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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55%인하·약가차등제 만지작…제약계 무력감 호소
    기사입력 : 23.06.05 05: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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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릭은 신약 캐시카우…자국 산업 인식 없어"

    박민수 차관 "가격 적정수준 손질…그 재원으로 신약·혁신약 우대"




    [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국내 제약계가 또 다시 정부발 제네릭 약가인하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020년 7월 도입된 계단식 약가인하제 시행 3년여만이다. 3년 전 계단식 약가제 시행에 따른 기등재 제네릭 기준요건 재평가를 근거로 한 약가인하가 오는 8~9월부터 적용될 전망이지만, 정부는 이와 별도로 추가 약가인하 정책 카드를 꺼내 들 참이다. 제약계는 "무차별 약가인하 행정이 또 고개를 들었다"면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표정이다.

    3년 전 계단식 약가인하 도입 방아쇠와 명분이 '발사르탄 불순물 검출 사태'로 인한 제네릭 품질 강화·난립 해소였다면, 이번에는 다파글리플로진 성분의 SGLT-2 억제 당뇨약 포시가 제네릭이다. 이 성분 약제들이 150개 이상 급여를 획득하며 시장 난립 현상을 보인 게 약가인하 시동 발단이 됐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필요성 역시 약가인하의 이유로 작동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약가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건보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인식을 감춤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국내 제약산업 종사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네릭 약가를 깎는 방식으로 손쉽게 건보재정을 확보해 신약에 급여를 주는 방식의 '트레이드-오프'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린다.

    정부가 호시탐탐 제네릭 약가를 깎을 사건이나 명분·구실을 찾는 것 같다거나,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누가 더 약가를 잘 깎는지 경쟁하는 느낌마저 든다는 토로까지 나온다.

    정부, 약품비 줄여 건보재정 확보 선언

    이미 보건복지부는 약품비 관리 강화 즉, 제네릭 약가인하 카드를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 대안으로 집어 든 상황이다. 복지부는 현재 약품비가 21조2000억원으로 총 진료비 약 88조원 대비 24%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절대 금액이 지난 5년 간 매년 1조원씩 늘고 있다고 제시했다.

     ▲복지부가 올해 2월 공표한 약품비 관리 강화 방안 중 일부 발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질환 약품비는 약 6조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제네릭이 다수 등재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20년 7월 도입한 계단식 약가제도 이전 기등재 제네릭에 대한 기준요건 약가 차등제를 하반기 시행하겠다는 게 복지부 계획이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한 약제 중 연 청구액이 200억원 이상이고 해외 1개국 이하에서 급여되는 약제도 재평가하고, 특허만료 만성질환약을 해외 약가와 비교하는 재평가 방안도 마련한다. 제네릭이 다수 등재돼 약품비 증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든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제네릭 약가인하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민수 차관은 앞서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도 제네릭 약가인하 필요성을 강변한 바 있다.

    지난 3월 박 차관은 국회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혁신·필수약은 우대하되,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제네릭을 규제하기 위해 약가를 손질할 필요성에 대해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제네릭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원은 신약과 혁신형 의약품 우대에 쓰겠다는 방편까지 밝혔다.

    신약발굴이나 개량신약 연구개발(R&D)가 아닌 제네릭 마케팅 경쟁에만 골몰하는 '무임승차 제약사'를 과감히 쳐내는 동시에 신약·혁신약 제약사는 확실히 지원하겠다는 행정을 펴겠다는 것이다.

    당시 박 차관은 "제네릭은 지금껏 우대 기조가 있었고, (건보에) 들어오는 순서대로 기계적·단계적으로 깎고 있다"면서 "어떤 약은 숫자가 너무 많아서 회사들이 혁신보다 마케팅으로 약을 파는 데만 노력한다"고 발언했다.

    박 차관은 "이런 행태는 산업계에서 사라져야 한다"며 "제네릭도 적정 수준 경쟁이 가능한 범위까지 시장에 진입하도록 약가도 손을 보겠다. 나머지 재원으로 신약과 혁신 의약품을 더 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계 "53.55% 추가 인하·동일제제 차등 개수 축소, 우려감"

    국내 제약계는 복지부의 약가기조에 대해 "결국 제네릭 약가를 또 깎아 신약을 우대하겠다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내 제약계는 복지부가 제네릭 약가인하율을 추가로 인하하거나, 동일제제 등재약 차등 약가인하 갯수를 현재 20개 이내에서 더 줄이는 방식의 제네릭 약가제도 손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 중이다.

    현행 제네릭 약가인하율인 53.55%를 50% 등으로 더 낮추는 방식은 제네릭 약가 일괄인하 효과를 갖는다.

    아울러 동일제제 등재약 약가를 20개까지 기준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차등 부여하고, 21개 등재 제네릭부터는 20번째 제네릭 최저가의 85%를 적용하고 있는데, 차등 약가인하 개수를 20개까지에서 16개, 12개, 10개 등으로 줄이는 방식도 복지부가 검토 중이라는 게 제약계 전언이다.



    이럴 경우 계단식 약가 차등제를 강화하고 약가가 떨어지는 의약품의 개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

    이 외에도 복지부는 혁신형제약사에게 부여하는 1년 약가가산을 폐지하거나 기준을 높이는 등 추가 약가인하 정책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제약계는 이 같은 복지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3년 전 계단식 약가인하 도입에 따른 제네릭 난립 문제 해소 효과도 채 나오지 않았는데 추가로 약가를 깎는 것은 타당한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복지부가 약가인하 정책을 확정 공표하면 별다른 반발 없이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며 무력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제네릭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신약은 글로벌 제약사 의약품을 수입해 온 배경 탓에 현재까지 제네릭은 자국산업, 신약은 해외산업으로 분리되는 특성이 짙은 현실을 복지부가 깊이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제네릭은 국내 제약산업 허벅지 역할을 하며 개량신약과 혁신신약 연구개발(R&D)을 위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복지부가 제네릭 약가인하를 단행하면 신약 개발 성장동력은 꺼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짙다.

