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이약국] 유지선 약사의 유약국
패키징부터 POP까지 손수 제작...업무메뉴얼로 서비스 체계화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친절하고 복약지도를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간이 좋다고 느껴지는 약국을 만들고 싶었어요. 환자들이 약을 기다리며 머무르는 10~20분동안 약국이라는 공간이 안정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제 중심의 대형병원 문전에서 첫 약국을 시작하는 유지선 약사(30‧대구가톨릭대 약대)의 말이다.
▲유지선 약사(30‧대구가톨릭대 약대).
지난 3월초 서울 강북삼성병원 인근에 오픈한 ‘유약국’은 일반적인 조제중심 약국들과는 크고작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처방 비율이 높은 약국들이 대체로 동선과 공간의 실용성에 집중한다면 유약국은 환자의 ‘편안함과 안정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종이봉투와 박스 등의 패키징부터 가격표와 POP를 손수 제작한 유 약사는 약국을 찾아온 환자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운 ‘인상’을 남겨주고 싶다고 했다.
데일리팜은 유약국을 찾아 새내기 약사가 꿈꾸는 문전약국의 모습에 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입구부터 눈이 가는 디자인..."공간이 주는 힘 믿어요"
유약국은 흡사 카페에 들어서는 듯한 내외부 디자인으로 먼저 눈길을 끈다. 약국임을 알리는 네온사인과 통유리로 된 외벽은 환자들로부터 약국 안을 들여다보게 해 심리적 접근성을 높인다.
문을 열고 약국 안으로 들어서면 전면배치된 접수처와 투약구, 이를 마주보고 있는 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접수받은 처방전을 조제실에 전달하는 동선 때문에 접수처와 투약구를 출입구 쪽에 배치하지 않지만 유 약사는 환자의 편의와 동선을 생각해 과감히 결정했다. 환자들이 접수 후 약국을 둘러보거나, 테이블에 앉아 휴식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지인들과 인테리어업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투약구를 전진배치하는 약국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방전을 조제실로 넣는 동선이 고민이었고, 결국 카운터에 스캐너를 놓고 조제실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조제실에선 듀얼모니터로 처방전을 보며 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말이죠.”
환자들은 처방 조제가 이뤄지는 동안 카페에서나 볼 법한 긴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이 처방 접수 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상비약 정보지 등을 비치할 계획이다.
테이블에서는 휴대폰을 충전할 수도 있고, 테이블 위에 놓인 일반상비약 정보지 등을 비치해 약의 정보에 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졸업 후 1인약국과 메디컬빌딩약국, 문전약국, 소아약국 등에서 짧지만 최대한 다양한 약국들을 경험하며 머릿속에 그리던 약국의 모습이었다.
“공간에서 만족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기다리는 10~20분이 좋은 경험이었으면 했어요. 테이블에는 약에 대한 정보거리가 될 수 있는 읽을거리를 추가해 놓을 예정입니다. 약을 기다리는 시간을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있어요. 기다리는 공간이 편하고, 볼거리가 있다면 좀 더 편안하고 덜 지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약국이란 공간이 환자들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약사뿐만 아니라 종이봉투와 진열대도 환자 어루만져야”
▲직접 제작한 종이봉투와 약봉투 등의 패키징들.
유약국은 진열대의 중분류와 소분류 알림판, 가격표까지 모두 직접 디자인해 제작했다. 약을 담는 종이봉투와 패키징 스티커 등에도 신경을 쓴 이유는 모두 환자에게 줄 ‘즐거움과 인상’때문이었다.
"환자들이 약을 받았을 때에도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유 약사의 말에서 그가 왜 약국 곳곳의 작은 꾸밈까지도 신경을 쓰는 지 알 수 있었다.
"진열대를 설명하는 중분류와 소분류 이미지, 가격표, 패키지까지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약을 받았을 때에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이 잠시나마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가격표에는 환자들의 눈높이에서 알약의 크기가 어떤지 등의 자잘한 정보들을 추가해넣으려고 합니다."
▲이미지 스티커와 가격표도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디자인했다.
그가 인테리어와 조명, 공간 배치와 패키징 등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그것들이 모두 약국을 찾아온 환자를 어루만져 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행을 가면 유난히 자주 찾게되는 곳이 있는데, 그건 공간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이 따뜻하고 테이블과 종이봉투가 좋고, 시스템이 친절하다면 비록 약국이지만 환자들도 그 곳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업무매뉴얼로 모든 약사가 똑같은 서비스 제공
조제와 상담에 대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서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는 그는 환자들에게 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한 사람의 약사가 상담을 잘해주거나 친절하기 보다 약국에 오면 모든 약사와 직원들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주고 싶다는 이야기다.
"시스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복약지도를 잘 해주는데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면 그건 아니라고 봐요. 친절하게 복약상담을 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요. 그걸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모든 약국의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면 그 약국이 가진 힘이 되고, 곧 브랜딩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코로나로 인해 병원 출입문을 통제하면서 약국도 아직은 정상운영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운영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전까지 업무 매뉴얼 등을 구체화해놓고 환자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그는 스스로도 짧은 약국 경험과 문전약국이라는 특수성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에는 꿈에 그리던 약국을 실현해갈 거라는 기대감이 묻어있었다.
정흥준 기자(jhj@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