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툴젠 주요주주 주식 양수와 유증 참여로 지분16.64% 확보
툴젠 창업주 김진수 박사, 2대주주로 R&D 협력 지원
작년 주가하락으로 흡수합병 불발 1년만에 재인수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툴젠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신주 발행을 통한 툴젠 주요주주의 주식 일부를 양수와 100억원 투자로 툴젠의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합병 발표 이후 주가하락으로 흡수합병이 불발된지 1년 만에 사실상 인수에 성공했다. 툴젠의 최대주주였던 김진수 박사는 2대주주로 제넥신과 툴젠의 연구개발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제넥신, 신주 43만주와 툴젠 주요주주 주식과 교환...100억 투자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넥신은 툴젠 주요주주들과 최대주주 변경을 동반한 주식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제넥신이 신주 발행을 통해 툴젠 주식 14.96%를 넘겨받고, 100억원 투자로 툴젠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68%를 추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날 툴젠은 최대주주인 김진수 박사와 주요주주 3사는 보유주식 98만5721주(지분율 14.96%)를 제넥신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 김진수 박사(55만9505주)와 주요주주 LB인베스트먼트(36만6662주), KTB네트워크(3만1570주), IMM인베스트먼트(2만7984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제넥신이 넘겨받는 방식이다.
제넥신은 툴젠 주식 인수에 대한 납입대금은 제넥신 신주로 지급한다. 이날 제넥신은 김진수 박사와 주요주주 3사를 대상으로 신주 42만9061주를 발행하는 내용의 58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제넥신이 툴젠 주요주주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신주는 발행 주식 총수(2426만8713주)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함께 툴젠은 제넥신을 대상으로 신주 13만2626주를 발행하는 1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양사의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제넥신은 툴젠의 지분 16.64%(111만834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툴젠의 최대주주였던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보유 주식 124만3345주 중 55만9505주를 제넥신 주식 20만8807주로 교환했지만 여전히 주식 68만3840주를 보유한 2대주주로 남는다.
양사는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제넥신은 툴젠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양사는 사업협력을 위한 기회를 상호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수 박사는 창업자 및 2대주주로서 지속적으로 툴젠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 전략을 지원하는 등 변함없이 회사발전을 위해 기여할 방침이다.
◆작년 흡수합병 발표 이후 주가하락으로 무산...1년만에 인수 성공
이로써 제넥신은 지난해 툴젠의 흡수합병이 무산된지 1년 만에 툴젠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앞서 지난해 6월 제넥신은 툴젠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합병후 존속회사는 제넥신이며 소멸회사는 툴젠이다. 존속법인은 ‘툴제넥신’으로 재출범하는 내용이다.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비율은 1대1.2062866이다. 합병가액은 제넥신이 주당 6만5472원, 툴젠은 주당 7만8978원이다. 툴젠의 발행주식은 총 640만4299주다. 제넥신이 신주 782만1259주를 발행해 툴젠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달 만에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초과'로 합병이 무산됐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에서 다수결로 결의된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어 회사가 추진하는 합병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면 주식매수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넥신과 툴젠 모두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주식매수 청구가격 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양사 주주들 입장에선 보유 주식을 시세보다 높게 팔 수 있다는 이유로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제넥신과 툴젠의 주식매수 청구 규모는 각각 3304억원, 1221억원으로 합병 해제를 결정할 수 있는 상한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행사로 인해 지급해야 하는 매수대금이 제넥신은 1300억원, 툴젠은 5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이 합병 계약에 포함됐다. 결국 양사는 상호협의 후 이사회결의를 거쳐 합병계약 해제를 결정했다.
그러나 제넥신의 툴젠의 흡수합병 불발 1년 만에 신주발행과 100억원 투자라는 다른 방식을 통해 사실상 툴젠을 인수하는 셈이 됐다.
◆제넥신·툴젠, 기반기술 활용해 차세대 항암제 등 개발
제넥신과 툴젠은 양사의 기반기술을 이용해 공동연구와 신사업개발 등을 모색하고, 치료제개발 및 사업협력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제넥신은 면역치료제와 유전자백신을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면역항암치료제 하이루킨-7의 글로벌 임상 진행, 자궁경부암 및 자궁경부전암 유전자백신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툴젠은 3세대 유전자가위 (CRISPR/Cas9)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유전자교정 (Genome Editing) 기술을 바탕으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제넥신과 툴젠의 시너지효과로 우선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Off-the-shelfCAR-T(CAR-T의 대량 생산화)와고형암을 타깃하는 CAR-T 개발이다. CAR-T는 환자의 T세포를 체외에서 조작해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 항원을 인식하는 CAR를 면역세포 표면에서 생성하도록 만든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하는 구조다.
제넥신은 툴젠의 유전자교정 기술을 이용해 CAR-T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지속형 인터루킨-7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몸에서 항암효능을 오래 지속하는 CAR-T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툴젠 측은 “이번 거래는 김진수 창업자가 이익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툴젠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박사를 비롯해 이번에 툴젝 주식 대신 교부받는 제넥신 신주는 1년간 보호예수가 발생한다.
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는 “이번 투자는 제넥신이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다”라면서 “툴젠의유전자 교정기술을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미래전략 파이프라인 개발에 폭넓게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