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약국 중 한약사 개설약국만 4곳...면대의심 약국도
유명 일반약·건기식 무차별 원가 판매로 원성
[데일리팜=김민건 기자] "한 번 대구로 내려와서 실상을 보세요. 한마디로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어요 전쟁이나 마찬가지에요."
오래 전부터 대구 중구 반월당역 지하상가에서 약국을 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더욱 극심해진 난매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A약사의 이야기다.
11일 대구 중구 반월당역 지하상가가 난매 경쟁으로 여전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약사 개설 약국(이하 한약국)과 면대로 의심되는 약국까지 몰려들며 경쟁이 한층 극심해졌다.
올해 반월당역 지하상가에 새로 생긴 약국은 4곳이다. 지역약사회는 이중 3곳이 한약국이고, 1곳만 약사가 개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현재 지하상가에서 영업 중인 약국 8곳 중 4곳은 약사가, 나머지 절반을 한약사가 운영하는 형국이 됐다.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소문에는 새로 생기는 약국도 한약사가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한약국이 더 많아질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 중 최소한 2곳 이상은 의약품 도매업체가 운영하는 면대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 못지 않은 난매 문제 지역으로 꼽히던 반월당역 지하상가 약국은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하철 이용객 최다에 도심 위치...매약 약국에 최적의 시장
반월당역으로 한약국과 면대 의심 약국이 몰려드는 이유는 상권 특성 때문이다. 반월당역은 일일 이용객만 5만명 이상으로 대구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이다. 공식 출입구만 23개소로 대표 번화가인 동성로를 가기 위해선 반월당역을 거쳐야 한다.
대구 중구 B약사는 "반월당역 지하상가 약국은 워낙 유명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지하철 1·2호선 교차 환승역에다 도심지에 있다 보니 외곽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약을 사러 올 정도"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도심지에 있다보니 노년층들은 자연스럽게 지하상가로 모여들고 있다. 처방조제 없이 매약만 하는 약국에는 매우 좋은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일반약 판매가 가능한 한약국과 면대 약국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문제는 한약국과 면대 약국이 집중된 이후 무차별 원가 판매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B약사는 "(한약국과 면대 약국이)대량 사입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 지명도가 높은 유명 비타민이나 건기식을 원가에 팔고 있다"며 "한약국과 면대 약국이 들어서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B약사는 "난매가 극을 치달으면서 대구지역 전체 약국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제는 분회나 시약사회 관리 차원을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앞서 A약사도 "처음부터 한약국과 면대 약국을 그대로 두면 나중에 더 심각해질 것이기에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한약사들이 몰려오면서 더 이상 손쓰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월당 지하상가에는 정상 영업을 하는 약국 대신 비정상적인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김민건 기자(kmg@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