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12곳 중 10곳이 매출 신기록 달성
바이오기업들 특히 초강세...SK바사 영업이익률 51%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지난해 전반적으로 호전된 실적을 나타냈다. 핵심 캐시카우 전문의약품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선전하며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초강세를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2곳 중 10곳이 지난해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한미약품은 6년 만에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셀트리온,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HK이노엔,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 잠정 실적을 발표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12곳을 대상으로 집계했다. 12곳 중 8곳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확대됐다.
◆유한, 기술료·처방약 등 선전...녹십자, 독감백신 '껑충'
유한양행은 신약 기술료 효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처방의약품 사업도 선전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86억원으로 전년보다 42.3% 줄었고 매출액은 1조6878억원으로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수익성은 악화했지만 매출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유한양행의 기술료 수익은 519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556억원보다 66.6% 줄었지만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 스파인바이오파마를 시작으로 얀센바이오텍, 길리어드바이오사이언스, 베링거인겔하임, 프로세사파마슈티컬즈 등 글로벌 제약사 5곳과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주식으로 계약금을 지불한 프로세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사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분할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YH25724의 임상1상시험 진입으로 마일스톤 1000만달러를 수령했다. YH25724는 유한양행이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8억70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약물이다.
내수 시장에서 처방약과 비처방약 부문 모두 성장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처방약 매출은 1조142억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었다.
도입신약 중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는 작년 매출 830억원으로 전년보다 12.2% 늘었고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은 519억원의 매출로 60.4% 증가했다. HIV치료제 빅타비가 전년보다 36.9% 증가한 506억원어치 팔렸다. 자체개발 의약품 중 고지혈증복합제 로수바미브는 지난해 551억원의 매출로 전년대비 3.3% 늘었고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는 18.5% 증가한 301억원의 매출을 나타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비처방약(OTC) 매출은 1556억원으로 전년대비 18.0%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데일리케어가 지난해 144억원의 매출로 전년보다 7배 가량 치솟았다.
녹십자는 독감백신과 처방의약품 선전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나타냈다. 녹십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37억원으로 전년대비 46.6% 늘었고 매출은 1조5378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증가했다. 작년 매출은 2020년 기록한 1조5041억원을 뛰어넘은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은 2017년 903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녹십자의 주력 사업영역인 혈액제제와 백신 사업은 다소 부진했다. 혈액제제의 지난해 매출은 3742억원으로 전년대비 10% 줄었고, 백신사업은 전년보다 27% 감소한 2632억원을 기록했다. 백신사업의 경우 MSD와의 영업 제휴 종료로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녹십자는 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와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 등을 판매했지만 2020년 말 제휴 관계를 청산했다.
하지만 독감백신 판매가 급증하면서 도입 백신 매출 공백을 상쇄했다. 지난해 독감백신 매출은 2297억원으로 전년보다 38% 신장했다.
처방의약품의 지난해 매출이 3162억원으로 전년보다 12% 올랐다. 녹십자는 최근 처방의약품 시장을 공격적으로 두드리면서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하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다비듀오의 지난해 외래 처방금액은 230억원으로 전년보다 41.0% 증가했다.
◆종근당, 자체개발 제품·도입신약 성장...한미약품, 복합신약 강세
종근당은 자체개발 의약품과 도입신약의 동반 성장으로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967억원으로 전년대비 22.0% 줄었고 매출액은 1조3456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악화했지만 매출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뇌기능개선제 종근당글리아티린이 지난해 전년보다 6.8% 증가한 926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은 2016년 처방액이 313억원에 불과했지만 5년 만에 3배 가량 늘었다.
종근당이 자체개발한 당뇨신약 ‘듀비에’는 지난해 221억원의 처방액으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지난 2013년 국산신약 20호로 허가받은 당뇨치료제 듀비에는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의 당뇨치료제다.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치료제로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듀비에와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듀비메트가 지난해 19억원의 처방실적을 냈다.
골관절염치료제 이모튼은 작년 처방액이 512억원으로 전년대비 8.9% 증가했다. 아보카도소야 성분의 이모튼은 골관절염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연골파괴를 억제하고 질병 진행을 늦춘다는 기전 특성을 장점으로 매년 처방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33억원에서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하며 500억원을 넘어섰다.
고혈압복합제 '텔미누보'는 지난해 전년보다 2.3% 증가한 474억원의 처방실적을 나타냈다. 텔미누보는 두 개의 고혈압약 성분(텔미사르탄+S암로디핀)을 함유한 제품으로 종근당이 개발한 첫 복합신약이다.
자누비아, 자누메트, 바이토린, 아토젯, 케이캡 등 도입신약도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HK이노엔이 개발한 신약 케이캡의 작년 외래 처방금액은 1096억원으로 2020년 761억원보다 43.9% 증가했다. 종근당은 2019년 케이캡의 발매와 동시에 영업에 가세했다.
한미약품은 자체개발 복합신약을 앞세워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74억원으로 전년보다 160.1% 늘었고 매출은 1조2061억원으로 전년대비 12.1%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한미약품은 2015년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매출 1조3175억원, 영업이익 211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내수 시장에서 복합신약을 앞세워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고지혈증복합제 로수젯은 지난해 전년보다 17.4% 증가한 1232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2015년 말 출시된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2개 성분으로 구성된 고지혈증 복합제다. 로수젯은 시장 선점 효과와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의 인기몰이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한미약품의 간판 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모잘탄,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 아모잘탄엑스큐 등 4개 제품의 처방액은 1254억원으로 전년보다 4.6% 늘었다. 아모잘탄의 처방실적이 836억원으로 전년대비 1.0% 감소했지만 아모잘탄플러스가 282억원의 처방금액으로 12.6% 성장했다. 아모잘탄큐는 지난해 114억원으로 8.1% 증가했고 아모잘탄엑스큐는 23억원의 처방금액을 새롭게 냈다.
