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 BUD 머릿속 들여다보기-권미라 릴리 전무
"자가면역질환 포트폴리오가 좋다" 의료진 피드백 많이 받아
내년 다양한 적응증 추가… 항암제 레테브모 급여 위해 최선
[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제약사 '릴리'하면 원래 당뇨병이었다. 인슐린의 최초 개발사인 릴리는 이후에도 당뇨병 영역에서 DPP-4억제제, SGLT-2억제제, GLP-1유사체 등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며 입지를 다졌다.
그랬던 릴리가 달라졌다. 당뇨를 내려 놓았다기 보단 또 무기를 장착한 느낌이다. 어느 순간 이 회사는 항암,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알림타' 외 큰 임팩트가 없었던 폐암 항암제 시장에 VEGFR억제제 '사이람자'를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최초의 RET표적항암제 '레테브모'를 내놓았다. 유방암치료제 CDK4/6억제제 후발 약물 '버제니오'는 성공적인 보험급여 등재 전략을 펼치며 빠르게 안착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두번째 JAK억제제 '올루미언트'는 류마티스관절염에 이어 아토피피부염 공략을 시작했으며 계열 약제 최초로 원형탈모 적응증을 확보했다. 인터루킨-17A억제제 '탈츠'는 건선성광절염, 강직성척추염 등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처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얼마전에는 편두통 신약 '엠겔러티'가 급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데일리팜이 이들 제품 모두가 소속된 한국릴리 스페셜티사업부의 총괄 권미라(44) 전무를 만나봤다.
▲권미라 한국릴리 스폐셜티사업부 전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릴리에는 2006년에 마케팅팀으로 입사했다. 릴리는 다양한 부서를 경험할 수 있는 열려 있는 인재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부, 대외협력부 그리고 보험약가제도가 급변하는 시기에는 항암제사업부를 거칠 수 있었다.
약가(MA, Market Access) 담당을 거쳐 항암제사업부 마케팅 총괄을 맡게 됐고, 2020년부터 BU 체제로 바뀌면서 항암사업부와 면역사업부를 통합한 지금의 스페셜티케어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릴리의 변화가 다이나믹하다. 사실상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란 느낌이 든다.
릴리가 2019년 항암제 전문기업 록소온콜로지를 인수하면서 레테브모 등 강력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후속 후보물질 개발과 출시도 함께 준비 중이다.
자가면역질환 분야에서는 올루미언트와 탈츠를 메인 품목으로 가져가고 있는데, 최근 2년 사이 주요 분야에서 적응증이 추가됐고, 내년에도 새로운 적응증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파이프라인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회의에서는 현재 임상 중에 있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의 임상 데이터를 함께 리뷰하기도 했다.
-자가면역질환은 릴리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역이었다. 국내에선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여겨지는 진료과목인데, 의외다.
이미 이 분야에서 15년 이상 명성을 쌓아온 기업들이 있는데, 릴리의 포트폴리오가 상당히 좋고 다양하다는 의료진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건선치료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가 모두 있고, 새로운 적응증에 대한 임상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치료제는 사실 마케팅 포인트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프로모션 과정에서 각각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다면?
항암사업부는 당뇨병사업부와 마찬가지로 한국릴리의 중점 부서이기 때문에 영업부 조직만 보더라도 대부분 13년~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전문성이 뛰어나다. 치료제 특성 상 의학부 등 다양한 부서와 협력하면서 국내 데이터 발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면역치료제 시장은 경쟁이 굉장히 심하다. 같은 계열이라고 해도 그 안에 많은 옵션이 있기 때문에 릴리의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새로운 적응증들이 출시되다 보니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 활동이나 채널보다는 디지털 채널에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형태의 활동에 주력해 왔다.
-마케팅 사업부를 꾸려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는가?
새로운 계열의 블록버스터가 탄생해서 시장을 독식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만큼 시장이 다이나믹하다. 특히 국내의 경우 환자 접근성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빠르게 적응하고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사업부와 면역사업부는 다루는 질환은 다르지만 제약업계가 처한 시장의 모습은 균질하다. 특히 지금과 같이 새로운 제품과 적응증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깊이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사업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프로모션 전략도 변화가 있었을 듯 하다.
그간 제약이 많았던 오프라인 활동을 강화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2년 이상의 코로나19 기간 동안, 의료진들도 디지털 채널에 익숙해졌고 편의성 등 장점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잘 접목할 수 있을지에 조금 더 초점을 두고 있다.
회사 내부에 디지털 부서가 별도로 있는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찾는 방식을 본사와 함께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진들의 니즈가 가장 큰 접점을 찾아 효과적인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이 발전해 나갈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의약품 시장에서는 급여가 성패를 가름하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현재 레테브모가 급여 등재 절차를 진행 중이기도 한데, MA부서가 아닌 마케팅에서도 급여를 위한 활동이 있을 듯 하다.
급여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은 항상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고, 당국과 협의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본사와 규제당국 간 원활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MA 담당팀이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지만, 국내 환자들에게 어떻게 사용될 수 있고 어디까지 치료 혜택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마케팅부서의 의견이 필요하다.
-글로벌 본사와는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는 편인가?
우리나라는 급여 등재가 쉽지 않은 나라 중 하나지만, 다른 국가들도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본사에서도 상황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사이람자와 버제니오와 같은 항암제들의 급여 등재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약가에서 큰 차이가 있고, 국내에는 관련 제도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스페셜티 사업부의 향후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얼마전 내년 사업 계획이 마무리됐다. 내년에 견인해야 할 브랜드와 치료제군에 대해 여러가지 논의가 진행됐는데, 새로운 적응증 출시 등 2023년은 굉장히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겁다.
의료진에게 릴리의 임상 데이터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고, 비급여 상황이지만 본사와 협의를 통해서 다양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릴리의 신약이 필요한 환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임상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어윤호 기자(unkindfish@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