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보건소 상대 약국개설등록 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
서울행정법원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을 뿐, 공간적으로 분리"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지역 보건소가 병원장 소유 건물 1층의 약국 개설을 저지한 데 대해 법원은 적법한 처분이 아니라고 판단, 처분 취소를 주문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A씨가 지역 보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약국개설등록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A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A약사의 약국 개설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사건의 약국 개설이 시도됐던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9층의 신축 건물로, 약국 개설등록이 거부됐을 당시 건물 1층 중 일부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나머지 1층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편의점과 커피숍이 입점해 있었다.
2층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의원 입점 예정으로 공실이었다가 약국 자리 개설등록이 불허된 이후 치과가 개설 신고를 해 운영되고 있었다. 건물 지하 1, 2층과 지상 3층부터 9층에는 B병원이 입점돼 운영되고 있었다.
문제의 약국 자리는 건물 1층 가장 왼쪽에 있었고, 건물 주 출입구와의 사이에는 커피숍, 편의점이 있었다.
B병원은 건물 주 출입구를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간 뒤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 출입이 가능했고, B병원에서 약국 자리 상가로 가기 위해선 일단 주 출입구를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간 후 다시 약국 자리 상가 정면 출입구로 들어가야 하는 구조였다.
이 같은 건물 구조에 대해 지역 보건소 측은 B병원 병원장이 해당 건물 소유자인 점 등을 감안해 사실상 해당 건물이 전체적으로 B병원의 시설로 볼 수 있단 측면에서 ‘B병원의 시설 안 또는 구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이번 사건과 관련 법원은 의료기관 외래환자에 대한 원외조제를 의무화하기 위해 약국과 의료기관을 공간적, 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에 두고자 하는데 있다는 입법 취지를 전제 했다.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약국이 의료기관에 종속되거나 약국과 의료기관이 서로 담합하는 것을 방지하려는데 입법 취지가 있는 것이지, 약국을 의료기관이 들어선 건물 자체로부터 독립시키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 사건 상가는 B병원과 같은 건물에 위치할 뿐 공간적, 기능적으로 엄연히 분리돼 있어 보여 특정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에 위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상가와 B병원은 사용 층이 다르고 출입구 자체도 달리하며 공간적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 동선도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물 2층 일부는 다른 사람에게 임대돼 B병원과 별개 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는 점, 1층 상가도 B병원과 별개 업종에 임대된 상태인 점 등을 비춰볼 때 보건소 측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건물 전체가 하나의 의료기관시설로 보기 부족하다”면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위법한 만큼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지은 기자(bob83@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