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분야 인력양성 계획
학생 증원 조건 대폭 완화...대학 별로 신설 방법 수립 중
산업약사와 경쟁 불가피..."업권 다툼 아닌 시너지 만들어야"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내년 전국 대학에서 혁신신약학과를 비롯 바이오 인재 양성을 위한 학과가 신설된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한 인력이 많게는 매년 1000명 이상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각에선 산업계로 진출하는 약사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반도체와 바이오를 포함한 첨단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대폭 낮췄다.
그동안 대학 정원 줄이기에 집중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분야 인력 양성을 지속적으로 주문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4대 요건(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중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첨단분야 정원을 증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8월엔 ‘대학설립·운영 규정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도 마쳤다.
대학들은 내년 첨단분야 학과 신설로 정원 순증을 하거나, 입학 정원 내에서 자체 조정을 통해 학과를 신설할 수 있게 됐다. 대학 입장에선 결손 인원을 해결할 수 있고, 만약 순증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학과 신설을 추진하는 첨단분야는 크게 인공지능, 빅데이터, 차세대반도체,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 실감미디어, 지능형로봇, 에너지신산업 등이다.
이중 바이오는 ▲바이오헬스 ▲맞춤형 헬스케어 ▲혁신신약 3개 분야로 구분했다. 주요 육성 직무로는 바이오융복합기술 R&D 지원, 개인맞춤 정밀의료, 후보물질 100개 개발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대학들도 교육부에 제출할 증원 계획서 준비에 한창이다. 수도권에만 순증 인원이 약 1000명이 될 것이라고 알려졌고, 이중 바이오 분야 학과 신설도 상당수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바이오 관련 신설학과가 자연대나 공대, 약학대학 등 어디에 설치될 것인지는 대학 별로 고민에 빠졌다.
약학대학 A교수는 “정원 순증은 20여개 대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대학들은 자체 조정을 통해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분야 학과가 최소 50여개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바이오는 교원만 있다면 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나 다른 분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을 충족하기가 쉬워 많은 대학들이 준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A교수는 “다만 자연대나 공대에서도 혁신신약학과를 준비하는 곳이 있다. 1년에 제약산업으로 가는 약사가 2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혁신신약학과에서 인력을 쏟아낸다면 과연 제약산업을 약학에서 감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약학대학 B교수는 “약학대학에 생긴다면 통6년제와 함께 4년제 제약산업 트랙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동안 약대에서 산업 진출이 적었고, 6년제로 인력배출 기간도 길어지다 보니 부족하다는 평가들이 반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B교수는 “앞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약사들은 면허 외에도 차별점을 가지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그동안 제약사 오너들도 약사에서 비약사로 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 역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인력 수요도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된다는 전망도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전문 인력 배출은 업권 다툼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약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10년 뒤 바이오산업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분야 인력을 양성하려는 취지”라며 “신약개발 전주기적인 교육 연구가 가능한 것은 약학대학뿐이다. 혁신신약학과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약학대학에 속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학과가 신설돼 인력을 배출하더라도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제조, 품질관리에 대한 역할이 분명히 구분돼있다. 따라서 업권을 다투기보다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첨단분야 석박사 정원을 1303명 증원했다. 내년 학부 증원과 동일한 첨단분야이며 바이오 분야에서는 109명이 증원됐다.
정흥준 기자(jhj@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