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등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소송' 항소장 제출
지난 달 27일 1심 패소...임상적 유용성·급여축소 절차적 위법성이 쟁점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 급여축소 소송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1심에서 완패한 제약사들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급여축소의 부당함을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급여 축소 결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증명하겠다는 입장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 등 39개사와 개인 8명은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에 건강보험약제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청구 소송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패소 판결에 대해 상급심에서 다시 한번 법적 판단을 맡겨보겠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지난 달 27일 종근당 등이 제기한 건강보험약제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제약사들이 제기한 콜린제제 급여축소 취소 소송의 첫 판결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0년 8월 콜린제제의 새로운 급여 기준 내용을 담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가 콜린제제를 사용할 경우 약값 부담률을 30%에서 80%로 올리는 내용이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 급여 축소의 부당함을 따지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법률 대리인에 따라 2건으로 나눠서 제기됐다. 법무법인 세종이 종근당 등 39개사와 개인 8명을 대리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무법인 광장은 대웅바이오 등 39개사와 1명의 소송을 맡았다.
소송이 제기된 지 2년 만에 종근당 그룹의 첫 판결이 나왔는데 제약사들의 완패로 결론났다.
제약사들은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급여축소 결정의 위법성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에서 제약사들은 콜린제제가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신경학 교과서에 콜린성 전구체를 임상에서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고 기재됐고 콜린제제 원 개발사 이탈파마코가 최초 허가 받을 당시 SCI, SCIE에 등재된 다수의 임상시험 문헌을 근거로 제시했다.
제약사들은 복지부가 SCI, 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무작위배정임상시험 실시 논문을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활용한 것을 두고 기존의 평가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법률의 근거도 없이 설정했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논리도 펼쳤다.
복지부는 콜린제제의 급여축소를 결정하기 위해 임상적 유용성 관련 충분한 의학적·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과서와 임상진료지침(총 59종), 주요국 의료기술평가 보고서(국내외 10개 기관), 임상연구 문헌(한국의학논문DB 등) 등 근거 문헌을 검토한 바 있다.
제약사들은 “현장의 임상의들이 가장 많이 처방하는 콜린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섣불리 부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처방 현장에서 콜린제제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용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20년 7월 대한신경외과 병원협의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대한신경외과 의사회, 대한노인신경외과학회 등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콜린제제 선별급여 결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면서 “2019년 180만명의 환자에게 처방된 콜린제제를 단지 처방 남발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말고 환자의 요구도가 어떠한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약사들은 경도의 인지장애가 있는 알츠하이머병도 결국 중증 치매 증상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콜린제제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한 문헌이 경도의 인지장애에 대해서도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할 근거로 사용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콜린제제는 전 세계 13개 국가에서 의약품으로 허가 받아 관리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에서 콜린제제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거나 건강보험 등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정 만으로 이 사건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게 제약사들의 논리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급여축소가 행정행위 철회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콜린제제의 ‘건강보험 급여’를 번복하려면 중대한 공익적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콜린제제의 효능효과를 부정할만한 요인도 없었고 콜린제제의 급여유지가 공익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급여축소가 정부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콜린제제의 급여축소로 달성하는 공익보다 노인 환자들에게 약물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써 침해되는 공익이나 사회적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 급여축소 결정에 대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콜린제제의 선별급여 대상 지정은 요양급여 대상 지위가 박탈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보건당국은 제약사들의 ‘독립적 검토를 거친 재평가’ 신청을 통해 독립적인 제3자를 통한 검토 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재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를 선별급여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급여평가위원회의 평가와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복지부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해당 고시는 위법하다는 견해도 견지하고 있다.
대웅바이오그룹의 콜린제제 급여축소 취소 소송은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17일 판결 선고가 예정됐지만 변론이 재개됐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