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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신라젠과 SK바이오팜 그리고 투자광풍
기사입력 : 20.06.22 06: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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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코스닥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지난 19일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거래소는 내달 중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신라젠의 상장폐지나 개선기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신라젠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신라젠은 2017년 11월 시가총액이 8조원대를 기록하며 코스닥 시장 전체 2위에 오를 정도로 각광받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후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실패 소식으로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최근에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체면을 구긴 상태다. 신라젠 전·현직 임원들은 자기자본 없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해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라젠은 임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임상 실패 발표 전 주식을 미리 팔아치운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받기도 했다. 현재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8000억원대로 최고점 대비 10분의 1 가량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이날 SK바이오팜은 코스피 상장 관련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내달 코스피 시장 상장 예정인 SK바이오팜이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 결과 국내외 총 1076개 기관이 참여해 무려 835.66대 1이라는 역대급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는 최상단인 4만9000원으로 확정됐다. 기관투자자들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8373억원으로 계산된다.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자마자 시가총액 4조원 규모의 대형 바이오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애초부터 SK바이오팜은 올해 상장 시장 최대어로 지목됐다. 뚜렷한 연구개발(R&D) 성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이미 미국 시장에 2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에만 수면장애신약 ‘수노시’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미국 식품의약품국(FDA) 허가를 따냈다.

기존에 국내기업의 기술로 개발한 신약 중 FDA 관문을 통과한 제품은 ‘팩티브’, ‘시벡스트로’, ‘앱스틸라’ 등 3종에 불과했다. 엑스코프리의 경우 국내 기업이 연구부터 개발, 허가까지 모두 담당한 첫 신약으로 기록됐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신약 기술수출 계약금 등으로 1238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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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미래가치 반영으로 주가가 치솟았던 것과 달리 SK바이오팜은 R&D성과를 들고 주식 시장에 입성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SK바이오팜이 모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다른 바이오기업들의 상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신라젠이 위기를 딛고 기적적으로 재기에 성공할 수도 있고 SK바이오팜도 탄탄대로를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신약 성과는 워낙 변수가 많다.

다만 많은 바이오기업들의 우여곡절을 보면서 한국 제약바이오업계가 위치한 현실에 비해 과도한 기대를 품은 건 아닌지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부진을 겪으면서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R&D 실체가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간 성패가 엇갈리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견해다.

하지만 최근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또 다시 불안감이 커져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 소식에 기업들의 주가는 치솟는 현상이 반복됐다.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가 제약바이오기업에게 주가 부양의 기회로 작용한 듯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우기 위해 코로나19와 연관된 호재성 뉴스를 내놓는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신라젠과 SK바이오팜의 상반된 뉴스가 등장한 지난 19일 KRX헬스케어지수는 4242.72를 기록하며 3달 전보다 2배 가량 상승했다. KRX헬스케어는 거래소가 선정한 주요 제약바이오주 83개로 구성됐다. 지난 3달 동안 웬만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는 평균 2배 가량 상승했다는 의미다. KRX헬스케어지수는 바이오 투자 광풍으로 주가가 동반 급등한 2년 전 수준에 근접했다.

빠른 시일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관련 R&D성과를 내놓는다면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임상실패 등의 소식으로 단기간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왔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R&D기대감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나 투자자들 모두 냉정해질 때다. 실체 없는 호재로 주가를 띄우는 시대는 지났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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