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젠 주당 229달러에 인수 합의…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
화이자, 지난해엔 바이오헤븐·GBT·리바이럴 등 3곳 인수
[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화이자가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전문 기업 시젠(시애틀 제네틱스)을 430억달러(56조1666억원)에 인수한다. 지난해 제약업계에서 인수합병에 두 번째로 많은 돈을 투입했던 화이자는 올해 56조원이라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지난 13일 시젠과 최종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229달러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10일 시젠 종가(172.61달러) 대비 32.7% 높은 가격이다. 합병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시젠은 ADC 기술을 활용해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ADC 전문 기업이다. ADC 항암제를 개발해온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로 이 분야를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12개 ADC 신약 중 4개에 시젠의 기술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케다제약과 애드세트리드를 공동 개발해 2011년 승인을 얻었다. 아스텔라스와는 방광암 치료제 파드셉을 개발했다. 로슈 제넨텍과는 폴라이비를 개발해 허가 받았으며 가장 최근에는 젠맙과 최초의 자궁경부암 ADC '티브닥'을 개발해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약업계 가장 큰 딜 성사
이번 거래는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약업계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2019년 BMS-세엘진(740억달러), 애브비-엘러간(630억달러) 두 건의 빅딜이 이뤄진 바 있다. 제약업계 전체로 보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소규모 바이오텍 인수가 줄을 이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에 제약사들은 인수합병에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을 꺼렸다. 팬데믹 기간 가장 큰 규모로 성사된 제약업계 인수합병은 2020년 말 이뤄진 아스트라제네카의 알렉시온 인수인데 2019년 딜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당시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렉시온을 총 390억달러에 인수했다.
2021년도에는 전자 의료기록 업체 서너를 소프트웨어 기업이 인수한 거래가 283억달러로 가장 컸다. 2022년도에는 암젠이 호라이즌을 283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가장 큰 딜로 꼽혔다.
화이자의 시젠 인수는 화이자 내에서도 손꼽히는 행보다. 2009년 와이어스(680억달러)를 인수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거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 기간에도 꾸준히 인수합병을 진행했지만 주로 소규모 딜이 주를 이뤘다. 2021년 아레나와 트릴리움 두 개 바이오텍을 총 90억달러에 인수했다. 트릴리움은 CD47을 표적하는 항암제 개발 기업이며, 아레나는 S1P를 표적하는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사다.
▲작년 화이자 인수 기업 현황
작년에도 화이자는 3개 기업을 사들였다. 편두통을 비롯한 희귀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바이오헤븐을 116억달러에 인수했다.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 개발사 GBT와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기업 리바이럴도 각각 54억달러, 5억250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주로 희귀질환 영역에서 바이오텍과 손잡은 화이자가 대규모 인수를 단행한 이유는 당장의 수익원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화이자는 2025년부터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가 시작된다. 여기엔 젤잔즈, 입랜스, 엑스탄디 등 대표 품목도 포함된다. 회사는 2025년부터 5년 간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로 최대 170억달러(약 21조원)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화이자 신성장 전략(자료: 화이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화이자에게 수백조원의 매출을 안겨다 준 코로나19 백신·치료제로 팬데믹 종식과 함께 급락할 전망이다. 화이자는 2021년 코로나19 백신으로 44조원을 벌었으며 2022년에는 백신과 치료제로 총 70조원을 추가로 벌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특수가 꺾이며 절반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23에서 "기업 인수로 향후 250억달러의 매출을 추가할 것"이라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소규모부터 대형 기업까지 다양한 인수합병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새임 기자(same@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