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에자이, 두 번째 치료제 레켐비 美 허가 받아
아두헬름보다 효과 좋고 가격은 낮아…시장 공략 총력
뇌부종·뇌출혈 일으키는 ARIA 부작용 논란이 변수…약과 관련성 분분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두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을 허가 받았다. 첫 번째 신약인 '아두헬름'이 여러 논란 속 시장에서 사라진 탓에 레켐비 성공에 총력을 가하는 모습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레켐비, 어떤 약?
▲레카네맙 제품 사진(사진: 에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일(현지시간)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를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했다. 가속승인은 초기 임상 결과를 토대로 내리는 조건부 허가로, 상용화 이후 3상 임상을 토대로 정식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레켐비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이다. 베타아밀로이드 타깃 항체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대상으로 한다.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꼽힌다. 레켐비는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해 응집현상을 막는다.
레켐비는 정맥주사 형태로 2주마다 한 번 환자에게 투여한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지난 9월 레켐비의 3상 Clarity AD 연구 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최근 국제학술지 NEJM에 풀데이터가 게재됐다.
3상은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지닌 50~90세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레카네맙과 위약을 비교했다. 1차평가변수는 18개월 시점에서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 점수 변화다. 2차평가변수로는 ▲인지행동검사(ADAS-Cog 14) 점수 ▲PET을 통한 아밀로이드 축적량 변화 ▲알츠하이머병 종합점수(ADCOMS) 등이 설정됐다.
▲레켐비-위약군 1차 평가지표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 점수 변화(자료: 바이오젠)
연구 결과 레카네맙은 18개월 시점에서 CDR-SB 점수 1.21를 기록해 위약 1.66 대비 기능 저하 속도를 27% 지연시켰다. 지연 효과는 빠르면 6개월 시점부터 나타났다.
주요 2차변수에서도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아밀로이드 PET 하위 연구에서 레카네맙군은 3개월 시점부터 뇌 아밀로이드 축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ADAS-Cog14 평가 결과 인지기능 저하를 26% 늦췄다. ADCOMS 평가 결과에서도 18개월 시점에 질병 진행을 24% 늦춘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젠-에자이, 레켐비 성공에 총력…안전성 변수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레켐비로 또 다시 알츠하이머병 치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앞서 양 사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시장 퇴출로 한 차례 쓴맛을 봤다. 아두헬름은 지난 2021년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하지만 아두헬름 효과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고, 그에 비해 높은 가격 등이 논란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FDA 허가 당시 바이오젠이 심사 직원들과 부적절한 유착 관계에 있었다는 폭로가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결정적으로 미국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가 아두헬름 임상에 참여한 환자 외에는 보험 급여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퇴출 수순을 밟았다. 보험 제한으로 판매가 어렵게 되자 양 사는 아두헬름의 마케팅 계획을 포기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효과 면에서 아두헬름보다 더 우수한 레켐비 상용화 성공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레켐비 정식 허가를 위해 조건부 허가가 내려진 날 FDA에 추가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서(sBLA)를 제출했다. 유착 의혹이 제기된 바이오젠 대신 에자이가 전면에 나서고, 레켐비 가격을 낮추는 등 논란이 될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에자이는 6일 레켐비 가격을 연간 2만6500달러(약 3400만원)로 책정했다. 이는 아두헬름 5만6000달러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에자이는 레켐비 가격을 추산하게 된 계산 과정을 공개하며 "레켐비 치료로 낼 수 있는 환자 당 연간 가치를 3만7600달러로 추정하지만, 이보다 낮은 2만6500달러로 책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변수는 안전성이다. 레켐비의 부작용 논란이 상용화 성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레켐비 임상에서 뇌 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을 보인 비율이 12.6%에 달해 위약군 1.7%보다 크게 높았다. 사망 사건은 레켐비군에서 0.7%(6명), 위약군에서 0.8%(7명) 발생했는데, 연구진은 레켐비과 관련 있거나 ARIA로 간주되는 사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선 뇌출혈로 사망한 임상 참가자가 약물과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기 연구를 통해 레켐비 안전성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FDA도 레켐비를 허가하며 ARIA 부작용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다. FDA는 "레카네맙 처방 정보에는 이 클래스의 항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ARIA에 대한 경고가 포함됐다"며 "ARIA는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지만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새임 기자(same@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