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약국서 근무하던 한약사, 또 다시 약국 개설
권리금·월세·인건비 등 떨어지는 수익성에도 난매 등 극성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반월당 지하상가 약국가의 한약사 약국개설, 의약품 난매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난 20일 대구시약사회 대의원총회에서도 거론됐다.
반월당 약국 10곳 가운데 절반이 한약사 약국이며, 이곳 약국들의 난매로 일반 회원약국에까지 피해가 가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팜이 직접 확인한 결과 반월당 지하상가 한약사 개설 약국은 5곳이 아닌 '6곳'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5개 약국이 개설허가를 받았고, 이중 4곳의 개설자가 한약사라는 점이다. 한약사 개설 약국은 지난해 2월과 8월, 11월, 12월에 각각 허가를 마치고 '약국'으로 성업중이다.
반월당 약국가, 어쩌다 골칫거리 됐나
반월당 지하상가에 처음 약국이 개설된 것은 2011년이다. 대구 도시철도 1, 2호선이 만나 유동인구가 많지만 처음부터 '괜찮은 입지'는 아니었다.
이곳에 가장 먼저 입성한 A약사는 6년간 경쟁없이 약을 판매하고 조제도 했다. 처방에 종속되는 형태가 아닌 나름의 약국을 운영하겠다던 A약사는 8평(26.4㎡) 규모의 약국을 개설했다. A약사는 "약국이 잘 됐다. 첫날 약을 진열하는 데도 손님들이 몰려왔다. 이때만 하더라도 1~2군데 정도 약국이 더 들어올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약국은 2017년 8월 개설됐다. 2018년 3월에는 약국 2곳이 추가 개설되며 총 4개가 됐다. 약사와 한약사가 각각 개설 허가를 받았다.
한약사 개설 약국에서 A약사 약국 근무 직원 2명을 모두 스카우트했다. A약사는 "직원들은 대략적인 매출규모와 주력 판매품목 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졌다. 내 약국보다 거의 모든 제품을 싸게 팔기 시작하며 약값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1년 뒤인 2019년 10월 두번째 한약사 약국이 개설됐고, 지난해인 2020년 한약사 약국 4곳이 연달아 문을 열었다.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인 약국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몇달 새 연달아 약국이 개설된 것이다.
A약사는 "한약사들이 들어오면서 의약품 가격, 권리금, 월세, 직원관리 등 전반에 걸쳐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불과 10년 새 권리금은 2~3억원을 호가하며 10배 가까이 치솟았고, 월세 역시 배 이상 뛰었다는 게 A약사의 주장이다.
직원들의 급여 역시 껑충 뛰었다. A약사는 "우리 약국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한약사 개설 약국으로 옮기고, 또 다시 다른 한약사 개설 약국으로 몸값을 올려 스카우트 되며 급여도 뛰었다. 그런가 하면 한약사 개설 약국에서 근무하던 한약사가 또 다른 약국을 개설하는 등 복잡한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약사간 소위 '새끼치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약사는 "결국에는 내 직원들 조차 믿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한약사 개설 약국이 몇년 간 운영됐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게 방증된 셈"이라며 "한약사가 약국을 운영하고 일반약을 판매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본보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들어오면 노다지?…약사들은 '갸우뚱'
그렇다면 이곳은 계속해 약국이 개설될 만큼 매출 역시 담보되는 노다지일까.
지역 약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역의 한 약사는 "반월당 약국들은 마진을 거의 보지 않은 채 사입가에 약을 판매하고 있다. 역매품이 있기는 하지만 초기 투자비용과 월세,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역시도 수익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월당 약국 가운데 한 곳은 "대구발 신천지 등을 겪으며 이전 만큼 손님이 많지 않다. 상가 내 다른 업종들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약국 역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할 때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불티나게 판매되던 10T단위 감기약, 파스 같은 일반약도 이전만큼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
지역의 또 다른 약사는 "약사들이라면 들어가지 않는 자리다. 월세와 급여 등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을 테지만 한약사들은 월 300만원만 되더라도 약국을 차린다고 하더라"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 약사는 "이곳을 소개하는 전문 브로커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A약사는 "추가로 얼마든지 더 약국이 개설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가 내 다이소가 이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출혈경쟁에 파국을 맞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명 영양제 약국 공급 거부…반품도 잇따라
반월당 상가 내 약국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일반약 난매로 지탄 받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예가 제약회사의 약국 공급 거부다. A약사의 약국을 찾은 한 소비자가 광고 품목인 영양제를 찾았지만 약국에는 특정 품목이 없었다. 대신 같은 회사의 다른 라인 제품만 구비돼 있었다. 약사는 제약회사에 공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약회사는 '해당 품목은 한약사 약국에 들어가는 역매품이라 불가하다'고 답했다.
일반약이 한약사 약국에만 공급된다는 사실에 분노한 약사는 소비자원에 고발조치했고, 담당자는 부랴부랴 약국을 찾아 공급을 약속했다.
A약사는 "한약사에게만 약을 주고 약사에게는 약을 주지 않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며 "일부 제약사의 경우 가격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제약사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특히 이곳의 경우 주고객층 가운데 노인이 많다 보니 '노골적인' 가격 저항이나 할인판매로 인한 반품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옆 약국에서 더 싸게 판다더라, 모두 환불해 달라'는 가격경쟁이 상가 내 약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입가대로 판매가 되다 보니 약사회도 속수무책이다. 조용일 대구시약사회장은 "반월당 약국들이 원가를 받으니 조사를 나간들 처벌할 방법이 없다. 원가 이하로 판매한다면 하루에 10번이라도 고발조취를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강혜경 기자(khk@dailyphar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