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영·김예지 의원-원희목 회장-식약처, 입법 공감대도 주효
▲민주당 최혜영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왼쪽부터)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안전상비의약품 점자·음성코드 표기 의무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로 시행을 앞두게 되면서 의약품에 점자·음성코드 표기를 법제화하는 첫 발을 뗐다.
비록 안전상비약에 한정된 법제화이지만, 이번 법 통과로 향후 시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등으로 표기 법제화가 확대될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특히 점자표기 법안은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이후 제21대 국회에서 처리된 것으로, 20년만의 성과다.
입법 성공은 국회와 규제당국, 제약산업이 공감대를 형성한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후 이례적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복수 제약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입법 취지에 동의한 게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점자·음성코드 표기 의무화로 실질적인 비용부담이 생기는데도 제약사들이 동참하기로 한 부분도 입법에 주효했다.
실제 안전상비약 보유 제약사들은 점자·음성코드 표기를 위해 법 시행 이후 출시할 제품 포장 개선을 위해 수 억원을 들여 생산공정을 교체해야하는 상황이다.
식약처도 의약품 점자표시 방법·기준 개발 예산이 내년도 요구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예산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점자표기 의무화 입법 시도는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에서 심재철 의원 대표발의로 시작됐다.
이후 제18대 국회 윤석용 의원, 제19대 국회 정문헌 의원·박명재 의원, 제20대 국회 윤소하 의원이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최혜영 의원과 김예지 의원 대표발의안이 4전5기 끝에 입법에 성공한 셈이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점자·음성 코드가 표기되지 않아 의약품과 화장품을 혼동하거나 적응증과 상이한 약을 오류복용할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무좀약을 안약으로, 위장약 겔포스를 샴푸로, 피부질환 연고를 안약으로, 알레르기 약을 감기약으로, 바르는 약을 다른 연고제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
소아용 해열제와 감기약 시럽을 구분할 수 없어 어린 자녀에게 약을 바꾸어 먹이거나, 설사·통증이 심한데도 약을 찾지 못해 가족이 올 때 까지 기다리며 상실감에 빠지는 사례도 나왔다.
법 통과로 안전상비약에 한정해서라도 장애인의 오복용 위험을 줄이고 건강권을 향상하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법 시행을 위한 규제당국과 제약산업, 장애인 단체 간 협력과 국회의 정책 지원이다.
이미 식약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효율적인 법 시행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도 대표발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도 연착륙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지원·점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약사들은 안전상비약 점자표기 채비에 나서는 동시에 점자표기 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제약계 민원은 민관협의체와 국회가 지속적인 논의로 보완입법 등 후속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법안을 발의한 최혜영 의원은 "21대 국회 입성 후 장애단체, 식약처, 제약협회, 제약산업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중재안을 마련했다. 법안이 드디어 통과해 감격스럽다"며 "그러나 50만 시각장애인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법안 시행에 필요한 예산, 인력 등 제도 마련을 끝까지 챙기고 당사자 의견이 반영되도록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의약품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등 장애인 다빈도 의료제품도 접근성 개선, 보장성 강화 등 현실에서 와닿는 의정활동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표발의자 김예지 의원도 "의약품 점자표기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논의됐고 법안도 여러차례 발의됐지만 늘 제자리 걸음만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며 "21대 국회에서 첫 발을 뗄 수 있게 됐다. 특히 안전상비약 정보접근성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던 장애 당사자 입장에서 더 기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논의에 동참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님과 선배·동료 의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식약처, 제약바이오협회에도 감사를 표한다. 의약품 오남용 방지와 모두의 알 권리를 위해 통과한 법안이 우리사회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안전상비약 포장에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음성·수어변환 코드가 의무화된다. 협회와 제약업계는 의약품 정보접근성 향상을 위한 법안 취지에 공감해 왔다"며 "향후 점자표기 등 적용이 원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방침"이라고 피력했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