    국내 신약을 보유한 상위 A제약사 약가담당자는 "3년 전 단행한 계단식 약가인하 제도 효과가 채 확인되지도 않은 시점에 추가로 제네릭 약가를 깎는 정책을 펴는 것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53.55% 제네릭 약가율을 50% 등으로 낮추는 일괄인하 결정이다. 신약 개발 역량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약가담당자는 "약가를 깎는 명분이 명확해야 한다. 계단식 약가제 당시에는 제네릭 품질 문제 개선과 난립 해소였지만 이번 약가인하는 다소 이유가 모호하다"면서 "포시가 제네릭이 백여개 넘게 약가를 받은 것은 공동생동 1+3 법제화 이전 사례인 영향이다. 그것을 이유로 약가를 또 깎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부연했다.

    다른 상위 B제약사 약가담당자도 "계단식 약가인하에 이어 사후관리 약가인하도 여러차례 손질됐다. 제네릭 약가를 무조건 깎는다고 신약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만약 약가를 깎겠다면 국내 제약계에 체질개선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방식이어야지, 일괄 인하는 안 된다. 여전히 R&D 안하고 CSO로 제네릭만 파는 제약사의 약가를 더 깎고, 연구개발 제약사 약가는 보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B담당자는 "제네릭은 자국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제네릭이 허벅지이자 허리 역할까지 한다. 약가인하 정책을 때마다 도입하고 개정하는 탓에 누더기가 됐고, 약가담당자들 마저 어떤 인하제도가 적용되는지 헷갈릴 정도"라며 "전체적인 약가 틀을 멀리서 조망하고 제네릭을 포함한 국내 약가정책을 철학을 가지고 손 봐야 한다. 임시방편식 약가인하는 제약사 경영만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상위 C제약사 담당자는 "외부 재원을 빌려서 신약 R&D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약가를 또 깎겠단다. 블록버스터 신약 2개와 글로벌 제약사 3개를 만들겠다는 간판만 내걸고 닫혀있는 건보재정에서 제네릭 약가인하만 계속하는 도돌이표"라면서 "시행 중인 약가인하 제도 중에 효과가 미진하거나 왜곡된 제도는 과감히 폐지하는 결정 없이 있는 인하제도에 더해 또 인하제를 고민한다는 점이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고 토로했다.

    C담당자는 "의약품 사용량은 의사 처방과 직결되는 탓에 건드리지도 못하고 오로지 약가인하만으로 건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면서 "트레이드-오프는 결국 국산 제네릭 가격을 깎아서 그 돈을 외자사 혁신신약에 줄 수 밖에 없다. 약가를 일괄인하 할 수록 몸집이 큰 제약사도 판관비, 연구개발비 부담이 커져서 신약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사 "무임승차 제약사 치부 말라…약가인하, 제조업 일자리 앗아가"

    중소 제약사들은 이번 복지부 약가인하로 일자리가 줄어들거나 실제 문을 닫는 제약사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 제약사를 무작정 R&D 의지가 없는 제약사로 치부하지도 말아 달라는 요구도 했다. 규모에 맞는 제네릭 영업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제약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취지다.

    나아가 제네릭 개수를 무조건 줄이면 코로나19 때 맛봤던 품절약 사태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중소 D제약사 관계자는 "계단식 약가제도로 제약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한층 심해졌다. 신약을 만들지 못한다고 해서 무작정 약가를 깎고 제네릭에 손을 떼라는 것은 지나친 행정"이라며 "국내 의약품 위기 때 제네릭이 역할을 했던 경험을 떠올려야 한다. 제네릭를 무작정 줄이고 제약사를 문 닫게 만들면 팬데믹 당시 품절의약품 위기가 더 빈번해질 우려도 있다"고 강조했다.

    D담당자는 "제약산업은 제조업이다. 제조업을 대책 없이 탄압하면 일자리가 속수무책으로 줄고, 제약사가 문을 닫으면 길거리에 나앉는 제조업 가장과 가족도 늘 수 밖에 없다"면서 "2012년 53.55% 일괄인하 때처럼 장충체육관 궐기대회라도 열고 싶은 마음이다. 제네릭만 까내린다고 해결되는 게 뭐가 있냐"고 덧붙였다.

    제약협 "제네릭 위협, 필수약도 탈 나…가치 인정할 때 신약 동력"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복지부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수렴, 대응책 만들기에 나섰다. 복지부가 구체적인 인하안을 내놓으면 이에 따른 입장을 개진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제약바이오협회는 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기조에 일단 반대하는 상황이다. 제네릭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약가에 반영해야 신약 개발 동력을 확보 할 수 있다는 견해다.

    노연홍 제약협 회장은 "제네릭은 단순한 복제약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제네릭 기반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해 왔기 때문에 국내 완제약 80% 자체생산이 가능했다"면서 "제네릭 산업이 부실하면 필수의약품 공급에도 문제가 생긴다. 제네릭 가치를 인정하고 산업을 바로세워야 블록버스터 신약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연홍 회장은 "2010년까지 제네릭 위주 산업이 성장했고, 2010년 이후 신약개발 중간단계인 개량신약이 만들어졌다. 2020년대부터는 제네릭, 개량신약 매출로 신약 R&D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제네릭, 필수약, 백신, 원료약에서부터 개량신약 분야 정책을 선진화 해야 선진국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 기자(junghwanss@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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