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암질환심의위원회 주목…세번째 상정
국민청원 동의 5만명 돌파…국회도 지원사격
[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폐암치료제 '타그리소'가 1차요법 보험급여 확대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TKI)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내달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이와 궤를 같이해 어제(27일) 이달 초 제기된 타그리소의 1차요법 보험급여 확대를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5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환자들은 간절히 원하는데 의사들은 안 된다고 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정숙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급여 확대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검토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제약사 역시 재정분담안 수용 등 1차요법 급여 확대를 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미 만 4년이 넘었다. 2018년 12월 국내에서 1차요법 적응증을 추가한 타그리소는 2019년 급여 확대를 노렸지만 같은 해 10월 암질심에서 1차요법에서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을 확인한 3상 FLAURA 연구의 전체 데이터가 공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후 FLAURA 연구의 전체 데이터 추가 제출과 함께 정부가 제안한 재정 분담안 대부분에 대한 수용 의사를 개진했음에도 불구, 임상적 유용성에 문제가 있다는 위원들(전문의)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타그리소의 급여권 진입이 좌초됐다.
당시 타그리소의 1차요법 급여 좌초의 가장 큰 원인은 FLAURA의 아시아인 하위분석이었다. 연구를 통해 드러난 타그리소의 OS는 38.6개월로 1세대 약물인 '이레사(게피티닙)'와 '타쎄바(엘로티닙)' 대비 6.8개월 개선 효능을 입증했다. EGFR TKI 중 최초라는 점, 연구윤리 상 1세대 약물에서 T790M 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크로스오버(Cross over) 처방을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아시아인 대상 하위분석의 위험비(HR, Hazard Ratio)였다. 타그리소의 아시아인 대상 HR이 0.995에 불과했다. 0.995라는 수치는 '1'을 기준으로 격차가 0.005라는 얘기로, 사실상 대조군과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이를 근거로 학계에서는 "한국인이 속한 아시아인에서 타그리소의 OS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암질심 결과에도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대규모 임상 연구를 볼때 하위분석 자체를 달리 보는 시각도 적잖다. 연구에서 1차평가변수가 있고, 해당 목적을 충족했을 때 하위분석은 어디까지나 '참고'의 의미로 제시된다. 이는 단순히 의학을 넘어 사실상 모든 학계에서 통용되는 개념이다. 이미 연구의 목적인 OS 입증에 성공했는데 하위분석이 급여 불가의 핵심 요인이 된 것이다.
과거를 넘어, 이제 또 한번 암질심이라는 관문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타그리소가 장착한 무기는 약가인하와 지난해 발표된 리얼 월드 데이터이다. 재정과 유효성 측면에서 무게를 늘린 셈이다. 타그리소가 이번엔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타그리소의 리얼 월드 연구는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660명을 대상으로 실제 임상 현상에서 타그리소의 1차 치료제 효과를 평가한 리얼월드연구다. 583명이 첫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투여했으며, 76명은 다른 EGFR 표적항암제를 투여했다. 실제 측정은 타그리소 투여군인 583명을 대상으로 6개월마다 이뤄졌다. 추적 기간 중앙값은 24.6개월이다.
그 결과, 타그리소를 투여한 환자들의 전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20.0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타그리소의 글로벌 3상 연구 FLAURA의 mPFS 18.9개월보다 더 긴 수치다. 변이 종류 별로 살펴보면 엑손19 결손군과 L858R 치환군의 mPFS는 각각 23.5개월, 17.0개월이었다. 또한 OS 중앙값은 40.9개월로 3년 이상의 전체 생존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어윤호 기자(unkindfish@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