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투베로' 현지 판매시작...4종 라인업 완성
'카나브패밀리' 상반기 누계수출 실적 9억원...전체 매출 3%에 못미쳐
▲(왼쪽부터) 듀카브, 투베로, 카나브 제품사진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보령제약의 간판제품 '카나브패밀리'가 해외시장 진출의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시작으로 카나브 기반 복합제 4종의 멕시코 현지 발매를 완료했다. 멕시코 지역 최초로 허가받은 ARB와 스타틴 2제 복합제 '투베로'를 앞세워 해외실적 반등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의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투베로'가 지난 11일(한국시각) 멕시코 지역 판매를 시작했다. 현지 제품명은 '아라코프레(ARAHKOR – PRE)'다. 지난 2016년 체결 계약에 따라 멕시코 현지 파트너사인 스탠달(Stendhal)이 현지 영업 마케팅활동을 전담한다.
양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과 멕시코 지역 이원 생중계 방식으로 웹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투베로'의 발매를 공식화했다. '아라코프레, 심혈관질환 감소의 혁신'이란 주제로 진행된 온라인 행사에는 멕시코 현지 전문의들이 다수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포지엄 진행을 맡은 스탠달의 이그나시오 콘데 스탠달 메디컬 책임자는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복합제는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을 크게 낮춘다는 다수의 임상 결과가 있다"라며 "탁월한 혈압강하 효과를 보이는 피마사르탄과 가장 널리 쓰이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바스타틴의 복합제인 아라코프레가 멕시코 지역 심혈관질환 환자와 의료진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투베로'는 보령제약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ARB(안지오텐신II수용체차단제) 계열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피마사르탄)'에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2제 복합제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6년 9월 스텐달과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등 중남미 25개국에서 '듀카브'와 '투베로' 2종 관련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하고, 작년 11월 ARB와 스타틴 2제복합제 첫 제품으로 멕시코 현지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수출 계약 이후 시장발매까지 꼬박 4년이 소요된 셈이다.
▲한국과 멕시코에서 이원생중계로 <투베로 멕시코 발매 웹심포지엄>
보령제약은 '투베로' 발매를 계기로 '카나브패밀리' 4종 모두 멕시코 현지 상업화에 성공했다. 보령제약의 간판제품인 ARB 단일제 '카나브'는 2014년 9월부터 '아라코'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된지 만 6년을 채웠다. 이후 2016년 6월 카나브에 이뇨제 성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를 더한 '카나브플러스(현지 상품명 디아라코)'를 출시하고, 작년 8월 카나브에 칼슘채널차단제(CCB) 암로디빈 성분을 더한 '듀카브(현지 상품명 아라코듀오)'를 선보이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다.
회사측은 '투베로'가 카나브패밀리의 해외실적 반등카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지난 2010년 9월 국산신약 15호로 허가받은 ARB 계열 고혈압 치료제다. 보령제약은 2011년 3월 '카나브'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이후 '듀카브'와 '투베로', '라코르', '듀카로', '아카브' 등 카나브를 활용한 복합제 6종을 개발, 시장에 내놨다. 카나브 단일제와 카나브를 활용한 복합제 5종 중 동화약품이 판매하는 '라코르'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군을 '카나브패밀리'라 칭한다.
▲카나브패밀리의 연도별 매출(왼쪽)과 수출비중 추이(단위: 백만원, %, 자료: 금융감독원)
카나브패밀리는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 중 두드러진 시장성과를 과시해왔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보령제약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나브패밀리의 올해 상반기 누계매출액은 총 411억원으로 전년 334억원대비 23.0% 올랐다. 국내 발매 10년차를 맞았지만 복합제 출시로 단일제의 공백을 만회하면서 매년 시장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카나브에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성분 아토르바스타틴을 결합한 고혈압·고지혈증 2제 복합제 '아카브'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연매출 1000억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하지만 매출구성을 살펴보면 대부분 내수시장 매출로, 해외실적이 크게 뒤쳐진다. 카나브패밀리의 올해 상반기 누계 수출실적은 11억원이다. 전년동기 3억원보다 4배가량 올랐지만, 전체 매출에서 수출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불과했다.
카나브패밀리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10억원 가량의 수출 실적을 냈다. 2014년 81억원으로 해외매출 신기록을 세운 이후 2015년 22억원, 2016년 31억원, 2017년 7억원, 2018년 20억원, 2019년 17억원 등으로 다소 부진한 양상이다. 수출비중도 2014년 24%까지 치솟았다가 2015년과 2016년 7% 수준으로 내려앉은 이후 3%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2011년부터 매년 중남미와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 국가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데 비해 해외시장 성적이 부진하다고 지적한다. 보령제약은 카나브패밀리로 지난 10년간 총 7건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2011년 10월 스텐달과 멕시코 등 중남미 13개국에서 카나브 단일제의 독점판매권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총 3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자노벡스(Zanovex), 남아프리카 키아라헬스(Kiara Health) 등과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금액이 3억1674만달러(약 3749억원)에 이르는 데 비해 수출실적이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회사 측은 현지 제약사와 수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규제기관으로부터 발매허가를 획득해야만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매출 반영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예를 들어 '카나브'는 멕시코 스텐달사와 중남미 13개국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현지 임상과 허가절차를 거쳐 시장발매까지 3년이 걸렸다. '카나브플러스'와 '듀카브', '투베로'도 계약 이후 발매까지 수년이 소요됐다.
카나브패밀리 수출 계약은 대부분 완제의약품 공급 계약이다. 계약 체결 이후 수출국 현지 허가절차를 거쳐 보령제약이 생산한 카나브를 공급하는 구조로, 계약 체결 이후 현지 허가를 받지 못하면 수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허가를 받더라도 판매 업체의 사정에 의해 판매가 미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이번 '투베로' 발매를 계기로 스탠달과 계약한 카나브패밀리 4종 모두 현지 발매에 성공하면서 반등이 가능하리란 전망이 제기된다. 카나브패밀리 4종이 시너지를 내면서 수출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작년 8월 듀카로에 이어 이번에 발매된 투베로까지 카나브패밀리 4종이 모두 멕시코 현지 발매를 완료했다. 투베로의 경우 ARB+스타틴 계열 복합제 중 멕시코에서 첫 번째 발매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크다"며 "카나브패밀리의 해외 매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