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대체조제는 상품명 처방이 원칙인 우리나라에서 수급 불안정·다빈도 품절 의약품 사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장치다.
약국에 자신이 처방받은 약이 없어 다른 약국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환자 불편을 직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게다가 저가약 대체조제가 많아지면 건강보험 약제비를 절약하게 돼 건보재정 지속가능성을 향상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처럼 대체조제는 약사가 의사 동의 또는 사후통보 절차를 거쳐 의사 처방약과 성분·제형·용량이 동일한 다른 약으로 변경 조제하는 제도지만, 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대체조제율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순적이게도 수 년째 반복중인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로 불가피 대체조제 필요성이 커지면서 과거 2~3% 수준이었던 대체조제율은 8%까지 올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더욱이 단순 대체조제가 아닌 저가약 대체조제율은 지난해 상반기 가까스로 1.5%를 초과했다. 대체조제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고, 의사와 약사가 찬반 대치중인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대체조제가 제 실력을 발휘했다면 탈 없이 해결됐을 품절약 사태가 여럿 있는가 하면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 땐 불필요한 국민 건강보험료 약제비가 절감됐을 테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법안 발의로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려는 국회 움직임에도 정부는 신중검토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약사 대체조제 사실을 의사에게 재통보하면 통보기간이 3일에서 6일로 늘어날 수 있고, 대체조제 재통보는 심평원 업무 범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신중검토 배경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심평원 DUR(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약국 대체조제 사후통보 법안에 찬성(수용)했던 정부가 돌연 22대 국회에서 입장을 뒤집었다는(신중검토) 사실을 떠나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정부 의견을 무작정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저조한 우리나라 대체조제율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점은 보고만 있기 어렵다.
적어도 대체조제가 무엇인지 친절히 설명하는 대국민 홍보를 지금보다 강화해 환자 인지도를 높이고 거부감은 낮추는 행정을 펴야 한다.
또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로 확보할 수 있는 건보재정 규모를 산출하고, 고가약 건보급여 등 재정 부담으로 애를 먹는 분야에 투입하는 기전을 수립할 필요성도 크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대체조제가 80~90%를 웃도는 원인과 배경, 이유를 분석하고 대체조제를 활성화했을 때 국민과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다각도로 치열히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의사와 약사가 대체조제를 둘러싼 상호 이익을 위한 기싸움중이란 이유로 대체조제를 방치해도 괜찮다는 게 정부 생각인건지 의문이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을 막기 위해 기존에 허용하지 않았던 비대면진료를 허용한 복지부 공무원이 적극행정 유공자로 선정됐다.
을사년 새해, 복지부가 대체조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 품절약 사태 해결과 건보 약제비 절감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적극행정 사례로 선정되는 미래를 꿈꿔 본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