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타이레놀500mg 5000만정 풀었던 것과 유사
"일단 신청 하지만...여전히 품절 속 면피용 아니냐" 주장도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아세트아미노펜(AAP) 제제 약가 인상 이후 제약사의 총 공급량과 도매에서 약국으로 공급되는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정부의 낙관과 달리, AAP제제 수급이 원활치 않자 결국 또 다시 AAP 균등 배분이 시작됐다.
대한약사회 주도로 500T병포장 종근당 펜잘이알서방정 2만병을 신청 약국당 1통씩 균등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아세트아미노펜 수급이 원활치 않았다 보니 대체로 약국들은 신청 의향을 밝히고는 있지만 면피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AAP제제의 상한가를 인상한 지 한 달 여가 되어가지만 현장에서는 AAP제제를 구하는 게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열린 해열진통제 수급 동향 관련 제3차 민관협의체 회의에서 AAP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집중관리기간에 목표량을 상회해 수급문제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당시 정부에 따르면 AAP 총 공급량은 11월 3주(11.14~20) 1701만정, 4주(11.21~27) 1253만정을 보이다가 약가가 인상된 12월 1주(11.28~12.4) 3170만정, 2주(12.5~11) 2201만정, 3주(12.12~18) 1779만정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매상에서 약국으로 공급되는 공급량도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앞선 2차 민관협의체 회의에서도 약가 인상 조치 이후 18개 제품 생산량이 12월 1일 이전에 비해 30% 가량 늘었고, 구입 보고가 없던 약국 중 8000여곳이 12월 1일 이후 AAP를 공급 받았다고 밝혔다. 재고를 구하지 못했던 약국 8000곳이 약가 인상 이후 조제용 AAP650mg 500정 제품을 1개 이상은 구입 가능해졌다는 산식이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크지 않고, 8000여곳에 500정 제품 1통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재고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며 석 달 간 AAP를 공급 받지 못한 약국도 3500여곳에 달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지역 약국은 "코로나19에 독감, 감기 등이 겹치면서 다시 아세트아미노펜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우선은 신청했지만 사실상 500T 1통은 금세 동 나는 양"이라며 "당장 AAP가 없어 교품을 해야 하는 약국들에는 단비일 수 있지만, 전체 약국가를 놓고 볼 때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약사는 "정부가 공급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체감하는 부분은 여전히 적다"며 "약가 인상 이후 현장에 수급이 될 때까지 한 달여 시간이 걸린다고 해 기다려 봤지만 여전히 거래 규모가 큰 대형약국들을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고 있을 뿐 동네약국으로는 미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500T라도 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28일 데일리팜이 약가가 인상된 18개 품목 ▲타이레펜8시간이알서방정650밀리그램 ▲타이몰8시간이알서방정650밀리그램 ▲엔시드이알서방정 ▲타스펜이알서방정650밀리그람 ▲티메롤이알서방정 ▲이알펜서방정 ▲타미스펜이알서방정 ▲아세트엠8시간이알서방정650밀리그램 ▲세타펜8시간이알서방정650밀리그램 ▲세토펜이알서방정 ▲타이펜8시간이알서방정 ▲타이리콜8시간이알서방정 ▲아니스펜8시간이알서방정 ▲써스펜8시간이알서방정 ▲트라몰서방정650밀리그람 ▲타세놀8시간이알서방정 ▲펜잘이알서방정 ▲타이레놀8시간이알서방정을 모두 확인한 결과 재고가 있는 품목은 전무했다.
경기지역 약사는 "약국가에서 공적 AAP를 도입하라고 할 때는 별다른 대책도 없다가 결국에는 또 다시 공적이냐"고 반문하며 "근본적인 대책이 뭔지, 언제부터 원활한 공급이 가능한지, 괜히 약가만 인상해 준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코로나 백신접종과 확진으로 AAP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자 6월 정부가 공적 타이레놀을 500만개 풀었던 것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을 해소하고자 정부가 존슨앤드존슨이 비축하고 있는 확보 가능 전체 물량인 타이레놀500mg 500만개, 총 5000만정을 2차례에 걸쳐 각각 240만개, 260만개씩 공급한 바 있다.
이 약사는 "오히려 정부의 괴리감 있는 발표가 현장 약사들을 초조하게 만든다"면서 "품절약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약사들의 피로도 역시 가중되고 있다. 언제까지 재입고 알림신청과 구걸을 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신청은 오늘(28일) 오후 2시까지이며 공급은 2023년 1월 첫째 주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강혜경 기자(khk@dailypharm.com )