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장 후보 등록을 20여일 앞두고 김구 대한약사회장과 조찬휘 서울시약사회장 간의 후보 단일화가 속도를 내면서 선거판세가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김구 약사회장, 조찬휘 서울시약 회장, 구본호 대구시약 회장의 3자 구도로 굳어지는 듯 했던 선거 구도속에서 김 회장과 조 회장 간의 단일화는 향후 선거전에서 메가톤급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구-조찬휘, 중대약대 동문후보 단일화 성사 급물살


그 동안 김 회장과 조 회장이 사실상 각자의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중대약대 동문회 차원의 후보 단일화는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21일 김 회장이 먼저 중대약대 동문회가 제시한 후보 단일화 방안에 동의, 단일화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확정하면서 김 회장과 조 회장 간의 단일화는 급반전되기 시작했다.

조 회장 역시 중대약대 동문회가 제시한 후보 단일화 방안에 일부 이견은 제시하면서도 "단일화에 크게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말로 단일화에 참여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중대약대 동문회는 기존 양측이 주장했던 단일화 방식을 부분적으로 수용해 단일화 특별위원회 경선과 일반 여론조사를 각각 60%와 40%의 비율로 반영하는 단일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대약대 동문회 관계자는 "23일이면 동문회 차원의 단일화 실행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며 "김 회장과 조 회장 간의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찬휘, 특별위원회 구성에 이견…단일화 막판 변수

김 회장과 조 회장 간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조 회장이 특별위원회 구성에 일부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단일화의 막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측은 8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전국적으로 50여명에 이르는 지역 중대약대 동문회장들이 제외됐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들을 특별위원회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문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기에는 80여명의 특별위원회 구성이 지나치게 적을 뿐만 아니라 동문회를 위해 활동한 지역 동문회장을 배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특별위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이에 조 회장측은 특별위원회 구성 등 후보 문제만 해결된다면 동문회 차원의 단일화 작업에 무리 없이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단일화 참여 여부를 23일 오전까지 최종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구-조찬휘, 후보 단일화 놓고 주판알 튕기기 치열

그 동안 평행선을 달려오던 양측의 입장이 단일화로 가닥을 잡은데에는 중대약대 출신 동문 간의 대결로 지지율이 분산되는 등 선거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현직 회장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도 데일리팜 여론조사 등에서 타 후보의 확실한 격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조 회장 역시 전국적인 지지율이 여전히 20%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김 회장측에서는 중대 단일후보로 선정될 경우 거대 동문인 중대약대 동문의 지지와 함께 현직 약사회장이라는 직함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선거전을 손쉽게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김 회장측이 먼저 단일화에 동의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이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동문회 차원의 단일화 작업에 적극 응했다는 명분을 쌓으면서 동문의 지지를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조 회장 역시 3자 구도로 진행되는 선거전 속에서 단일화만 이끌어낸다면 중대약대 동문회와 김 회장의 지지세력 등을 대거 자신에게로 돌려 지지율을 일거에 반등시킬 수 있는 기반을 얻을 수 있다.

단일화 성사시 거대 후보 출현…구본호 행보 관심

데일리팜 여론조사에서 20% 후반대 지지율을 얻고 있는 김 회장과 10% 중반대를 달리는조 회장의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어느 쪽이 후보로 나서느냐를 떠나 산술적으로 지지율 40%에 육박하는 유력 후보가 탄생하게 된다.

동문회 차원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하더라도 중대약대 동문 후보와 구본호 대구시약 회장 간의 대결에서 중대약대 동문 후보가 가지는 무게감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중대약대 동문회 차원의 후보 단일화 진행과 함께 약사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구 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최초의 지방 출신 약사회장을 꿈꾸며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는 구 회장에게 김 회장과 조 회장의 후보 단일화는 향후 선거전망을 어둡게 할 뿐만 아니라 운신의 폭까지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대약대 동문 간의 대결에 따른 지지율 분산을 기대하며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으며 2자 구도로 진행되는 선거전에서 중도 포기를 고민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선택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현 약사회 집행부와 맥을 같이 해온 구 회장은 최악의 경우 약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막는다는 명분을 쌓으면서 김 회장과의 단일화를 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중대약대 차원의 후보 단일화는 이러한 길마져 차단시키고 있다.

"약사회장 선거가 동문회 선거로 전락" 비판 일 듯

다만 중대약대 동문회 차원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약사회장 선거가 동문회 선거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세력의 약사회장 선거 개입으로 초래되는 각종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직선제가 동문회 간의 표 몰아주기 등으로 의미를 상실해 가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중대약대 동문회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약사회장을 배출할 경우 차기부터는 중대약대 동문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동문 출신 후보들의 노력이 더욱 과열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중대약대 동문회 차원의 단일화는 '선약사 후동문'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일선 약사들이나 타 약대 동문회의 상당한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김 회장의 경우 현직 약사회장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 단일화에 동의하면서 선거를 지나치게 손 쉽게 끌고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가해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약사회장 선거 후보자들의 매년 반복되는 동문회 지지 호소에 염증을 느낀 회원들이 실제 선거에서 동문 후보에게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후보 단일화 결정을 23일로 유보한 조 회장도 이를 우려한 듯 "동문회의 후보 단일화가 선약사 후동문이라는 취지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