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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임새 늘수록 떨어지는 약가…신약 접근성 높이려면?
기사입력 : 20.11.16 12: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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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 제40차 미래포럼=녹화방송 '주제발표'

추가 적응증 가치 반영 안 돼…오히려 약가 인하 요인 늘어나

이탈리아, 적응증별 서로 다른 유형의 RSA 적용…"가장 실현가능한 방안" 제언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특정 유전자를 타깃하거나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해 질환을 치료하는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하나의 약을 여러 암종에 쓰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2018년 기준 표적항암제의 75%는 복수 적응증이며, 면역항암제의 경우 다양한 암종에 대한 단독 및 병용 임상이 수천 건에 이른다.

이러한 흐름과 달리 현 약가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상으로 적응증을 늘려도 적응증이 추가될수록 약가 인하 요인만 늘어나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다.

국내 약가 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데일리팜은 지난 11일 문정동 사옥 스튜디오에서 '적응증별 약가 도입의 선결과제'라는 주제로 제40차 미래포럼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서동철 교수(좌장), 박미혜 교수, 최경호 사무관, 이영희 부장, 류치영 부장


서동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한 이날 포럼에는 박미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최경호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이영희 건강보험공단 약가제도개선부 부장, 류치영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부장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미혜 교수는 '신약의 적응증 확대 시 가치평가 방안-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국외 적응증별 약가 제도를 분석하고, 국내 환경에 가장 적합한 방안을 제언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허가된 의약품의 적응증이 추가될 해당 적응증으로 예상되는 추가 사용량(추가 소요재정)을 고려해 약가를 유지하거나 인하하고 있다. 첫 급여 등재 시 부여된 첫 가치만 인정하고 다른 적응증에 대한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급여기준이 확대될수록 약가는 점점 떨어지는 현상을 보인다. 표준항암제를 기준으로 급여기준 확대 횟수가 늘어날수록 약가 인하 경향이 뚜렷하며, 적응증이 늘어날수록 떨어지는 인하 비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박미혜 교수

추가 적응증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 방식은 신약 등재 시 상대적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따져 급여 여부와 상한가를 결정하는 '가치 기반(Value-based) 평가제와도 배치되는 대목이라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새 적응증에서 기허가 약제가 높은 가치를 증명해도 이는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박미혜 교수는 "추가 적응증의 가치가 기등재된 적응증에 대한 가치보다 더 높을 경우 이 가치가 약가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제약사는 급여기준 확대를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Cole 등의 연구에 비추어보면 적응증별 가치가 인정될 경우 높은 가치를 갖는 적응증에는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제약사들은 새 적응증에 대한 연구개발을 더 활발히 진행해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더 넓어질 수 있으므로 사회적 복지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호주·이탈리아 등 실질적인 적응증별 약가 차등 구조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복수 적응증 약제의 급여를 결정할까? 박 교수가 OECD에서 올해 발표한 서베이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적응증별 약가제도를 명시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없지만 일부 국가들은 특정 약제들에서는 실질적으로 적응증별 약가를 달리하는 구조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서베이 결과 호주,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등은 적응증 추가 시 RSA를 새로 체결해 실질적으로 약가를 달리한다고 답했다.


노르웨이와 영국은 모든 적응증에 비용효과적일 때 해당 가격으로 약가를 부여한다. 호주와 독일은 복수 적응증에 대한 의약품의 약가 결정 시 적응증마다 환자군에 대한 비용-효과성을 반영해 단일 가중 평균가(single-weighted pricing)를 산출한다.

또 이탈리아와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등은 위험분담제(RSA)를 적응증마다 협상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약가가 달라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박 교수는 "대표적으로 호주는 처방기간 동안 수집된 메디케어 자료를 참고해 단일 가중 평균가를 산출해 변화를 주고 있다"라며 "또 이탈리아는 레지스트리를 20년 가까이 매우 잘 구축해 환자의 어떤 적응증에 어떤 약이 얼마나 쓰였는지 추적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같은 약제에서도 적응증마다 각기 다른 유형의 위험분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환경 고려해 다양한 유형의 위험분담제 적용 제안"

복수 적응증을 갖는 항암제가 점차 늘어나는 상황 속 국내 환경을 고려한 가장 적절한 약가 제도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KoBIA),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에 등록된 제약사 약가 관련 실무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예상사용량·적응증별 가치에 따른 단일 가중 평균가 산출(시스템1) ▲적응증별 서로 다른 위험분담제 적용(시스템2) ▲적응증마다 서로 다른 약가 부여(시스템3)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제도는 '적응증마다 서로 다른 위험분담제를 적용'하는 방안이었다.

 ▲업계 약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박 교수는 "응답자 대다수가 신약 접근성 향상, 적절한 가치 반영 측면에서 현 제도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고, 제도 개선 방향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시스템2에 90% 이상 동의했다"라며 "반면, 적응증마다 서로 다른 약가를 부여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제한이 크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박 교수는 이탈리아처럼 적응증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위험분담제를 적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약가에 차등을 두는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경우 위험분담제를 이미 시행 중이고 2018년부터 의약품에도 선별급여가 도입돼 환자별로 환급 수준에 차등을 두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충분히 접근 가능한 정책으로 보여진다"라며 "국내 다른 약가제도와의 조화를 고려할 때도 가장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위험분담제 적용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어 적응증이 확대되는 모든 약제에 적용이 힘들다. 이 부분은 조율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2년간 지지부진했던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면역항암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이 굉장히 큰데 잠재적인 리스크를 그냥 두고 이해관계자가 줄다리기만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이 보게 된다. 미래지향적인 정책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새임 기자(same@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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