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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한심한 처방금기약 축소 논의

  • 데일리팜
  • 2004-07-18 23:55:03

대한민국은 의약품 부작용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것도 두개 이상의 의약품을 병용하는데 따른 부작용은 기지(旣知)의 부작용 보다 미지(未知)의 부작용이 많기에 더 위협적이고 치명적이다.

우리나라는 외래환자 조제약의 10%, 처방전의 32%가 각각 ‘약물사용 평가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국정감사 결과 드러나 많은 환자들이 부작용이나 약물 오·남용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더구나 미지의 병용투여 약물 부작용은 통계조차 뽑기 어렵다.

심사평가원이 이달 조제분부터 전산심사에 들어간 약물사용평가제도(DUR·Drug Utilization Review)는 그래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1년 유예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DUR 시행은 더 이상 늦출 사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조속히 시행범위를 더 확대하고 심사를 강화해야 할 제도다.

복지부가 1차로 발표한 병용투여 금기 162개 성분조합과 특정연령대 사용 금기성분 10개 성분은 그 범위가 너무 작다. 더구나 정부는 이들 성분중 49개 병용금기 성분조합과 4개의 특정연령대 성분을 DUR에 적용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재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심한 처사다.

DUR은 후진국 수준의 약물관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척도다. 그렇다고 의사, 약사나 제약회사들에게 불리한 제도는 더더욱 아니다.

DUR은 의·약사들에게 안전한 약물을 처방하고 조제하게 해주는 안전판 구실을 해준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리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병용투여 금기약물 및 특정연령대 금기약물이 검색된다. 약 10여개 프로그램업체들은 이미 업그레이드 패치판 개발을 완료해 의료기관과 약국에 보급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패치 프로그램만 깔면 의·약사들은 금기약물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약사들은 미지의 약화사고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환자는 보다 안전한 약물을 복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심평원은 전산심사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간편한 심사업무가 가능하다. 제약회사들도 부작용이 줄어들면 약물의 신뢰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매출신장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DUR을 시행하고 확대하는데 두가지 문제가 보인다. 하나는 이달 조제분부터 적용되는 금기약물 전산심사는 심사 조정이 없이 해당 의료기관과 약국에 병용금기 관련 안내장만을 발송하기 때문에 시범실시라고는 하지만 이미 시행에 들어간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절대 다수의 의·약사들이 DUR의 시행취지나 제도내용 및 심사기준 등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DUR 용어조차 생소한 의·약사들이 꽤 많다.

데일리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네티즌은 12%에 불과했다. ‘일부만 알고 있다’가 43%를 차지했고 심지어 ‘전혀 모른다’는 네티즌이 제일 많은 44%를 차지했을 정도다.

대단히 선진적이고 전향적인 제도를 시행하면서 홍보가 이토록 수준이하인 것은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또 시범실시를 하면서 안내문을 발송하는 방법도 옹색하다. 차라리 공중파 등 언론을 통한 홍보를 검토하라. 국민들에게 이로운 제도인 만큼 큰 ‘치적거리’인데도 왜 홍보에 인색한지 이해가 안간다. 홍보가 제대로 안되다 보니 의·약사들이 불안해하고 제약업체까지 괜히 들썩거린다.

또 하나 우리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DUR 대상 약물의 기초연구다. DUR 대상약물은 우리나라 자체적인 기초연구나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미국 ‘First Data Bank’의 NDDF(National Drug Data File)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FDB의 자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할 만 하다. 그만큼 FDB의 의약품정보 컨텐츠는 의·약사의 지속적이고 전문적 검증과정을 거쳐 전 세계적 권위가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국자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NDDF와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자료에 감안되지 않은 제네릭 약물들이 너무나 많기에 이들 약물의 병용투여나 특정연령대 사용 금기약물에 대한 리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과 약국의 부작용 모니터링 활성화가 필수적이고 이같은 부작용 정보를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전문인력의 운용과 전문기관이 설립이 시급하다.

보험공단이 최근 한국갤럽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1.5명은 어지러움 및 피부알저리지 등의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려 전 국민의 5백만명 이상이 부작용을 경험한 수치다. 또한 그 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미지의 부작용을 이미 경험했거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DUR 선진국인 미국조차 투약실수로 한해 7천명이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고 보면 DUR은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다. DUR 시범실시 기간중에 대상 약물을 줄일 검토나 하고 있는 한심한 생각은 접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예산을 과감히 투입해 ‘한국판 DUR’을 만들어야 하고 대상약물 확대를 위한 논의는 지금당장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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