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현진 본부장(대웅제약 글로벌사업부)
상반기 8개 해외법인 중 7개 흑자…"10년간 투자 결실"
차기 진출국은 유럽 고려…오픈이노베이션 R&D 모델 구축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대웅제약의 8개 해외 법인이 올해 흑자를 낼 전망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7곳이 흑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조직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10년 만에 결실이다.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모색해 왔다. 2012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중국, 필리핀, 태국, 일본, 미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그동안 꾸준한 투자로 손실 폭을 줄여가던 해외법인들은 올해 상반기 흑자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대웅인피온은 지난해 13억원 순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12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북경대웅도 2016년 29억 적자에서 지난해 5억원으로 줄어들더니 올해 상반기 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박현진 대웅제약 글로벌사업 본부장은 "그간 현지 연구소, 공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느라 적자를 보였지만, 투자가 마무리되고 현지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올해 대부분 해외법인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2010년 글로벌 본부 조직 구성부터 현재까지 10년간 대웅제약의 글로벌 사업 전략 기획 및 실행을 맡고 있다. 지난 2019년 전승호 대표 후임으로 글로벌사업 본부장에 올랐다.
대웅제약은 현지에서 필요한 치료제, 잠재성 높은 시장을 타깃하는 방식으로 진출을 도모한다.
인도네시아에서 바이오 의약품인 EPO를, 중국에서는 소화기 액제를 주력 제품으로 미는 형식이다. 보통 국내에서 잘 팔리는 주력 제품을 해외 기업에 수출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간 전략이다.
그만큼 초기 진입 장벽은 높지만, 기반을 쌓고 진출에 성공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그간 쌓아온 현지 인프라 덕택을 톡톡히 봤다. 국내 환자가 제한돼 임상이 힘든 여건에서 해외법인을 통해 빠르게 현지 임상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박 본부장은 향후 해외 진출 계획으로 "유럽 등지에서 연구개발 법인을 생각하고 있다"며 "주요 진출 국가에서 대웅제약이 톱10 제약사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의 일문일답.
▲박현진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
올해 해외법인들의 결실이 두드러진다. 대웅인피온, 대웅태국, 북경대웅, 대웅인도 등 상반기 흑자를 보인 현지법인들이 7곳에 달한다.
=그동안 현지에서 연구소와 공장,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매출은 꾸준히 성장했는데 인프라 구축 비용이 계속 들어가느라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대부분 투자가 마무리되고 매출이 증대되면서 흑자전환을 이루고 있다. 연말에는 8곳 모두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10년 전부터 글로벌 진출을 모색해 왔다. 최근 결실을 보기까지 장기간 인프라와 네트워킹을 쌓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모두 인허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가다. 특히 처음 진출했던 인도네시아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현지에서 연구 협력을 확대하면서 보건 당국과의 협력 모델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아시아에서 바이오 허브로 육성시키겠다는 비전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시했다.
또 영리기업이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내 에포디온 보험약가를 55%까지 낮춰 사회적으로 기여했다. 한국보다 의료환경이 좋지않은 부분에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많은 국민들이 의료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인 UI국립대학과 바이오연구를 함께하면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바이오 리서치 센터를 세워 현지 인력을 채용해 한국에서의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등 육성 지원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공장부터 인허가까지 4~5년 내에 마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했던 국내 기업뿐 아니라 현지 기업도 굉장히 빠른 속도라며 놀라워했다.
진출한 여러 국가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 이유는
=세 곳 모두 성장 속도가 빠른 국가다. 그런데 모두 현지 생산 공장이 있어야만 진출이 가능하거나 입찰에서 유리하다.
이미 대웅제약은 생산 공장을 세우고 현지 기업처럼 운영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 전략이 극대화될 수 있는 국가들이라 판단했다.
세 국가의 진출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인도네시아는 조인트 벤처, 중국은 M&A 합작모델로 비슷하며, 베트남은 현지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방식이다.
베트남의 경우 이미 트라파코라는 현지 제약사가 신축 공장을 갖고 있던 반면, 생산 제품에 대한 R&D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에 공장 자원을 새로 투입하는 것보다 지분 투자로 기존 자원을 활용하면서 연구개발을 공유하는 방식이 더 낫다고 봤다. 현재 트라파코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추후 회사의 잠재성 등 판단에 따라 지분을 더 확대될 수도 있다.
합작 법인을 하느냐, 지분 투자를 하느냐. 여기엔 각기 장단점이 있다. 각 나라와 파트너사의 상황에 맞춰 적합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료: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현지 상황에 따라 주력 의약품을 선정해 개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바이오의약품, 중국은 소화기 제제, 태국은 에스테틱 등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잘 나가는 의약품을 주력 제품으로 삼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가는 이유는?
=국내와 의약품 환경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는 복합제가 대세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은 그렇지 않다. 미리 복합제로 들어가서 리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현재 필요한 의약품을 분석하고 그걸 개발하는 것이 대웅제약의 전략이다.
중국 액제공장은 중국 시장에 필요한 의약품을 분석하고 기획해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현지에서 기획해 반응이 좋은 의약품이 한국 시장에도 적합하다면 역수출도 가능하다. 각각 현지 상황에 맞게 기획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지 네트워킹을 쌓아온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현지 법인이 보건당국과 임상 CRO 기업 모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임상 승인을 빠르게 받을 수 있었다. 한국은 나은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코로나로 임상 승인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웅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는 한국과 인도에서 동시에 임상승인계획서를 제출했는데, 인도에서 더 빨리 승인을 받았다. 이는 현지 법인을 해외 기업이 아닌 현지 기업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다져왔고, 인도에서 수년간 여러 임상을 수행해온 경험 덕분이었다. 필리핀 역시 빠르게 임상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또 하나의 대웅'을 만든다는 콘셉트로 글로벌 진출을 진행했다. 글로벌 사업본부의 향후 10년 계획과 목표는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는 현지에서 제네릭 위주로 진행을 해왔다면, 향후 10년간은 연구협력을 통해 신약 아이템을 많이 개발하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국내 신약 허가심사를 받고 있는 '펙수프라잔'은 아시아 동시 임상으로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아시아권 국가에서 임상 프로그램을 가속화해 신약 매출 밸류가 높아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신약 연구협력을 지속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따라서 앞으로 짓게 될 현지법인은 연구개발 기업이 유력하다. 현지에선 연구협력 여부에 따라 공유되는 정보의 양과 협업의 수준이 달라진다는 점을 느꼈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진 않았지만, 아직 진출하지 않은 유럽에 연구 기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연구 협력이 활발한 중국 상해에서도 R&D 기업을 세우는 것도 염두하고 있다.
향후 10년 후에는 대웅제약이 주요 글로벌 국가에서 톱10 제약사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새임 기자(same@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