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토픽] 록소사 개발 RET 억제제·CAR-T 비교 연구에 기대
노바티스-길리어드, CAR-T 첫 승부 결과도 관전 포인트
▲ASCO포스터 발표 현장(출처: ASCO Photo Gallery)
제약바이오업계 올림픽이라 불리는 #ASCO 2018(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신라젠 등 국내 기업들의 성과 못지 않게 관심을 모으는 건, 올해 ASCO의 샛별로 떠오를 주인공이다.
암 연구개발 분야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차세대 암치료를 이끌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
데일리팜은 16일(현지시각) ASCO 홈페이지에 공개된 초록 내용을 바탕으로 성장잠재력을 갖춘 후보물질들을 살펴봤다.
◆록소 온콜로지, RET 억제제로 2017년 명성 재현?= 지난해 TRK 표적항암제 '라로트렉티닙(larotrectinib)'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는 올해 ASCO에서도 흥행이 예견되고 있다.
록소사는 암종과 관계없이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TRK 표적항암제를 비롯해 BTK 억제제, RET 억제제 등 바이오마커 기반의 항암제 포토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항암제 개발 전문회사다.
최근 공개된 #LOXO-292의 1상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RET 유전자 이상을 동반한 고형암 환자들에게서 약 70%의 반응률을 입증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57명(1월 5일 기준) 가운데 절반가량(27명)은 RET 융합 양성(RET fusion-positive) 소견을 가진 비소세포폐암(NSCLC), 나머지 암종은 RET 융합 양성 유두상갑상선암(7명), RET 돌연변이 갑상선수질암(20명) 등이다.
▲록소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 파이프라인(출처: Loxo Oncology 홈페이지)
기존 다중표적항암제(multikinase inhibitor)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이들 환자들은 LOXO-292 투여 후 69%의 객관적반응률(ORR)을 보였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반응률이 65%, 유두상갑상선암 환자들의 반응률이 83%였고, 전체 환자의 84%(32명 중 27명)가 영상검사상 최대 67%의 종양크기 감소를 나타냈다. 올해 초 컨퍼런스콜에서 공개된 수치보다 한층 강력한 효능이 확인된 셈이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록소 온콜로지의 주가는 18% 급등했다. 반면 동 계열 BLU-667을 개발 중인 경쟁사 블루프린트 메디신(Blueprint Medicines) 주가는 10% 하락하고 말았다.
◆노바티스-길리어드, CAR-T 첫 승부 결과 공개?= #CAR-T 세포치료제 분야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노바티스와 길리어드의 승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를 허가받았던 노바티스는 현재 미국에서 급성림프구성백혈병(ALL)과 재발불응성 거대B세포림프종, 2가지 적응증을 확보했다. 1회 투여가격이 47만 5000달러라는 비용 문제와 함께 길리어드의 '예스카타(액시캅타젠 시로루셀)'보다 뛰어남을 어필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ASCO 대회에서는 중국 베이징의 한 연구팀이 CD19 양성 B세포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2세대 CAR-T 치료제 2가지를 비교한 데이터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흥미롭다.
학계는 CD28 또는 4-1BB와 같은 공동자극 분자를 1개 지니고 있는 유형을 2세대 CAR-T 세포치료제로 분류하고 있는데, 킴리아와 예스카타는 각각 키메라항원수용체(CAR) 내부의 4-1BB 도메인과 CD28 도메인을 활용한다는 기전상 차이를 갖는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두 경쟁약물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처음 공개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만 하다.
▲킴리아의 작용기전(출처: Kymriah 홈페이지)
초록에서는 4-1BB 그룹의 객관적반응률(ORR)이 100%로 CD28 그룹(89%)보다 강력한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3~4등급 사이토카인방출신드롬(CRS)이 확인된 환자 5명 모두 CD28 그룹에 속했다고 보고하며, 길리어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안겨줬다.
해당 초록이 공개되자, 길리어드는 "해당 연구에서 평가된 CD28 CAR-T 치료제는 예스카타와 다르다. 예스카타와 킴리아를 직접 비교한 헤드투헤드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자문회사 에버코어 ISI의 우머 라팟(Umer Raffat) 애널리스트는 "연구 결과가 상당히 도발적"이란 반응을 보였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세부 결과에 궁금증을 표하고 있다.
