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EU에 허가신청 자진 취하…다른 나라서 공급 지속할지 촉각
셀트리온·한미는 제네릭 생산 철수…"낮은 효과·시장성 저하 발목"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머크가 유럽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의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제약업계에선 이 약물의 글로벌 공급이 지속될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미 라게브리오 제네릭을 생산, 중저개발국에 공급키로 했던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은 계획을 철회한 상황이다.
로이터 등 해외언론은 28일(현지시간) 머크가 유럽연합(EU)에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라게브리오의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올해 2월 라게브리오 승인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CHMP의 권고로 머크는 결국 EU에서 허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제약업계에선 미국 등 다른 나라로 라게브리오의 퇴출이 확산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라게브리오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영국·호주·중국 등 25개국 이상에서 코로나 치료제로 공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머크 측은 “이번 결정은 라게브리오의 허가 또는 승인이 이미 완료된 국가에서의 사용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라게브리오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 2022년 등장했다. 화이자 팍스로비드와 함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로 널리 쓰였다. 다만 올해 들어 글로벌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고 쓰임새가 크게 낮아졌다. 제약업계에선 시장성 저하로 인해 머크가 사실상 유럽 시장에서의 철수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팍스로비드 대비 낮은 효과도 자진 취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라게브리오는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팍스로비드가 코로나로 인한 입원·사망 위험을 89% 낮추는 것과 달리, 라게브리오는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임상3상에서 나타났다.
치료 효과가 낮은 데다 시장성까지 크게 저하되면서 글로벌 수요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56억8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라게브리오는 올해 들어 매출이 급감했다.
이에 라게브리오 제네릭을 생산, 중저개발국에 공급하려던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도 발을 떼는 모습이다.
셀트리온제약은 라게브리오 제네릭 생산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 해지 안건을 최근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회사는 당초 라게브리오 제네릭을 청주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계약 당시와 비교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한미약품 역시 지난해 라게브리오 제네릭 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나, 올해 초 해지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가 엔데믹 전환하면서 관련 수요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으로 한미약품 측은 설명했다.
제약업계에선 사실상 퇴출 수순에 들어간 라게브리오의 대체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유력한 대체약물로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조코바(엔시트렐비르)와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제프티(니클로사마이드)가 꼽힌다.
조코바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다. 조코바는 현재 일본에서만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공급되고 있다. 조코바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일본에서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시오노기제약과의 공급 계약에 따라 조코바 200만명분을 1047억엔에 구매했다.
국내에선 일동제약이 시오노기제약과 조코바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올해 초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코바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6개월여가 지나도록 심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기존에 구충제 등으로 사용된 니클로사마이드를 약물재창출 임상을 통해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임상2상에선 코로나 증상 개선까지 걸리는 시간을 4일 앞당긴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과 품목허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