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렙토제제 환수협상 합의...콜린제제 이어 두 번째
재평가 임상 실패 시 처방액 22.5% 반환
제약 “임상실패로 적응증 삭제 전엔 허가 유효...부당이득 취급은 불합리”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보건당국의 연이은 임상재평가 의약품 환수협상 정책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보건당국이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에 이어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의 환수협상을 강행하자 제약사들은 “재평가 임상 실패를 부정한 이익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유효한 상황에서 판매한 행위를 부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제약사들, 스트렙토제제 환수협상 합의...일부 업체 시장 철수 결정
16일 업계에 따르면 스트렙토제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지난 14일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스트렙토제제의 환수협상에 합의했다. 보건당국의 스트렙토제제 급여재평가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 스트렙토제제에 대해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스트렙토제제는 임상재평가 결과에 따른 환수 협상 합의 품목에 한해 1년 간 평가를 유예하는 조건부 급여가 제시됐다. 스트렙토제제는 현재 식약처의 지시로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인데 환수 협상을 합의한 제품에 한해 1년 간 급여를 유지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스트렙토제제는 ‘발목 수술 또는 발목의 외상에 의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와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스트렙토제제의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 자료 제출 기한은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은 내년 5월, '발목 수술 또는 발목의 외상에 의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는 내년 8월이다.
만약 임상재평가 통과로 적응증이 유지되면 임상자료를 토대로 급여 잔류 여부를 재검토하고, 임상 실패로 적응증이 삭제되면 급여 목록에서 삭제되고 제약사들로부터 처방액을 돌려받겠다는 게 보건당국의 취지다.
제약사들은 건보공단이 마감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14일까지 22.5%의 환수율과 환수 기간 1년에 합의했다. 만약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가 실패하면 1년 간 처방실적의 22.5%를 건보공단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건보공단과의 환수협상 과정에서 자진 허가 취하를 결정한 업체도 있었다. 임상 실패 시 환수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실익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스트렙토제제의 보험약가가 최대 70원에 불과해 원가구조가 열악한 실정이다. 스트렙토제제의 시장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임상시험 성패 여부와 무관하게 환수협상을 진행할 정도로 매력이 크지 않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스트렙토제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182억원에 불과했다.
환수협상에 합의한 업체들도 스트렙토제제의 시장성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시장 철수를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평가 임상 종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선택한 셈이다. 이미 임상시험에 수십억 원이 비용이 투입됐다는 점도 제약사들이 환수협상에 합의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스트렙토제제의 수요가 커지고 있어 만약 무더기 철수가 발생하면 처방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지난 3분기 스트렙토제제의 외래 처방금액은 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8% 증가했다. 지난 1분기 73억원의 처방 실적으로 전년보다 75.2% 수직 상승했고 2분기에는 62억원으로 37.1% 신장했다. 스트렙토제제의 올해 9월까지 누계 처방액은 1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2% 확대됐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거담제 용도로 사용되는 스트렙토제제도 수요가 크게 늘었다.
◆제약사들 “임상재평가 실패한 약물도 허가는 유효...기존 판매 불법행위 아냐”
제약사들은 임상재평가 대상 의약품의 연이은 보건당국의 환수협상 추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스트렙토제제는 콜린제제에 이어 두 번째 환수협상 대상이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고 판매한 제품인데,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이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판매를 불법행위로 규정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강조했다.
임상재평가는 판매 중인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임상시험을 통해 다시 점검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임상재평가를 진행하는 기간에도 식약처의 허가가 유지되기 때문에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복지부는 2020년 10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기등재 의약품도 ‘약제의 안정적인 공급 및 품질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협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콜린제제의 경우 이미 환수협상 명령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당초 2020년 12월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에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급여계약을 명령했다. 이에 제약사들은 협상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2차 환수협상 명령을 내렸고 제약사들은 또 다시 소송전을 펼쳤다.
당초 제약사들은 스트렙토제제의 환수협상 명령에 대해서도 소송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스트렙토제제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 소송을 주저한 배경이다. 지난해 스트렙토제제 중 가장 많이 팔린 한미약품의 뮤코라제는 처방액이 31억원에 불과했다. 판매 중인 스트렙토제제 37개 중 처방액이 10억원이 넘는 제품은 5개에 불과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보건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보건당국과 약가협상, 사용량 약가연동 협상 등 건강보험 관련 업무로 지속적으로 부딪혀야 하는 상황에서 대립각을 펼치는 것은 적잖은 부담이다”라면서 “임상재평가는 최신 과학기술 수준에서 기허가 제품을 다시 점검하자는 취지인데, 임상시험에 실패했다고 판매액을 반환하라는 것은 식약처 허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라고 꼬집었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