매업계 상위 20위 내 업체 중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기업은 쥴릭과 경동사 뿐이다. 경동사가 쥴릭의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상위 업체 중 영업손실을 입은 곳은 쥴릭이 유일하다.
쥴릭파마코리아는 스위스 의약품 유통글로벌기업의 한국법인으로, 지난 1998년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유통업체가 한국에 진출한 건 처음이었기에 초반 국내도매업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쥴릭은 초반 부진을 딛고 첨차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2016년 회계기준을 변경한 탓에 2016년 이전과 이후 매출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서비스 수수료만을 매출로 잡았던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쥴릭파마코리아의 연도 별 영업이익(단위: 백만 원, 자료: 금융감독원)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부침을 겪었다. 2003년 흑자전환 후 2007년과 2008년을 제외하면 2011년까지 성장세를 탔다. 그러나 2011년 40억원을 정점을 찍은 이후 영업이익은 매년 절반씩 줄어들었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최근 3년을 포함해 8년 간 영업이익 하락세가 지속된 셈이다.
유독 쥴릭만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쥴릭은 영업 환경 변화와 함께 시설과 서비스 투자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쥴릭 관계자는 "유통마진 축소, 매출증대를 위한 영업비용 증가,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를 비롯한 일시적 비용이 발생하며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다"며 "회사 설립 이후 의약품 유통은 물론,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강화하기 위해 운영 효율화, 디지털 솔루션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투자 증대 외에 다른 요인이 주효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의약품 유통환경 변화 중에서도 다국적제약사들의 정책 변화, 글로벌 물류회사 간의 경쟁 심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이다.
먼저 주 고객사인 다국적제약사 유통정책 변화다. 쥴릭은 다국적제약사의 주요 유통 파트너사였다. 쥴릭도 전체 매출의 90%가 다국적제약사 거래에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도매업체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받으려면 쥴릭과 도도매 거래를 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다국적제약사와 국내제약사 간 코프로모션이 활발해지면서 이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다국적사가 쥴릭이 아닌 국내제약사에 독점 유통권을 넘기면서 쥴릭이 독점해온 오리지널 유통 체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국내제약사는 쥴릭 뿐만 아니라 기존 거래 관계에 있는 모든 국내도매업체에 직접 의약품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쥴릭이 가졌던 독점권이 국내제약사로 넘어간 셈이다.
독점권이 사라진 쥴릭은 여타 도매업체와 같은 수준의 유통마진을 받게 됐는데, 독점유통을 맡았던 때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일 수 밖에 없다. 의약품 유통에 따른 매출이 성장해도 영업이익은 이전에 비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쥴릭파마의 베트남 물류센터(자료: 쥴릭파마코리아)
글로벌 물류업체들 간의 경쟁 심화도 쥴릭에겐 악재였다.
쥴릭 외에도 DKSH, 쉥커코리아 등 글로벌 물류기업이 최근 10년 간 잇따라 한국에 진출했다. 이들은 일반 소비재 유통 뿐 아니라 의약품 등 특수 물류에도 뛰어들었다. 다국적제약사 물류 위수탁 경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경쟁 과열은 거래처 축소나 수수료 인하로 이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 쉥커코리아의 경우 한국시장 진출과 동시에 상위 다국적제약사와 물류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까지 쥴릭에 물류를 맡기던 회사였다.
이밖에 약국 의약품 유통망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다. 국내도매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의약품 낱알반품, 1일 3배송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병원보다 약국 영업에 주력한 쥴릭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쥴릭도 신사업을 통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간 쥴릭은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약국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신사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약국 뿐 아니라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해 정보지를 발간하는 등 새로운 플랫폼도 시도했다.
국내제약사의 해외 진출을 돕는 서비스도 새로운 돌파구 중 하나다. 쥴릭이 동남아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대표적 경우가 보령제약 '카나브'와 '듀카브', '투베로'의 동남아 진출이다. 한독 '케펜텍'도 쥴릭 도움을 받아 싱가포르 등에 수출됐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사업에도 진출해 의약품 정보 사업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의약품 유통정보를 가진 업체인 만큼, 이와 관련된 4차산업 사업모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매업계 관계자는 "쥴릭은 글로벌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업체보다 사업확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사업이 얼마만큼 성과를 거둘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혜진 기자(7407057@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