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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정 갈등 보건의료체계 정비 계기로
기사입력 : 20.09.03 0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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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추가
이평수 전 차의과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파업과 국시 거부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사항을 의정협의체에서 원점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하였다. 국회도 공공의대 관련 법안을 여야는 물론 의료 관련 단체 등 당사자들과 협의하여 처리하겠다고 하였다. 의료 관련 단체도 이러한 제안에 동의하였다.

그럼에도 전공의협의회는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하고, 의대생들은 면허시험에 응시를 취소하겠단다. 정부더러 정책의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압박한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국민에게 백기 들고 자신들에게 투항하라는 것이다.

국가가 의사에게 면허라는 특권을 왜 부여하고 그 면허를 왜 보호해주는가? 국가는 국민건강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의사라는 특권을 가진 면허인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라고 권한을 주었더니 의무는 하지 않고 권한을 역이용하여 국민과 정부를 협박하는 형국이다. 환자인 국민을 돌보지 않는 의사나 의사면허는 의미가 없다. 이유와 조건없이 의료현장으로 복귀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여야 할 이유이다.

전공의협의회가 계속적인 파업을 선언하면서 제시한 요구사항이랄까 파업이유는 두 가지이다. 전문가로서 존중받는 것과, 지방공공의료의 그롯된 정책을 바로 잡는 것이다. 이외에 그들이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이유까지 포함한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의사가 전문가로 존중받으려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의사라는 직업군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하여 의료행위를 독점적으로 행할 수 있는 권한을 특별히 부여받고 보호받는 인력이다. 의사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권한에 대한 의무로 국민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야 할 이유이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서 장기간 교육과 훈련을 받아 해당 분야에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지니고, 지식과 기술의 활용에는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보다 사회적 편익을 우선하는 집단을 일컫는다. 의사라는 전문가도 의료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국민건강 보호를 우선으로 할 때 국민의 신뢰를 받아 전문가로서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집단이 이러한 조건을 갖춘다면 의료에 관한 문제에 대하여 국민과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와 현실은 신뢰와 존중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의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전문가로 역할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의료제도의 개선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의사의 전문성은 의료행위의 전문성이다. 논란 중인 의사 수에 관한 사항은 의료에 관한 사항 중 의료행위 보다는 의료정책에 관한 사항이다. 정책의 목표를 정하고, 정책 대상자에게 적용할 효과적인 수단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현재의 갈등은 정책 대상자인 의사들이 자신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저항이다.

모든 정책은 규제와 지원이라는 상반된 방법이 활용된다. 전반적으로는 규제와 지원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제 분야는 규제보다 지원이, 의료를 포함한 사회 분야는 지원보다 규제가 우선 적용된다. 사회정책은 국민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의사 등 주요 인력과 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을 자격이나 신고가 아닌 허가(특허)로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의사가 국민으로부터 전문가로 신뢰받고 존경받기 위해서는 지원 외에 합당한 규제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의사집단에 대하여 합당한 규제를 요구하기도 하고 자체 규제 기능도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파업을 정당화하고 앞으로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고 받기 위해서는 신뢰받을 수 있는 전문가 자세로 제도개선에 적극 참여하여야 할 이유이다.

지방공공의료에 대한 그릇된 정책을 바로 잡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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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사인력 지역 불균형 현상을 개선하여야

정부나 의사 모두 의사의 지역 편중 현상이 문제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의사 인력의 지역 간 불균형은 모든 국가가 봉착하고 있는 문제이다. 문제 해결 방안으로 규제와 지원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활용한다. 규제정책으로 의사인력과 병상의 지역별 총량제나 신규 의사의 일정 기간 지역 근무제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 지원정책으로는 수가 차등 지원 외에 생활비나 주택 등 경제적 지원을 활용하기도 한다. 동시에 전문의는 병원에 근무함을 원칙으로 하고, 전문의 표방의원은 2차진료기관으로 하는 등 일반의와 전문의의 경쟁 상황을 조정하기도 한다.

지불제도 또한 현행과 같은 행위별수가제에서 의사들이 인구 밀집 지역인 대도시로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단골의사를 제도화하면서 의사가 필요한 인구 소밀 지역에는 등록비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있다. 지역별 총액제를 활용하여 인구 소밀 지역에 총액을 차등 적용하여 지역별로 환산지수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있다.

이와 더불어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 폐지하고 계약제로 전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사의 근무 지역과 수가 등 보상 정도와 방법 등을 지역의 특성에 따라 계약으로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기관계약제는 요양기관에게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지 않을 기회를 부여하기도 하고, 보험자에게는 공급과잉 지역의 요양기관이나 부적절한 요양기관을 퇴출하여 지역이나 직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⓶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은 별도로 논의하여야

전체 의사 수의 과부족은 20여년 넘게 거론된 사항이다. 과부족의 정도는 물론 과부족 여부에 대해서도 의정 간 일치된 점이 없다. 그간 의료계와 정부가 적정 의사 수 추계를 시도하였으나, 각자의 필요에 의하여 각자의 방법대로 연구용역 등을 수행한 결과 논란만 발생하였다.
이제는 의정은 물론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적정 의사 수를 추계하는 전제와 원칙은 물론 방법부터 논의하고 연구자를 선정하는 등 모든 과정을 협의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의사 인력을 양성하여 배출하는 데는 10수년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의사의 과부족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도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의대 설립은 몇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공공의사는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인가? 공공인력 양성을 위한 별도의 의대가 필요한가? 공공의료를 위한 의사인력 양성을 위하여 의대 정원을 증원할 것인가? 기존 정원을 조정할 것인가? 이에 따라 의사의 과부족과도 연계되어야 하고, 기존 국공립의대 활용 등 경제성이나 의학교육의 효과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밖에 특정 지역의 의사인력 공급을 위하여 해당 지역에 공공의대 등 의대를 설립한다는 정치적 개입은 반드시 배척되어야 한다.

원격의료는 한정적으로, 첩약 급여화는 별도로

원격의료 활용을 비대면진료 활성화라는 용어로 바꾸어 논란을 증폭시킨 것 같다. 원격진료가 안정성이나 효과성 측면에서 대면진료 보다 열등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성이나 편의성 측면에서는 원격진료가 월등할 수도 있다. 의료행위는 안정성과 효과성을 전제로 경제성이나 편의성을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비대면진료 활성화라는 용어는 한계가 있다. 대면진료가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와 비대면진료로도 안정성과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원격진료를 활용하는 원칙이라면 논의는 단순해질 수 있다. 응급상황과 의료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오벽지 주민의 진료 등이 대면진료가 어려운 경우이다. 만성질환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중에서 상태가 안정적으로 고정된 환자를 단골로 지속적으로 진료하는 경우 활용도 가능할 것이다.

첩약급여화는 정부와 의사단체 양자만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첩약을 처방하고 제제하는 한의사가 있고, 첩약을 선호하고 요구하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의사와 정부만이 아닌 별도의 논의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비가 온 다음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다. 의사들의 파업, 의대생들의 면허시험 거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국민의 등 많은 갈등과 불만이라는 불편함이 보건의료체계 정비의 긍정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데일리팜(jj0831@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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