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센병 환자가 주로 이용...부당 이득액도 많지 않아"
"의·약사도 죄질 나쁘지만 진료·조제 자체는 문제 없어" 집유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의료생활협동조합의 허점을 악용해 면허 대여 병원, 약국을 운영한 업주와 의사, 약사에 법원이 철퇴를 가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다른 사람의 면허를 이용해 병원, 약국을 운영한 A씨에 대해 사기,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의료법,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에 면허를 빌려준 의사 B씨에 대해선 사기,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약사 C씨는 사기와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이하 의료생협)을 설립하면 비의료인도 의료생협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단 사실을 알고 조합원을 모집, 의료생협을 설립한 후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의료생협 설립인가를 받은 A씨는 지방의 한 의원을 해당 의료생협 명의로 개설해 1년여간 운영했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또 다른 지역에서 의사인 B씨에게 병원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명의 대여와 더불어 진료를 담당하는 조건으로 매월 77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하며 사무장병원을 운영하기로 모의했다.
B씨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여 간 해당 의원을 운영했다.
한발 더 나아가 A씨는 해당 의원 인근 약국 운영과 관련, 약사인 C씨에게 면허 대여와 매주 2회 약국에 출근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월 급여는 350만원 상당이었다.
매주 2회 출근하는 B약사의 역할은 사실상 A씨가 운영하는 의원에서 자주 처방하는 약을 미리 조제해 주는 것이었다.
사무장 병원에 약국까지 운영했던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데 대해 법원은 참작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이번 사건의 병원, 약국은 한센인 정착촌에 서로 인접해 자리잡고 있었으며, 주로 한센병 환자들이 이용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병원 개설자가 건강 상 문제로 병원 운영이 어렵게 되자 A씨가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병원, 약국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의사, 약사를 고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사건 병원에서의 의료행위는 의사인 피고인 B씨가 했고, 이 사건 약국에서의 조제 등 행위는 약사인 C씨가 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들에 대한 의료행위나 조제 등 행위자체에는 국민보건상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편취하거나 부정하게 교부 받은 돈의 일부는 이 사건 병원, 약국의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고, 실제 취득한 이득액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가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의사인 B씨와 약사인 C씨에 대해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건강보험 기금, 의료급여의 재정 건정성을 악화시킨단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형사처벌이 없는 초범인데다 각각 의사, 약사로서 환자에 대한 진료와 조제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약사인 C씨의 경우 이번 재판이 있기 전 건강보험공단에 7억5000만원 상당의 금액도 지급했다.
법원은 C약사의 선고형 결정에 대해 “범행 기간, 편취하거나 부정하게 교부 받은 돈의 액수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피고가 초범인데다 이 사건 약국에서의 조제 등 행위는 약사인 C씨가 직접 한 것으로 보여 환자들에 대한 행위 자체에는 국민보건상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는 건강보험공단에 피해 회복을 위해 7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면서 “피고의 범행 동기나 수단,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기자(bob83@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