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뇌실투여 헌터증후군치료제 승인 '무엇을 얻었나'
中 헌터라제 이어 日 ICV 제형 진출…美 등 선진시장 진출 탄력
희귀질환 기업가치 상승…허은철 대표 전략과도 일맥상통
[데일리팜=이석준 기자] GC녹십자 '헌터라제ICV'가 일본 허가를 받았다.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증후군치료제로는 글로벌 최초 시판 승인이다.
'최초'는 당분간 독점을 뜻한다. 경쟁자가 진입하기 전까지 적수가 없다. GC녹십자만의 시장 프리미엄이다.
여기에 미국 등 선진 국가 진출 물꼬를 틀 수 있다. 일본 승인은 실제 처방 데이터 확보로 이어진다. 이같은 풍부한 데이터는 글로벌 허가 자양분이 된다.
허은철(49) GC녹십자 대표 전략에도 힘을 얻게 됐다. 회사는 희귀의약품, 혈액제제, 백신 등 세 가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헌터라제ICV' 글로벌 첫 허가는 허 대표 전략에 부스터 역할을 하게 됐다. 희귀의약품 강자 기업 이미지 획득도 무형자산이다.
▲2019년 4월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왼쪽)과 나카무라 요시카즈 일본 클리니젠 대표이사 사장의 헌터라제ICV 기술수출 계약 모습.
기술수출 2년만에 시판허가
GC녹십자는 22일 파트너사 '클리니젠(Clinigen K.K.)'이 일본 후생노동성(MHLW)으로부터 '헌터라제ICV(intracerebroventricular)'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클리니젠에 기술수출한지 2년여 만이다.
회사에 따르면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정맥주사 제형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지 못해 '뇌실질 조직'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을 개선했다.
일본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 오쿠야마 토라유키 교수가 진행한 임상에서 '헌터라제 ICV'는 중추신경손상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헤파란황산(HS)'을 감소시키고 발달 연령 유지 혹은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번 허가는 세계 최초로 중증형 헌터증후군 환자에게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중추신경손상을 보이는 환자는 전체 헌터증후군 환자의 70%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헌터라제 ICV'는 환자의 뇌혈관 및 중추신경 세포까지 약물이 전달돼 인지능력 상실 및 심신 운동 발달 지연 등 중추신경손상에 기인한 증상까지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헌터증후군은 IDS(Iduronate-2-sulfatase)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남자 어린이 10만~15만 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3가지 의미 '실적', '기업가치', '전략'
'헌터라제ICV' 글로벌 첫 허가는 크게 3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실적이다. GC녹십자는 '헌터라제ICV' 일본 판매 로열티를 받게 된다. 이는 고정 매출을 일으켜 기업 실적의 캐시카우를 만든다.
GC녹십자와 클리니젠은 2019년 4월 '헌터라제ICV'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클리니젠은 일본 '헌터라제 ICV'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GC녹십자는 상업화 이후 판매 수익에 대한 로열티를 받게 된다.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양사간 합의에 따라 비공개이다.
두번째는 글로벌 진출 탄력에 따른 기업 가치 상승이다.
현재 '헌터라제'는 한국과 중국, '헌터라제ICV'는 일본 허가를 받았다. '헌터라제'든 '헌터라제ICV'든 글로벌 허가국이 늘수록 미국 등 선진 시장 진출이 용이해진다. 실생활 데이터 확보는 각국 허가에 고속도로를 놓아줄 수 있어서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2017년 Market sale(World Wide) 기준 7000억원 규모다.
라이벌은 샤이어의 '엘라프라제' 뿐이다. 단 엘라프라제는 ICV 제형이 없다.
앞서 언급했드시 중추신경손상을 보이는 환자는 전체 헌터증후군 환자의 70%에 달한다. 당분간 시장 독점 프리미엄을 누리는 '헌터라제ICV'의 시장 지배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지배력 확대는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업 가치 상승은 향후 헌터라제는 물론 다른 제품의 글로벌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GC녹십자는 IVIG-SN(1차성 면역결핍질환), 그린진 에프(A형 혈우병), GC5131A(코비드-19), MG1120A(대상포진) 등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며 수출 지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세번째는 허은철 대표의 경영 방침에 힘을 얻게 됐다.
허 대표는 희귀의약품, 백신, 혈액제제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GC녹십자는 2018년 6월 유한양행과 희귀질환 신약 공동 개발을 위한 제휴(MOU)를 맺었다. 양사는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뇌 증상에 대한 효능을 향상시킨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우선 개발하기로 했다.
허 대표는 지난해 6월에도 이같은 전략을 재확인하며 3년 안에 임상 승인 7건과 품목허가 신청 8건, 출시 5건의 연구개발 성과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헌터라제ICV' 일본 허가는 허 대표의 전략 중 한 단추가 끼어진 것과 다름없다.
이석준 기자(wiviwivi@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