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간호사회 "25년간 배치기준 동결로 계약직만 늘려"
[데일리팜=강신국 기자] 폭증하는 코로나 환자에 비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지친 보건소 간호사들이 평생 일터를 떠나고 있다. 지난 5월 부산 동구보건소에서는 과도한 업무를 호소하며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보건간호사회(회장 양숙자)는 23일 복지부에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 보건소 간호사의 업무과중 해소를 위한 간호직 정원 확대를 간절하게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보건간호사를 비롯해 전국 시군구 지역주민 등 9만 8467명이 직접 서명했다.
▲복지부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양숙자 보건간호사회장
코로나로 발생한 작년에 사직한 보건소 간호사가 160명으로, 지난 3년간 한해 평균(108명)에 비해 1.48배 늘었다(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 휴직한 간호사는 909명으로 3년간 평균(634명)에 비해 1.43배 늘었다. 올해도 5월까지 휴직자가 580명, 사직자는 66명으로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 공무원들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래 지속된 주야간 비상근무로 지쳐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 간호직 공무원은 대부분 월 100시간 이상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 동구보건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간호직 공무원도 올들어 363시간 초과근무를 한 상황이었다.
보건소간호사들은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선별진료소 운영, 확진자 가정 방문 및 검체 채취, 확진자 후송, 역학조사, 자가격리자 관리 등 코로나 환자가 폭증할 때마다 새로운 업무가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접종 이상 발생같은 민원이 온통 관할 보건소로 몰리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현행 지역보건법에 명시된 보건소 간호사 배치기준은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고치질 않아 보건소마다 정규 간호사 정원을 늘리는 대신 편법으로 한시직 공무원만 늘리고 있다.
보건간호사회는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재해 뿐만 아니라 공공의료와 건강복지의 필수 인력"이라며 "그러나 보건소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간호사들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정규직 대신 ‘공무직’이라는 이름의 무기계약직, 한시적 계약직으로 뽑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시적 근로자 신분인 간호사가 보건소 전체 간호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보건간호사회는 이날 제출한 청원서에서 "간호직 공무원 정원을 현실에 맞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보건소 간호직 공무원도 의료인이라는 의무감으로 버티기에는 한계를 통감한다. 간호직 공무원 정원 확대라는 실질적 대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코로나19 방역 보건소 간호사들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라는 보건간호사 글이 지난달 29일 올라온 이후 이날까지 6만여명이 동의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를 단순히 천사나 영웅으로 부르는 현실은 간호사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이제는 단순히 간호사의 사명감이나 헌신에 기대기보다는 간호사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의 적절한 배치와 근무조건,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국 기자(ksk@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