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스페셜] 첩약급여, 9부능선…제제분업, 연구용역 종료
의협·병협·약사회·의학회·한림원 '시범사업 긴급제동' 협공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결과적으로 첩약과 한약제제로 대분류되는 한약은 한약분쟁 27년만에 새 전기를 맞았다.
첩약급여는 연내 도입을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최종 보고만을 앞뒀고, 한약제제 분업은 향후 유관 직능간 분업 모델 구체화 등 디자인에 나선다.
특히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와 약사, 한약사 등의 강도높은 반발에도 정부가 시행의지를 굽히지 않자 일각에서는 첩약급여와 제제분업이 정부발 급행열차를 탔다는 비판을 제기중이다.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란 문재인 케어 일환으로 첩약급여는 제동장치 없이 정부강행 트랙을 탔다는 게 첩약급여 반대 직능단체의 시각이다.
반면 한약이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건강보험 확대와 분업이란 형태로 정부 제도권 내 포함되려는 태동을 보이는 자체가 긍정적이란 견해도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현실성이 떨어지는 한약 완전 분업에 목 매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선에서 한약의 급여화와 선진화를 고심하는 게 실효적이란 얘기다.
실제 정부는 첩약급여와 제제 분업을 통해 국민 보장성 강화와 한약제제의 세계화를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더 큰틀에서 보면 한약제제 분업 역시도 분업 후 제제 건보 적용 확대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한의원에 고립된 한약을 정부가 운영하는 건보 울타리 안에 넣어 양성화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측면이 있다.
다만 이같은 순기능을 최대화하려면 정부, 시민단체, 한의사, 약사, 한약사 더 나아가 의사를 포함한 한약 공급자·소비자가 모두 모인 논의 테이블이 선행조건이란 게 보건의약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의 책임감있고 명확한 방향성의 정책 운영이 뒷받침돼야 교통체증을 겪고 있는 유관직능간 교통정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첩약급여, 도입 9부능선…제제 분업, 연구용역 종료
현 상황을 쉽게 표현하면, 첩약급여는 마라톤 풀코스 피니쉬 라인 통과를 앞둔 상태인 반면 제제 분업은 마라톤 시작 전 워밍 업 단계다.
첩약급여는 지난 2018년 12월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결과를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서 출발 신호탄이 터졌다.
해당 연구는 첩약급여 모형과 수가 체계 등이 담겼는데 이후 복지부 등 정부기관과 한의협, 약사회,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한약급여화협의체'의 첩약급여 논의 기틀로 쓰이게 된다.
지난해 4월 첫 회의를 연 한약급여화협의체는 약 1년간의 논의 끝에 최종 시범사업 안을 2개를 도출, 오는 24일 건정심 최종회의에서 보고 절차를 거쳐 시행을 앞뒀다.
정황상 한약제제 분업도 첩약급여와 유사한 트랙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약제제 분업 역시 복지부가 '한약제제 분업 실시를 위한 세부안 연구'를 발주한게 도입 논의 신호탄이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이행한 해당 연구는 지난해 11월 종료돼 지난 10일 유관직능에 결과가 보고됐다. 구체적으로 연구결과는 한의협과 약사회, 한약사회 등에 전달됐다.
복지부는 해당 연구결과를 토대로 향후 한약제제발전협의체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직능간 제제 분업 모형·수가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다만 제제 분업 역시 첩약급여와 마찬가지로 한의사, 약사, 한약사간 이해관계가 각기 달라 복지부는 연구결과를 철저히 대외 비밀로 하라는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결국 한약제제 조제권 향방을 결정할 분업 대상이나 급여적용 범위 등 구체한은 향후 협의체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조금씩 부분적으로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의협·병협·약사회·의학회·한림원 '첩약급여 긴급제동' 협공
첩약급여가 정부발 급행열차에 탑승, 강행궤도를 달리는 것은 곧 타 직능과 충돌을 의미한다.
이미 직능갈등은 여러번 촉발된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첩약급여에 반대하는 옥외집회를 열고 첩약모형을 해머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의협은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편익성이 확인되지 않은 첩약급여 시범사업 반대 시위를 여러차례 진행해왔다.
이후 의협 최대집 회장은 건정심 첩약급여 2차 소위장 앞에서도 추가 시위를 벌렸다.
의협은 한의사를 제외한 보건의약단체 협공에도 나섰다. 의협·병협·약사회·의학회가 지난 8일 공동 간담회를 열어 첩약급여 문제점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의학한림원까지 합세하면서 17일 범의약계 5개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첩약급여 긴급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이 청계광장에서 첩약급여 반대를 외치며 대형 약탕기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첩약급여는 안전성·유효성 평가는 물론 비용편익성 연구도 이뤄지지 않아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건보재정을 갉아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첩약급여 갈등은 향후 제제 분업 갈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제제 분업 주체인 한의협이 첩약급여에 반대한 약사회·한약사회가 요구하는 제제 분업을 흔쾌히 수용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약제제발전협의체 관계자는 "직능 갈등이 끝맺음 없이 지리하게 이어질 것이 기정사실화했다. 첩약급여 반대는 한의사를 제외한 보건의약계 공통된 입장"이라며 "이는 결국 논의가 시작될 한약제제 분업을 한의사가 강하게 반대할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의사 입장에서 다 논의된 첩약급여를 무산시키려 약사회가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한약제제 분업 논의 시 약사회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첩약급여가 한의사들의 방어 의제였다면, 제제 분업은 한의사의 공격 이슈다. 한의사 이익이 담긴 딜 카드를 내밀지 않으면 한의사는 분업을 논의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이어 "결국 복지부가 첩약급여를 직능 화합 없이 강행 급행열차에 태웠을 때 부터 직능 갈등은 확정된 셈이다. 제제 분업 연구용역을 추진한 것으로 미뤄 짐작할 때 정부는 첩약급여 후 제제 분업을 자연히 논의할 방침이었을 것"이라며 "문제는 이미 대립각을 세운 한의사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첩약급여처럼 강한 의지를 가지고 분업을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