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2시30분경. 데일리팜 취재진이 찾은 곳은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A의원. 취재진이 속이 더부룩해서 왔다고 하자, 의사 B씨는 소화불량의 근본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의사는 이어 운동을 권하면서 위궤양약인 베스티딘정20mg, 과민성대장증상에 사용되는 중외듀스파타린정135mg, 소화불량약인 돔필정과 함께 신경안정제인 바리움정2mg(향정) 5일분을 처방했다.

문제는 향정약인 바리움.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의원을 찾은 취재진에게 굳이 의존성이 있는 신경안정제인 향정약을 처방할 이유가 있었을까.

A의원 주변 약국에서는 의존도가 높은 약을 처방함으로써 환자의 치유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인식돼 결국 환자가 단순 질환으로도 해당 의원을 찾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같은 날 데일리팜 취재진보다 늦게 A의원을 찾은 Y모(여·71)씨가 그런 경우다. 혈압약과 위장약을 처방받은 그는 일부러 의사에게 신경안정제 처방을 부탁한다는 것.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다.

Y씨가 단골인 약국에서는 “할머니가 A의원에서 처방을 자주 받고 우리 약국으로 온다”면서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면, 할머니가 의사에게 바리움을 처방해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A의원에서 목감기로 비졸본과 써스펜이알서방정 등을 처방받은 K모(56·남)씨의 처방전에도 어김없이 바리움이 포함돼 있다.


인근의 또 다른 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C가정의학과의원에서도 레바넥스200mg, 메녹틸정, 보리움엠정 등 위궤양 및 소화불량약과 함께 여지없이 바리움을 처방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부 의원에서는 고혈압환자나 감기환자, 소화불량환자에게도 신경안정제를 자주 처방하고 있어, 약국가에서는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화불량이나 위궤양의 경우 라니티딘 복합제 등 일반약으로도 충분한데도 여기에 전문약과 함께 굳이 신경안정제를 함께 처방함으로써 환자가 병의원을 다시 찾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도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의원을 ‘약이 잘 듣는 병원’ 또는 ‘명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가벼운 질환조차 약국보다는 의료기관을 먼저 방문해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기를 희망하는 경우에까지 이른다는 것이 인근 약국가의 반응이다.

A의원 인근의 한 약국은 “의사는 필요에 따라 진료하고 처방했다고 하겠지만, 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경안정제(향정약)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경질환은 향정약을 쓰지 않고 일반약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데도 이제는 환자가 먼저 의원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약국은 “환자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약물 의존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의사들도 향정약 처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