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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새출발'...제약사 핵심 임원들 속속 벤처행
기사입력 : 21.01.13 06: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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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토픽] 종근당·제일·콜마 등 전통제약 출신, 잇단 합류

R&D·사업개발·해외진출 노하우 등 바이오벤처 인재영입 수요↑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수십년간 내공을 쌓아온 제약사 핵심 간부들이 바이오벤처로 속속 진출하는 모습이다. 제약바이오업종 투자열기와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경험을 두루 갖춘 인재 영입 수요와 주도적인 근무환경에 대한 선호가 맞아떨어지면서 이직 또는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업종 투자열기와 더불어 바이오벤처 운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인력이동이 더욱 활발해지리란 관측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벤처 앱티스는 최근 최원(59) 종근당 전 개발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최 신임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으로 임상현장과 국내외 제약사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석,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등에서 지난 2001년까지 임상강사와 조교수로 재직했다. 2003년 제약업계에 입문한 뒤로는 한국MSD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의학부서 임원으로 근무했고, LG생명과학과 일동제약, 종근당 등에서 임상개발, 개발본부 등을 이끌었다. 최 부사장은 앱티스의 ADC(항체-약물결합체) 플랫폼기술을 기반으로 암, 면역질환 분야 혁신신약 개발을 총괄할 계획이다.

김정민(63) 전 제일약품 부사장은 지난해 '다임바이오'를 설립하고 벤처기업 경영자로 도전장을 냈다. 김 대표는 위스컨신주립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LG화학과 녹십자에서 30년 넘게 신약연구에 매진했다. 2016년 제일약품 중앙연구소장으로 합류한 뒤로는 4개의 신약과제를 개발단계로 진입시키는 성과를 내면서 부사장직까지 올랐다.

신생 기업인 다임바이오의 가장 큰 자산은 30년 넘는 업계 경력을 통해 축적된 신약개발 경험과 네트워킹이다. 일동제약에서 10년 이상 연구소장직을 맡았던 강재훈 최고기술책임자(CTO)와 SK케미칼에서 15년간 다양한 연구개발 경험을 보유한 이남규 연구소장이 의기투합했고, 유진녕 전 LG화학 최고기술경영자(CTO) 사장과 심창구 서울약대 명예교수, 김성훈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장 등이 자문위원으로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임바이오는 치매와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신약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삼고, 향후 난치암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대표는 "그동안은 회사를 떠나면 신약개발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제 마음놓고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라며 "그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치매, NASH, 항암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신약 개발 성과를 내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학배(64) 전 한국콜마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바이오벤처 하플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서울대학교 약학과 출신으로 JW중외제약에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개발, 마케팅, 해외사업 분야의 업무를 맡았다. 이후 JW중외제약과 일본 쥬가이제약이 합작투자한 신약연구개발회사 씨앤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한국콜마 제약부문 사장을 끝으로 직장생활을 일단락 했는데, 대학동기로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김대경 중앙대 약대 교수와 벤처창업에 나서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하플사이언스는 '하플(HAPLN)'이라는 단백질을 이용해 노화로 퇴화된 조직들을 재생시키고, 퇴행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둔다. 최 대표는 "나이 들어 사서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매일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뛰고 벅차오른다"라며 " 그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일들을 수없이 겪었던 일들이 새로운 회사를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는 소회를 전했다.

연구개발 경력만 선호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에 근무하면서 습득한 전략기획, 마케팅 경험과 인맥은 해외 진출을 원하는 바이오벤처에게 꼭 필요한 요소다.

이명세(51) 대표는 4년간 사령탑을 맡았던 먼디파마의 임기를 남겨둔 채 바이오기업 샤페론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이 대표는 의사 출신으로 릴리, 애보트, 먼디파마 등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20여년간 경력을 쌓아온 인사다. 한림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석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와튼경영대학 MBA를 취득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라이릴리 미국 본사와 한국릴리 임원으로 경력을 쌓은 뒤 릴리 필리핀, 한국애보트, 한국먼디파마 등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샤페론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승용 교수가 지난 2008년 창업한 바이오기업이다. 아토피피부염과 패혈증, 알츠하이머 치매,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등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한다. 이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제휴와 기술수출,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하는 중책을 맡았다.

제약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던 인사들의 잇딴 바이오벤처 진출에 대해 업계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바이오벤처 입장에선 핵심인재 영입을 통해 그간 쌓아온 R&D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개인 입장에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갖춰진다는 점에서 윈윈이란 평가다.

한발 앞서 바이오벤처를 창업하고 자리를 잡은 창업 선배들도 바이오벤처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데 한몫하고 있다. 티움바이오는 설립 2년만인 2018년말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와 초기단계 폐질환 치료신약후보물질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이듬해에는 자궁근종 신약후보물질의 임상1상 결과를 바탕으로 대원제약에 국내 판권을 이전한 바 있다. 티움바이오는 2016년말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분사)한 바이오벤처다. SK케미칼 혁신R&D센터장 출신 김훈택(55) 대표가 수장을 맡고, 혁신R&D센터에 근무하던 다른 연구인력들이 창업에 동참했다.

한화케미칼 출신 이상훈(58) 대표가 설립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기술로 2018년 한해동안만 4건의 국내외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LG생명과학 출신으로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 멤버였던 이정규(57) 대표는 2015년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를 설립한지 4년만에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특발성폐섬유증(IPF)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 기대주로 떠오른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리더들로 구성된 바이오벤처다. 오사카대학에서 면역학을 전공한 장명호 대표가 지아이이노베이션을 창업한 후 R&D를 총괄하고, 유한양행 연구소장 출신 의과학자인 남수연(55) 대표가 신약개발 전략을 이끌고 있다. 2019년 중국 제약사 심시어와 전임상 단계 면역항암제의 중국 판권 이전 계약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유한양행과 알레르기질환 치료제를 글로벌 기술이전하는 조건으로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병건(64) 전 종근당홀딩스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SCM생명과학은 코스닥 상장 6개월여 만에 시총 규모가 5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업계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성공사례가 축적되면서 업계 인사들의 바이오벤처 이동이 더욱 활발해지리란 관측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능한 인재영입은 신약 파이프라인과 더불어 바이오벤처의 성공가능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몇년새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한결 좋아졌다"라며 "글로벌 진출 등 노하우가 필요한 바이오벤처는 경험이 풍부한 인재 영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존 제약사 임원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바이오벤처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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