◆자운스 테라퓨틱스, 반응률 11% 비보에 주가폭락= ASCO 초록 공개 이후 가장 큰 시름에 빠진 주인공은 자운스 테라퓨틱스(Jounce Therapeutics)다.
국내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자운스 테라퓨틱스는 면역관문억제제를 발견한 제임스 앨리슨(James P. Allison) 박사(MD앤더슨암센터 면역학과장)가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1월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1억40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만큼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이 회사는 개발 중인 'JTX-2011'의 반응률이 11%에 불과하다는 초록이 공개되자 주가가 26% 급락하고 말았다.
관련 연구초록에 따르면 JTX-2011 단독요법을 투여받은 위암 환자 7명 중 1명, 옵디보(니볼루맙)와 병용요법을 투여받은 환자 19명 중 2명만이 부분반응(PR)을 보였다.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엔 투여 환자 15명 중 1명으로, 반응률이 더 떨어졌다.
▲자운스사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출처: Jounce Therapeutics 홈페이지)
향후 성과를 지켜봐야 겠지만, 2년 전 JTX-2011의 공동개발 및 판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2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던 세엘진에게도 가슴 아픈 소식이다.
자운스 테라퓨틱스의 엘리자베스 트레휴(Elizabeth Trehu) CTO(최고기술책임자)는 "ICONIC 임상프로그램에 등록된 여러 유형의 고형암 환자들은 JTX-2011 단독 또는 니볼루맙과 병용에 관한 예비 데이터에서 생물학적 활성 및 종양 감소의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며 "향후 JTX-2011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대리표지자도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넥타-BMS, 빅딜 성과 심판대로= 올해 초 BMS와 최대 3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던 넥타 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넥타가 개발 중인 '#NKTR-214'는 인터루킨-2(IL-2)에 약효지속형 기술인 '페길레이션(Pegylation)'을 접목한 물질이다. 양사의 협약이 체결될 당시 NKTR-214는 PD-1 발현율을 증가시킴으로써 옵디보(니볼루맙), 여보이(이필리뮤맙) 등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초록에선 진행성 흑색종 환자의 반응률이 52%로 기존 63%보다 소폭 낮아졌다. 신세포암의 반응률도 54%에 그쳐, 올해 초 컨퍼런스콜에서 보고됐던 71%만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반응률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양반응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주가 영향은 비교적 적었다. 발표 직후 넥타 테라퓨틱스의 주가는 3% 하락했다.
◆머크, 면역·표적항암제 신규 데이터 푼다= 올해 ASCO에서는 얼비툭스(세툭시맙)' 이후 항암제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머크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화이자와 공동개발한 PD-L1 항체 '#바벤시오(아벨루맙)'로 면역항암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머크는 경쟁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병용 데이터에 힘을 싣고 있다. 희귀피부암의 일종인 메켈세포암종(MCC)을 시작으로 방광암 적응증까지 확보한 바벤시오가 이번 대회 기간 중 공략하는 타깃은 비소세포폐암이다.
화이자와 머크는 3세대 ALK 억제제로 개발 중인 로라티닙(lorlatinib)과 바벤시오의 병용요법을 기존 잴코리(크리조티닙)+바벤시오 병용요법과 비교한 JAVELIN Lung 101 연구 결과를 구두 발표한다. 초록으로 공개된 1b상임상 결과에 따르면 바벤시오 + 로라티닙 병용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46.4%(95% CI, 27.5-66.1)로, 바벤시오 + 크리조티닙 병용군의 16.7%(95% CI, 2.1-48.4)보다 높았다.
3등급 이상 이상반응 발생률은 크리조티닙 병용군에서 58.3%, 로라티닙 병용군에서 53.6%로 집계됐는데 빈도가 높았던 이상반응 유형에 차이가 있었다. 2상임상 결과를 추가 확인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ASCO 발표 현장(출처: ASCO Photo Gallery)
바벤시오를 투여받은 메켈세포암종 환자의 장기생존 데이터를 처음 보고하는 JAVELIN Merkel 200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특히 머크는 아벨루맙과 함께 중요 파이프라인으로 공을 들여온 c-MET 억제제 테포티닙(tepotinib)의 2상 결과도 포스터로 공개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머크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테포티닙을 투여한 결과 테포티닙을 투여받은 환자의 60%(15명 중 9명)가 부분반응(PR)을 보였으며, 20%(15명 중 3명)는 종양 크기가 증가하지 않는 안정병변(SD)에 도달했다.
안경진 기자(kjan@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