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7년 물질특허 도입이후 본격화된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역사는 불과 14년 남짖에 그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한국제약 100년사에 금자탑으로 기록될 만한 국산 오리지널 신약을 3개나 쏟아냈다.

오리지널 신약은 합성, 약효검색, 전임상, 임상 등을 성공적으로 거칠 경우 무려 1/10,000에 달하는 지극히 어려운 확률게임을 통과한 '땀'과 '운'이 뒤섞인 산물이다. 10~20년 동안 수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연구자금이 들어가는 것도 물론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처럼 어렵고 위험한 확률게임에 도전장을 들이 밀어 아직은 성에 차지 않지만 정말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지난 99년 7월14일 시판허가돼 국내 제1호 신약으로 기록된 SK제약(주)의 항암제 '선플라주', 지난 5월30일 국내 첫 생명공학 신약인 대웅제약의 당뇨성 궤양치료제 'EGF 외용액', 지난 7월5일 3상임상 조건부 시판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의 획기적인 간암치료제 동화약품의 '밀리칸 주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공히 신약입국의 첫 문턱을 넘었다.

선진 다국적제약사들은 비록 우리의 땀이 어린 신약들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값진 열매들이다.

우리는 신약개발의 열매를 더 값지게 키워가지 위해 다음의 두가지 점을 명심해야 할줄로 안다.

그 하나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너무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신약물은 대개 '제품력'에 '마케팅력'이 뒤따라주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무리 우리의 신약이 우수하다고 해도 거대 다국적사의 마케팅력을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외 마케팅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다. 차근차근 우수한 신약을 만들어 내고 경쟁력을 쌓아나갈 때 이뤄지는 어렵고 힘들고 기나긴 고난의 길이다.

이제야 시작이라는 초심을 갖지 않고서는 그 기나긴 여정을 결코 항해할 수가 없다. 민·관·학·연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이같은 마음다짐을 다잡지 않으면 신약입국의 진짜 문턱을 넘을 수 없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선진 다국적기업 신약개발 마인드와 유통마인드를 배우는 일이다.

선플라주가 국산신약 1호로 출시됐음에도 해외시장에서는 물론 국내시장에서 조차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하기에는 매출규모가 미미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 개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도자기를 굽는 장인정신과 같이 신통치 않은 신약들은 과감히 '드롭'시킨다.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는 무수한 신약들이 물거품이 되는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또 신약개발 이후 유통단계에서 마케팅 방법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오리지널 신약의 '진짜 영업력'은 시판이후 무수한 '임상데이터'들이다.

그 임상데이터들이 의·약사 등 전문인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영업의 근간을 이뤄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의·약인들도 지금까지의 불공정 유통관행을 과감히 버리는 개혁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신약은 이처럼 의약계의 총체적 변화마인드와 직결돼 탄생된다.

우리나라 제약인들이 짧은 기간동은 놀라울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의약계의 구태가 계속된다면 신약개발 금자탑은 물거품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