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 미래포럼]일반약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일반약 진흥 위해 즉각 필요" vs "국가적,국민적 공감대 먼저"
일반약 활성화엔 의견 일치…컨트롤타워 추진 각론은 온도차 여전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내 일반의약품 전담기구 설치와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상시 전환(스위칭) 제도 도입, 일반약 표준제조기준 확대. 일반약 정책을 향한 국내 제약업계와 약사회의 요구는 간단명료했다.
국민 건강 제고와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일반약 활성화 제도를 적극적으로 발굴·시행하기 위한 일반약 정책 컨트롤타워 설치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일반약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아직까지 일반약 활성화에 동력을 부여할 국가적,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고 구체적인 근거자료 만들기 작업이 미흡한 현실부터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큰 틀에서는 상호 의견이 합치됐지만, 최종 목표를 향한 절차적 측면에서 제약계와 약사회, 식약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점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룸에서 개최된 데일리팜 'K-일반약, 상생의 길을 찾자' 3차 포럼은 일반약 정책 컨트롤타워가 핵심 의제였다.
포럼에서는 조민정 제약바이오협회 팀장의 발제 이후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를 좌장으로 안정혁 일동제약 팀장, 김대원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본부장, 송현수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이어갔다.
"일반약 전담기구·상시재분류 통한 '진흥책' 적극 펼칠 때"
국내 제약사와 약사를 대표해 포럼에 참석한 안정혁 팀장과 김대원 본부장은 미국, 일본 등 해외 의약품 선진국이 도입한 시스템을 본받아 우리나라도 일반약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를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설치될 일반약 전담기구는 일반약 인허가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이 아닌 일반약 활성화를 통해 국민 의약품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줄여 건보재정을 아끼는 방향의 '일반약 진흥' 정책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일반약 인허가와 시장을 규제로 옥죌수록 소비자의 일반약 선택권이 저해돼 경질환마저 병의원을 찾는 의료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건보재정 손실폭은 커진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다.
안정혁 팀장은 전담기구 설치와 함께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상시 전환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안 팀장은 "일반약을 제대로 규제·관리하고 진흥하려면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조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 "일반약 전담기구를 설치해 분기마다 안전성 검토를 하고 표준제조기준을 개선·확대하는 것을 기반으로 규제도 논의한다면 제약계는 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팀장은 "더 구체적으로는 제약사 입장에서 표준제조기준에 포함됐는데도 안전성 시험을 거쳐 인허가를 받는 기간이 상당히 길다. 신제품 출시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매년 2회 이상 전문약 안전성을 검증하고 일반약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시적 분류 체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김대원 본부장은 일반약 전담기구 설치 필요성을 한층 강하게 어필했다. 전담기구 설치는 건보재정 절감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이자 환자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전담기구 설치 등으로 일반약 시장이 활성화되는 만큼 약업 생태계가 건전해 져 전반적인 국민 건강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김대원 본부장은 "보장성은 날로 강화되고 신약 가격은 계속 초고가화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보건의료 수요도 계속 늘면서 건보재정 지출은 대폭 늘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경질환 셀프메디케이션 정책을 펴고 있다"고 피력했다.
김 본부장은 "일반약 활성화는 의사 진료가 필요 없는 의약품 구매를 촉진하면서 소비자가 약국과 약사를 거쳐 본인의 의사로 의약품을 결정하게 된다"며 "일정 기간 전문약으로 쓰이면서 안전성이 확인된 약은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일반약 별도조직은 반드시 필요하고 유효하다. 미국은 일반약 지출이 1달러 늘 때 7.2달러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며 "아직까지 식약처, 제약사 모두에 일반약 활성화에 매진할 동기가 부족하다. 약사회도 일반약 활성화 소위원회를 신설해서 제약사, 도매업체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안정혁 일동제약 팀장, 김대원 약사회 본부장, 송현수 식약처 사무관(왼쪽부터)
식약처 "정부·소비자·의약사·제약사 간 정책적 합의부터 이뤄야"
송현수 식약처 사무관도 일반약 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동의와 공감을 표했다.
다만 전 국가적, 국민적 차원에서 일반약 활성화 정책을 즉각 시행하자는 합의나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부처, 소비자, 의사·약사 등 전문가, 학계, 제약사 등 일반약 공급·소비 주체 간 갈등 해소나 합의 절차를 거친 뒤 국가적 정책 결정이 있어야 전담기구 설치 등 추진에 속도가 붙는다는 취지다.
송현수 사무관은 "정부 역시 일반약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대전제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일반약 정책을 움직일 수 있는 동기와 함께 활성화 이후 최종적으로 발생할 결과가 어떨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요약했다.
송 사무관은 "일반약 셀프메디케이션이 국내 의료비와 약품비 증감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원인과 결과는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결국 다른 국가들이 일반약 전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국민이 일반약을 사용하기에 충분한 환경인지, 의료비 지출 과다로 일반약 활성화 정책이 필요한지 더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사무관은 "국가 전체적으로 그리고 의약 전문가들, 학계, 국민까지 일반약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정책적 결정이 있다면 제도를 추진하기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며 "일반약 전담조직과 인력을 식약처에 지원한다면 감사한 부분이나,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