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사 처분기준 강화 예고...수탁사 동일기준 적용
제약사들 "수탁사 일탈시 위탁사도 피해자...처분 강화 납득 불가"
GMP자료제출·위수탁 제한 등 규제강화 반복..."위탁약도 적법 제품"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정부의 위탁사 행정처분 기준 강화 움직임에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수탁사의 일탈로 인한 위범행위로 위탁사에도 동반 책임을 물리는 것은 과도한 처분 기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위탁 의약품의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어 위탁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다.
식약처, 위탁사 처분 기준 강화...제약사들 "위탁사도 피해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탁사의 행정처분 기준 강화 내용이 포함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위·수탁 품목의 관리 책임 규정 등의 위반사항에 대해 위·수탁자를 동시에 행정처분하는 경우 위탁자보다 수탁자의 처분이 더 무거웠지만 위탁자의 행정처분 기준을 현행 수탁자와 동일하게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위탁사 신설 행정처분 기준(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예를 들어 제품표준서 및 제조관리기준서 등 기준서를 작성·비치하지 않거나 제조지시서, 시험지시서, 제조기록서 또는 시험성적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수탁사는 해당 제형 제조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는다. 주사제 시험성적서를 거짓으로 작성하면 주사제형 전체에 대한 제조정지 처분이 내려진다는 의미다. 이때 동일 제품을 보유한 위탁사는 해당 품목 제조업무정지 3개월 처분으로 수탁사에 비해 경미한 처분을 받는다.
기준서 및 지시서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수탁사는 해당 제형 제조업무정지 15일 처분을 받지만 위탁사는 해당 제품 제조업무정지 처분에 그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위탁사도 수탁사와 같은 해당 제형 제조업무 정지로 처분 기준이 크게 강화된다.
식약처는 “위탁자가 수탁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을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의약품 품질 향상을 통한 국민보건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위탁사 처분 기준 강화 배경을 설명했다.
제약사들은 수탁사의 일탈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한 처분 기준을 위탁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이라는 불만을 내놓는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수탁사의 품질관리 소홀로 동일 제조시설에서 생산한 위탁 제품도 처분을 받으면 제조업무정지에 따른 손실로 위탁사도 피해를 입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위탁사도 해당 제형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같이 받으라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위탁사들은 수탁사들의 품질관리 위반으로 동반 처분을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몇년 간 제약사들의 GMP 관리 위반, 불순물 초과 검출 등의 이유로 특정 업체의 제품에서 행정처분 사례가 발생하면 위탁 제품들도 무더기로 처분을 받는 사례가 반복됐다.
제약사간 거래로 위·수탁 계약을 맺고 정상적으로 판매를 진행하다 수탁사의 위법 행위로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으면 위탁사도 동반 처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데, 처분 기준마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게 위탁사들의 항변이다.
국내제약업계는 제네릭 제품의 위탁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탁사의 일탈로 인한 동반 처분 가능성은 큰 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생물학적동등성인정품목은 4255개로 집계됐다. 이중 직접 생동성시험을 수행한 제품은 324개로 나타났다. 생동성시험 1건당 13.1개의 제네릭이 허가 받았다는 의미다. 2019년과 2020년 생동성시험 1건당 허가받은 제네릭은 각각 29개, 9.4개에 달했다. 2021년에는 생동인정품목 648개 중 직접 생동성시험을 수행한 제품은 75개로 생동성시험 1건당 8.6개의 제네릭이 허가받았다.
▲생물학적동등성인정품목 수(왼쪽)와 생동 1건당 인정품목 수 추이(단위 개 /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술적으로 2019년 이후 허가받은 제네릭 제품의 경우 특정 수탁사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10개 제품 이상이 동반 처분을 받는다는 얘기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수탁사가 고의적으로 시험성적서 등을 거짓으로 작성할 경우 위탁사가 사전에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라면서 “수탁사의 위법행위로 위탁사의 해당 제형 제조업무정지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 기준”이라고 말했다.
정부, GMP 자료제출·위수탁 제한 등 규제 강화...제약사들 "위탁 의약품도 적법한 제품"
제약사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위탁 의약품에 대해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압박한다고 항변한다. 품질과 무관한 규제를 통해 위탁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봉쇄하려는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지난 2020년 10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위탁제조품목의 GMP자료 제출을 의무화했다. 기존에 허가받은 제네릭과 동일한 제품을 위탁방식으로 허가받을 때 GMP 평가자료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개정 규정 공포 후 위탁제네릭도 3개 제조단위를 의무적으로 생산하고 관련 GMP자료를 제출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수탁사 품목과 제조단위 규모, 설비 등이 동일하면 1개 제조번호만 제출하면 된다.
직접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은 약가인하가 예고된 상태다.
지난 2020년 6월 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을 공고했다.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조치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보건당국은 제약사들이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하반기 중 생동성시험을 실시하지 않은 제네릭에 대해 약가를 조정할 예정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으로 의약품 공동 개발 규제가 시행되면서 위탁 의약품의 시장 진입이 크게 억제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생동성시험을 직접 시행한 제약사의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소에서 동일 처방·제조법으로 모든 제조공정을 동일하게 제조하는 경우 생동성자료 사용이 3회로 제한된다.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4개의 제네릭만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자료 역시 직접 수행 제약사의 의약품 외 3개 품목만 임상자료 동의가 가능하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활발한 위수탁을 장려했다”라면서 “제네릭 난립 이슈가 불거진 이후 정부로부터 적법하게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은 제품인데도 위탁 의약품을 문제가 있는 의약품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천승현 기자(1000@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