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방법 차이로 서로 다른 검출량 나왔을 가능성"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시간 순으로 보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잔탁 등 일부 라니티딘 제제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검출량을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미량(low levels)"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가 된 잔탁 오리지널 제품 3품목을 대상으로 긴급조사를 실시했다. 식약처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열흘이 지난 어제(26일) 식약처는 국내외 7개 제조소에서 만든 7종의 원료의약품을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원료제조소별 라니티딘 내 NDMA 검출량(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원료제조소별로 불검출에서 최대 53.5ppm까지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식약처가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엔 미국 민간연구소인 밸리슈어(Valisure)의 자체 검사결과가 전해졌다.
산술적으로 일일 섭취허용량의 2만6000~3만4000배에 달한다는 결과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NDMA의 1일 섭취허용량은 몸무게 50kg인 사람을 기준으로 95.9ng/day인데, 1정(150mg)당 최소 251만ng(나노그램, 10억 분의 1g)에서 최대 327만ng이 검출된 것이다.
최소 4건의 검사에서 들쭉날쭉한 결과가 도출됐다. 업계에선 서로 다른 원인이 각각의 결과를 내는 데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체냐, 액체냐…검사방법 차이 탓?
특정 물질에서 분자량을 검출하는 시험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스-크로마토그래피(GC) 질량분석법과 리퀴드-크로마토그래피(LC) 질량분석법이다.
둘의 차이는 화합물을 기체로 분석하느냐, 액체로 분석하느냐에 있다. 일반적으로 가스를 이용한 방법의 분석결과가 더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밸리슈어는 GC를, 식약처는 LC를 각각 사용했다. 미국 FDA의 경우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LC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밸리슈어와 식약처의 결과 값에 차이가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미국 민간연구소 밸리슈어(Valisure)의 자체 검사결과
라니티딘에 한해서는 GC보다는 LC가 더 정확한 검사법이라고 제약업계는 설명한다.
라니티딘의 분자구조를 살피면 양쪽 끝에 아질산염(Nitrite)과 디메틸아민(Dimethylamine, DMA)이 각각 있다.
GC를 이용할 경우 합성물을 기화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열을 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질산염이 자체적으로 분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분해된 아질산염이 디메틸아민과 합성되고, 이로 인해 결과에 왜곡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검출→최대 53.5ppm 검출, 왜 바뀌었나
의문은 또 있다. 잔탁 등 3개 제품에 대한 긴급조사에선 '미검출'이었던 결과가 왜 이번 발표에선 최대 53.5ppm으로 나왔냐는 것이다.
실제 식약처 브리핑에선 "확률적으로 지난 검사 때 나왔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검사결과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식약처는 라니티딘 자체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들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라니티딘 자체가 굉장히 불안한 물질"이라며 "실온에서 14일 정도가 지나면 라니티딘 제제가 자체 분해되기 시작한다. 배리에이션이 굉장히 심하게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원인도 제기된다. 시험법의 차이다.
일례로 질량분석법에 쓰이는 도구 중 하나로 칼럼(column)이 있는데, 어떤 칼럼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열흘 차이로 진행된 두 조사에서 서로 다른 도구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진구 기자(kjg@dailyph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