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처방액 전년비 0.2%↑...코로나 여파에도 성장
작년 12월 처방액 6% 감소...거리두기 강화에 영향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해 외래 처방시장이 전년과 유사한 규모를 형성했다. 예년에 비해 성장세는 둔화한 모습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대형 악재를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의 확산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에 따라 처방시장 성장세가 시기별로 큰 기복을 나타냈다.
17일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원외 처방금액은 14조8559억원으로 전년보다 0.2% 증가했다. 예년에 비해 성장세는 다소 주춤했다. 2019년 처방실적은 14조8199억원으로 전년보다 5.2% 늘었다. 2018년 처방액은 전년대비 8.1% 성장했다.
코로나19 변수로 처방 의약품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했지만 예년 수준의 시장 규모를 유지하며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노인인구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의약품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감염병과 같은 단기간의 이슈로 산업 전체가 위축되지는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극심한 위기에 빠진 관광·문화산업과는 달리 의약품 산업은 외부 환경보다는 환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침체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확산세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시기별로 처방약 시장도 기복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원외 처방금액은 1조235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6.0% 줄었다. 지난해 5월 처방실적이 전년동기대비 9.4% 감소한 이후 가장 큰 하락세다.
본격적인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시기에 접어들면서 처방약 시장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0명 안팎으로 유지되다 지난해 말부터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18일부터 3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11월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전 1.5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이때부터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고, 음식점은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됐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달 8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유흥주점 등 기존 5종의 유흥시설 외에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의 운영이 추가로 중단됐다. 상점·마트·백화점, 영화관, PC방 등 생활과 밀접한 시설도 밤 9시 이후 문을 닫아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서울시는 지난달 23일부터 ‘5인 이상 사적모임’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전국에 이 같은 조치가 확산 적용됐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시행으로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병의원 방문 감소에 따른 처방약 시장도 일부 축소된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관리가 강화하면서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 발병이 줄어들면서 겨울철 처방약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에 접어든 이후 처방약 시장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에 따라 들쭉날쭉한 행보를 나타냈다.
월별 전체 외래 처방실적을 보면 지난해 4월과 5월에 전년보다 각각 8.7%, 9.4% 감소하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6월 처방금액은 1조2862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1.7%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작년 4·5월의 처방약 시장 부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만성질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방문을 꺼려하는 환자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사전에 대량으로 처방받으면서 2분기 들어 적잖은 처방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했을 때 3~6개월 분량 처방을 미리 받는 사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에는 처방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다 작년 말 3차 대유행에 접어들면서 다시 위축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겨울철 독감이나 감기 환자의 급감으로 체감적으로 병의원 방문 환자가줄어든 모습이다”라면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화하면 처방약 시장의 부진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