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앞두고 대웅바이오그룹, 대거 취하
건보공단 "10일까지 소 취하 결정시 무이자 할부 등 혜택"
종근당그룹은 일부만 취하...내달 선고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보건당국과의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 환수협상 소송전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다. 1심 재판 선고일을 앞두고 소송 취하를 결정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보건당국이 소송 취하 업체들에 환수금액의 경감 조건을 제시하는 회유책을 제시하자 제약사들이 점차적으로 꼬리를 내리는 형국이다. 보건당국이 제약사들의 소송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선고일을 앞두고 환수액 경감 카드로 압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최근 콜린제제 환수협상 취소소송에 대해 일부 소 취하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이 사건은 대웅바이오 등 28개사를 대리해 진행한 콜린제제 환수협상 취소소송이다. 지난 1일 이 소송을 주도하던 대웅제약과 대웅바이오가 소 취하를 결정한 이후 이 그룹에 참여한 대다수 업체들도 소송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내용의 소송을 진행 중인 종근당그룹에서도 최근 2~3개 업체가 소 취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복지부의 환수협상 명령에 대해 제약사들은 일제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대웅바이오 등 28개사와 종근당 등 28개사로 나눠 진행됐다. 종근당그룹의 소송은 법무법인 세종이 맡는다.
콜린제제 환수협상 관련 소송은 1차 명령과 2차 명령으로 나눠 전개 중이다. 콜린제제 환수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하자 복지부는 지난 6월 다시 한번 동일한 내용의 환수협상을 명령하자 제약사들은 또 다시 소송전에 나섰다. 지난 6월 종근당 등 26개사와 대웅바이오 등 26개사는 각각 2차 협상명령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차례의 환수협상 명령에 대해 각각 2개 그룹으로 나눠 총 4건의 취소소송이 진행되는 형국이다.
제약사들과 보건당국간 소송과는 별도로 양 측은 협상 명령 8개월만인 지난 8월 환수율 20%에 합의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될 경우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은 날부터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1차 환수협상 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종근당그룹의 사건은 변론을 마치고 내년 1월7일 선고가 예고됐다. 대웅바이오그룹의 사건은 내년 1월13일 선고 공판이 열린다.
상당수 제약사들이 1년 가량 법정 공방을 펼치고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 소송 포기를 결정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2차 환수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에서도 대웅바이오그룹은 대웅바이오,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 이미 취하 결정을 내렸고 상당수 업체들도 최근 소를 취하했다. 종근당그룹의 2차 환수명령 취소소송은 일부 업체만 취하를 결정했다.
건보공단이 소송 취하한 업체에 환수금액 경감 조건을 제시하면서 제약사들의 소송 이탈이 확산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보공단은 최근 콜린제제 환수협상 대상 제약사들에 환수액 분할 납부 요건을 담은 합의서 일부변경안을 제시했다. 제약사들이 콜린제제 임상실패시 반환액, 매출액 대비 반환액 비중, 소송 취하 여부 등에 따라 환수금액의 납부 방법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다.
▲건보공단이 제안한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실패시 반환액 납부 방법 및 요건
예를 들어 임상실패에 따른 반환액 규모가 10억~50억원이고 매출액 대비 비중이 10% 미만이면 소송 유지시 1년에 걸쳐 납부하되 이자를 내야하고, 소송을 취하하거나 제기하지 않았으면 1년에 걸쳐 납부하되 이자를 낼 필요가 없다.
건보공단은 12월10일까지 소송 취하 결정을 완료해야 소송 취하에 따른 무이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미 1심 재판 선고일이 확정된 상황에서 선고 이전에 소송을 취하하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환수금액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회유책을 펼친 셈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콜린제제 환수협상 취소소송을 포기하면 추후 임상실패시 물어야 하는 총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납부기한이 연장되면 제약사들의 부담도 한층 경감된다. 이런 이유로 제약사들은 건보공단이 제시한 소송 취하 마감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집중적으로 소송을 취하했다.
제약사들이 건보공단과 환수협상에 합의한 상황에서 환수협상의 부당성을 따지는 소송이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도 소송 포기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콜린제제의 재평가임상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약가 자진인하를 선택한 상태다. 유한양행의 알포아티린 3종은 지난 10월부터 보험상한가가 10% 가량 인하됐다. 알포아티린리드캡슐은 508원에서 457원으로 10.0% 인하되고, 알포아티린연질캡슐과 알포아티린정은 각각 507원에서 456원으로 10.1% 깎인다. 한미약품의 콜리네이트연질캡슐은 상한가가 502원에서 494원으로 5.0% 내려갔다.
유한양행의 경우 약가인하 10%를 수용하고, 추후 임상시험에 실패하면 처방액의 10%를 돌려주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약품은 자진 약가인하 5%와 임상 실패시 처방액의 15%를 지급하겠다고 합의했다. 임상 실패시 거액을 물어주는 것보다는 사전에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이 성공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불안감도 제약사들이 환수협상 합의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보건당국과의 장기간 펼쳐지는 법정 다툼에 대한 부담감도 소송 포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종근당그룹의 경우 소송을 주도하는 종근당을 비롯해 대다수 업체가 소송 참여 의사를 뚜렷하게 밝히고 있어 소송 전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소송에 승소하면 환수협상 명령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데도 일부 업체들은 보건당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송을 포기하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