에스오메프라졸 성분의 항궤양제 에소메졸은 지난해 처방액 538억원으로 전년보다 21.7% 상승했다. 에소메졸은 2018년 처방액 284억원에서 3년 만에 2배 가량 뛰었다.
지난해에는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이 호전된 실적으로 힘을 보탰다. 북경한미약품의 작년 매출은 2887억원으로 전년대비 41.9% 신장했고 영업이익은 603억원으로 185.9% 확대됐다. 북경한미약품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어린이 의약품의 선전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반등에 성공했다.
◆대웅제약·HK이노엔·보령제약 등도 매출 신기록
대웅제약은 전문의약품의 고성장을 앞세워 최대 규모 실적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889억원으로 전년대비 423.6% 증가했고 매출은 1조1530억원으로 전년대비 9.2% 신장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전문약 부문은 지난해 매출 7780억원으로 전년대비 9.7% 늘었다. 항암치료제 루피어, 고지혈치료제 크레젯 등 수익성 높은 자체 개발 제품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자체개발 보툴리눔독소제제 나보타의 매출이 796억원으로 전년 504억원보다 57.9% 뛰었다.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가량 성장했고 해외 매출도 60% 이상 늘었다. 나보타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이 확대됐다. 지난해 2분기부터 전 세계 최대 보툴리눔독소제제 시장인 미국에서 매 분기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전통제약사 중 HK이노엔이 가장 큰 성장세를 나타냈다. HK이노엔의 지난해 매출은 7698억원으로 전년보다 38.%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42.2% 줄었지만 신약 케이캡을 앞세워 큰 폭의 성장을 실현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외래 처방실적이 1096억원으로 2020년 761억원보다 43.9% 증가했다. 2019년 3월 발매된 케이캡은 출시 3년차에 처방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테고프라잔’ 성분의 케이캡은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항궤양제다. 케이캡은 발매 첫해 처방금액 309억원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고 2020년과 지난해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케이캡은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제품보다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식전후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한 점, 우수한 약효 지속성으로 밤에 위산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는 등의 특장점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보령제약은 카나브패밀리의 선전을 기반으로 3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502억원으로 전년보다 24.6% 확대했고 매출은 5953억원으로 전년대비 10.0%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과 매출이 동반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자체개발 신약 카나브가 복합제와 함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안정적인 상승흐름을 나타냈다.
보령제약은 2013년 카나브와 이뇨제를 결합한 라코르를 시작으로 2016년 카나브에 칼슘채널차단제(CCB) 계열 약물 암로디핀을 결합한 듀카브와 고지혈증 치료제 성분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투베로를 선보였다. 2019년 듀카브에 고지혈증 치료제 성분 로수바스타틴을 결합한 3제 복합제 듀카로와 카나브에 아토르바스타틴 성분을 결합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아카브를 발매했다. 이중 라코르는 동화약품이 판매한다.
지난해 카나브를 기반으로 만든 의약품 6종의 외래 처방금액은 총 1272억원으로 전년보다 18.3% 증가했다. 지난 2016년 484억원에서 5년새 162.7% 늘었다. 최근에는 카나브 복합제가 상승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듀카브의 작년 처방액은 411억원으로 전년보다 13.9% 늘었다. 지난 2018년 1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19년 200억원, 2020년 300억원을 각각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400억원대로 올라섰다. 듀카로는 지난해 처방실적이 127억원으로 전년보다 99.4% 뛰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55억원으로 전년대비 54.5% 감소했고 매출액은 5901억원으로 전년보다 0.6% 늘었다. 해외사업과 진단기기 등이 부진을 겪었지만 전문약 사업이 호조를 보였다. 작년 전문약 매출은 3640억원으로 전년보다 7.0% 증가했다. 전문약 매출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바이오기업들, 파죽지세...SK바사, 영업이익률 51%↑
최근 바이오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이 9290억원으로 2020년 2256억원보다 4배 이상 뛰었다. 영업이익은 378억원에서 4742억원으로 12배 이상 치솟았다.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 사업 호조로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에 따른 원액과 완제 생산과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에 따른 원액 생산이 성장을 견인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7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경북 안동에 위치한 L하우스에서 생산하는 조건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보건복지부, 노바백스와도 코로나19 백신 공급 관련 3자계약을 체결하면서 생산에 착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373억원으로 전년대비 83.5% 늘었고 매출은 1조5680억원으로 전년보다 34.6% 신장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2010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매출 1조16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설립 9 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3개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가동 중이다. 지난 2018년 10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18만리터)의 3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위탁 계약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기준 위탁생산(CMO) 누적 수주 69건을 기록했으며 4공장 선 수주 활동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3곳과 총 5개 제품의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539억원으로 전년대비 5.9% 늘었다고 16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1조8908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바이오시밀러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2년 연속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매출 1위를 예약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상승하며 견조한 매출을 기록했고 코로나19 관련 치료제와 진단키트 매출의 증가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주력 항체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의 점유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작년 4분기 기준 램시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22.6%로 전년동기보다 10.8%포인트 상승했다. 트룩시마의 미국 점유율은 25.4%로 전년보다 5.6%포인트 증가했다.
바이오기업들은 수익성이 전통 제약사들을 압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51.0%에 달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각 39.9%, 34.3%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전통 제약사 중 한미약품 1곳만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